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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생루습 Feb 10. 2021

[H 인터뷰] 해운대에 작은 교토 '모루과자점'

#해리단길 #과자점 #모루식당 

혜윰은 '건강을 위한 올바른 생각'을 더 많은 사람들과 나눌 방법을 고민합니다.
다양한 사람들의 삶과 일상의 이야기에 귀 기울이고 그들이 들려주는 저마다의 건강한 생각을 [인터뷰]에 담습니다.
우리가 전하는 이야기가 누군가에겐 공감을 넘어 작은 변화로 이어지길 바라봅니다.

 Editor : Moon    Year : 2019



Intro

해운대 뒤편. 이제는 활력이 넘치는 거리가 된 해리단길. 긴 시간 동네 주민들의 삶의 소리로 고요하던 그 길 위에 처음 문을 연 과자점 모루. 본질을 전하기 위해 내실을 다지고 반려견 '원두'와 함께 해변을 산책하기도 하면서 과자점과 스스로의 건강을 가꾸어 나가는 파티시에. 해리단길 한켠, 아늑한 다락을 닮은 과자점의 이야기를 들어보세요.




Interview   

모루과자점 이야기


#단아함이 담긴 과자점

2016년 2월 이후로 해리단길에서 맛있는 구움 과자를 만들어 팔고 있어요. 과자점이라고 하면 베이커리랑 같다고 많이들 생각하실 텐데 베이커리는 제과와 제빵을 모두 다루는 곳이에요. 베이커리가 식빵 같은 빵 종류부터 파운드나 마들렌 종류의 케이크까지 다 아우르는 것과는 달리 저희는 구움 과자 쪽, 그러니까 제과 파트 중에서도 파운드케이크만 다루고 있어요. 종류가 많은 건 아니지만 저희가 신경 쓸 수 있는 범위 내에서 다섯 가지의 파운드케이크를 기본적으로 만들고 있습니다. 한 가지는 월 시즌 메뉴로 그때그때 어울리는 재료를 찾아 매달 다르게 선보이고 있죠. 얼마 전까지는 날씨가 많이 더웠던 편이라 조금 더 상큼하게 드실 수 있도록 애플 크럼블을 만들기도 했고요. 현재는 여기에 레몬 케이크와 아몬드 쇼콜라까지 팔고 있어요. 캔디 모양으로 포장되어 있는 레몬 케이크는 젊은 분들이 많이 선호하셔서 가장 빨리 소진되는 편이에요. 취향에 따라 다양한 맛을 즐길 수 있는 세트도 많이 찾으시고요. 참고로 저는 보늬밤 맛을 좋아했는데, 최근엔 후르츠가 첨가된 쿠다모노팜을 즐겨먹고 있어요. 


#이름을 닮은 공간

'모루'는 '다락'이라는 의미예요. 가게 이름처럼 다락 모양의 인테리어가 참 아늑하죠? : ) 과자점 준비를 모루 식당 대표님과 함께 시작했어요. 대표님께서 워낙에 인테리어 쪽에 감각이 있으셔서 가게 분위기도 디자인적으로 특유의 단아함이 잘 묻어나는 것 같아요. 요즘에 이 시국이라고 해서 일본과 국제적 이슈가 쟁점이 되고 있는데 부산 자체가 워낙 일본과 관련된 매장이 많아서 이걸로 코멘트를 주시는 분들은 아직까지 없었어요. 저희도 교토의 작은 매장 느낌으로 가게를 만들긴 했지만 제품의 레시피처럼 중요한 부분은 직접 연구하고 만든 모루 과자만의 것이라 크게 관계가 없다고 생각을 해요. 


다만, 저희 공간이 협소하다 보니 고객 입장에서 불편한 점이 많아요. 이런 공간을 귀엽다고 좋아해 주시는 분들도 있지만 어떤 분은 좌식에 다리도 아프고 신발도 벗어야 하니 불편함을 토로하시기도 하는데, 간혹 격한 표현을 하시거나 안 좋은 태도로 대해 주시는 분들을 보면 조금 마음이 힘들 때가 있어요. 그래도 함께 하는 직원들이 있고 같이 잘 마무리해줘서 잘 유지하고 있네요.


그런가 하면 여유롭지 않은 공간임을 헤아려 오래 머무르려 하지 않는 고객님들도 계세요. 저희한테 미안한 마음이 있으신 건지 오히려 포장하시는 고객이 꾸준한 편이에요. 매장에 방문하지 않고 택배로 주문해주시는 고객님도 많은데 한번 드셔 보시고 지속적으로 주문해주시니 너무 감사한 마음입니다. 사이트가 마련되어있지는 않지만 인스타그램 DM이나 매장으로 전화 주문을 많이 주세요. 요즘은 카카오톡으로 주문하시기도 하고요. 


#해리단길의 시작점에서

부산하면 해운대잖아요. 제가 해운대를 좋아해요. 하지만 임대료 문제가 컸죠. 이런 아기자기한 가게들은 전포동 쪽에 많이 위치해 있어요. 이전에 모루 식당도 거기에서 시작을 했고요. 물론 가게를 시작할 때 위치도 무척 중요하지만 임대료나 월세 등으로 나가는 금액을 줄이고 더 좋은 재료를 쓰며 내실을 다지다 보면 언젠간 많은 분들이 찾아와 주시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있었던 것 같아요. 그래서 처음 이곳에서 시작할 때 다들 신기해했어요. 공사할 때도 계속 나와보시고 젊은 아가씨가 여기서 뭐 할 거냐고 주변에서 엄청 궁금해하셨죠. 가게 오픈 이후로 서서히 찾아와 주시는 고객분들이 늘면서 줄이 생기니 어르신들이 신기하다는 듯 뭐하는 곳이냐고 많이 불어보셨어요. 


이 해리단길이 지금은 엄청 활성화되어 있잖아요. 사실 저희가 생기고 1년 동안은 저희밖에 없었어요. 그 뒤로 하나둘씩 특색 있는 가게들이 생기면서 거리 자체가 많은 관심을 받게 된 것 같아요. 타이밍이 좋았다고 생각해요. 무엇보다 모루 식당 대표님과 함께 한 시작이 너무 좋은 기회였어요. 대표님께서 안목이 높고 인테리어 감각도 좋으셔서 저는 제품을 만드는 데에 온전히 집중할 수 있었거든요. 모루 식당에 대한 고객분들의 신뢰도 적분에 단기간에 많은 분들이 찾아 주실 수 있었던 것 같아요. 


그리고 요즘 분들은 트렌드에 민감해서 하나만 이슈가 되면 금세 잊히곤 하는데, 다른 분들 덕분에 저희가 득을 많이 보는 것 같아요. 새로 생기는 가게마다 다들 준비를 많이 해서 들어오시고 각 가게들이 이슈가 되다 보니 자연스럽게 거리가 생명력을 잃지 않는다고 생각하거든요. 해리단길 시작의 모루 과자. 저희도 많이 신기해해요. 운이 좋았어요.


모루 과자 본체는 해리단길에 있지만 이따금 서울이나 타 지역에서도 만나보실 수 있어요. 자주는 아니더라도 스토어의 취지나 참여하는 분들이 저희와 마인드가 맞다면 소화할 수 있는 일정 안에서 행사에 참여하고자 해요. 처음엔 마켓이나 백화점 팝업스토어를 한다는 게 아무래도 인력에 한계가 있다 보니 조심스럽더라고요. 외부 행사도 모루 과자점 홍보에 도움이 되겠지만 우선은 저희 매장을 찾아주시는 분들을 위해 여기를 더 단단히 해야 한다는 생각이 컸기 때문이었죠. 


#지금의 나를 만든 건강한 습관 

여기가 서면처럼 늘 사람이 많은 곳이 아니라서 여름 시즌에 관광하는 분들이 많이 오세요. 처음 생겼을 땐 부산 현지 분들이 많이 찾아주셨는데 매거진에 노출되면서 일부러 찾아와 주시는 타 지역 분들이 늘어가고 있어요. 그래서 습관까지는 아니지만, 내실 다지는 것을 먼저 생각한다는 것? 바쁠 때 지치기 쉬워서 체력적인 부분을 위해 필라테스나 요가를 꾸준히 하고자 노력하는 편이에요. 큰 반려견을 키우다 보니 같이 산책을 다니면서 매일 자연스럽게 운동을 하고 있어요. 사실 먹는 게 가장 중요한데 음식을 잘 만들어 먹는다는 건 굉장한 노력이 필요한 일이라…. 이렇게 보니 건강히 먹는 습관이 필요하겠네요, 저.   


그렇게 저 스스로의 내실도 다지면서 작은 공간 안에서 오래 머물진 않아도 꾸준하게 찾아오는 정성이 담긴 과자를 만들고 싶어요. 앞으로도 계속해서. 쭉.





Outro

모든 사물에는 그것을 만든 정성이 깃들어 있습니다. 과자점의 과자에도 정성이 담겨있죠. 어쩌면 화려함, 맛, 가격과 같은 것보다 더욱 기본이 되는 것은 정성일 지도 몰라요. 정성을 담기 위한 꾸준한 내실 다지기. 그 기본에 충실하기 위해 내실을 단단하게 다지면 스치기만 하던 기회들이 나를 놓치지 않을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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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인터뷰 | 해리단길 모루 과자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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