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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혜윰 Sep 06. 2018

새벽 안개의 아련함 처럼 짧았던, 론다

다녀올게요 여행 : 포토에세이


새벽 안개


이른 시간 버스를 타고 이동한다. 밖에 보이는 건 새벽녘에 낮게 내려앉은 안개와 넓은 들판에 있는 올리브 나무뿐이다. 잠도 오지 않은 시간 창밖에 흘러가는 풍경을 바라보며 짧은 사색에 잠겼다. 마치 꿈속의 모습처럼 희뿌연 안개가 세상을 덮고 앞이 보이지 않는 미궁의 시간으로 빨려 들어가는 듯하다. 새벽안개는 묘한 힘이 깃든 것처럼 여러 감정들이 교차하게 했다. 여행을 하다 보면 대중교통을 이용해 이동하는 시간이 적지 않기에 밤 버스나 잠을 청할 수 있는 시간대를 이용해 여행 일정을 짜는 게 대부분이다. 오늘은 론다를 여행하기로 했다. 3~4시간 정도의 짧은 여행이 되겠지만, 도시가 생각보다 크지 않다고 알고 있어 시간 안에 다 둘러 볼 수 있을 것 같다.


그렇게 올리브나무 들판을 몇 개나 지나쳤는지 기억조차 나지 않을 무렵 버스는 목적지인 론다 버스터미널에 도착했다. 정류장의 첫 느낌은 시골의 작은 터미널을 보는 듯했다. 중간 여행지로 사람들이 많이 오다 보니 터미널 안에서는 짐을 맡겨주는 곳도 있었다. 나도 잠깐의 여행이기에 커다란 짐은 맡기고 가볍게 움직이기로 했다. 역시 여행은 식후경이라고 했던가 너무 이른 시간 출발했더니 허기가 진다. 가장 만만한 햄버거를 먹으려 이동했다. 이른 시간이었는지 길거리엔 사람들도 많이 보이지 않았고 또한 문을 연 상점들도 많지 않았다. 천천히 주변을 둘러보며 걷다 보니 어느새 패스트푸드점에 도착했다. 안으로 들어가 창가 자리에 앉아 햄버거를 먹으며 밖의 풍경을 감상했다. 광장에는 많은 사람이 있진 않았지만, 동네 어른들이 벤치에 앉아 아침 인사 겸 대화를 나누고 있었는데 그 모습이 참으로 정겨웠다.





누에보다리에서 바라본 풍경


아침 식사를 마친 후 광장 주변을 둘러보는데 바로 눈앞에 바로 누에보다리가 보였다. 론다는 유명한 장소가 몇 곳이 있는데 첫 번째는 앞서 말한 누에보 다리이고 두 번째는 투우의 발상지인 론다 투우장이 있다. 누에보 다리에 대해 간략히 설명하면 1759년에 착공하여 42년 후인 1793년에 준공되었으며 그 높이가 무려 98m에 이른다고 한다. 누에보 다리는 구시가지와 신시가지를 이어지고 있는 세 개의 다리 중 가장 나중에 만들어진 다리로, 과다레빈 강을 따라 형성된 120m 높이의 협곡을 가로지르고 있다. 다리 중앙에는 아치 모양 위에 문이 하나 있는데 이곳은 감옥부터 바까지 다양한 용도로 사용되었다고 한다. 현재 이방은 역사 및 건축에 대한 전시장으로 사용되고 있다. [위키백과 참조]


누에보 다리에 직접 올라서니 그 높이가 실감이 나는 듯했다. 고소공포증이 있는 터라 밑은 제대로 보진 못했지만 멀리 론다를 둘러싼 풍경은 충분히 감상할 수 있었다. 그런 게 풍경을 감상하는 중에 밑에 벚나무 군락처럼 보이는 곳에 사람들이 모여 있는 게 보여 그리로 급히 움직였다. 그리고 내려와서 누에보 다리를 바라봤는데 위에서 본 것보다 더 웅장했으며 한편으로는 경이로워 보일 정도였다. 절벽과 절벽을 잇고 다리 밑에는 폭포처럼 강물이 흐르고 있었다. 얼마의 시간이 흘렀을까? 몇몇 사람들이 다리 밑으로 향하는 게 아닌가? 난 의구심이 들어 자세히 보니 다리 밑으로 들어가는 모습이 보였다. 순간 나는 호기심이 발동했고 궁금했다. 그렇게 사람들을 따라 누에보다리 밑으로 향했고 그 안에서 본 모습은 마치 영화의 한 장면을 보는 듯했다. 계곡에서는 새의 지저귐이 마치 노래처럼 들렸으며 맑은 물줄기가 흘렀으며 그 끝에는 톡 득한 모양의 건축물이 있었다. 흡사 옛날의 교도소나 아니면 누가 살았던 흔적이었거나…. 아직 사람들이 왕래하는지 작은 배가 있었다. 마치 인디아나존스의에서 고대 유적을 찾은 느낌이 들었다. 그렇게 한동안 감탄하며, 구경했던 거 같다. (아래 영상 참조)




bonito


 우연히 가게 된 길에서 보물 같은 장면들을 마주하다 보니 시간이 가는지도 몰랐나 보다. 이제 버스 시간이 몇 시간 남지 않았기에 많이는 못 보더라도 최대한 돌아보려 다시 마을 쪽으로 올라간다. 투우의 발상지인 만큼 론다 투우장으로 향한다. 역시 이곳에도 귀여운 고양이들이 상주하고 있다. 마을에서 밥을 챙겨주시는 분이 계신지 사료통과 물통이 갖춰지어 있었다. 투우 경기장 앞에는 커다란 소의 동상이 있었고 안으로 들어가니 매표소에서 관람료를 내고 구경할 수 있게 되어있었다. 마음은 보고 싶었지만, 시간상의 이유로 앞에서 발걸음을 돌려야 했다.


론다 인근에는 쿠에바데라필레타라는 동굴이 있는데 그 안에서는 신석기 시대로 추정되는 벽화가 발견되었으며 스페인에서도 역사적 가치가 있다 보니 학생들이 수학여행으로 많이 찾는 듯했다. 그렇게 학생들 사이를 지나가는데 동양에서 온 사람을 많이 못 봐서 그런 것인지 내 얼굴이 신기 한 것인지 수줍게 힐끗힐끗 쳐다보며 웃길래 나도 웃으면서 손 인사를 건넸다. 세계 어디를 가도 아이들의 웃음은 사람을 기분 좋게 만들어 주는 것 같다. 어느덧 시간은 점심시간을 향해 있었고, 광장과 골목들은 사람들로 붐벼 있었다. 이렇게 보니 새삼 많은 사람이 관광을 오는 것이 실감이 났다. 아침과는 확연히 다른 모습을 보여주었다. 구시가지 누에보다리 근처에서 남은 시간을 보내려 쉬고 있었는데 아까 지나쳤던 아이들이 함성과 함께 맞은편을 향해 소리를 지르고 있었다. 나도 궁금한 마음에 아이들이 있는 절벽 근처로 다가갔는데 맞은편에서 젊은 남녀가 벤치에 앉아서 키스를 나누고 있었고 아이들이 그 모습을 보면서 연신 환호를 보내는 것이었다. 그 커플도 그에 화답하는 의미로 숙녀분께서 남자분의 볼을 끌어당겨 과감하게 키스를 하는 모습도 보여주었다. 떠나기 전 마지막으로 론다에서 나에게 즐거움과 추억을 선물해 준 것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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