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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생루습 Sep 29. 2022

읽고 싶은 리플렛이 어딨어? 다 광고지.

정보는 드리고 싶고요, 그냥 버려지고 싶지는 않아요.


 

  추석이었다. 명절 특수 상품을 판매하는 회사의 마케터들이 다 그랬겠지만 두 달짜리 추석을 보냈다. 우리 브랜드는 지속적으로 성장 중에 있지만 이번은 예상 판매고를 훌쩍 뛰어넘는 바람에 정신이 몽땅 빠져나갈 뻔한 시즌이었다. 추석이 지나간 자리에는 품절과 텅 빈 재고 뿐. 다시 채워넣는 작업을 하다가 상품 리플렛이 똑 떨어진 것을 발견했다. 이왕 재발주 넣을 거, 신제품도 나왔는데 리뉴얼 작업을 해볼까? 괜히 기존 리플렛을 이리저리 돌려봤다. 


기존에 사용하던 3단 리플렛. 심플하고 필요한 내용만 들어가있다.


  지금도 깔끔하지만 지면 대비 내용이 적은 것 같고, 필요한 내용은 다 들어가 있지만 재미는 없고, 딱히 읽고 싶은 마음이 들지 않고. 그냥 버려질 것 같고.

  상품 정보만 제대로 전달하면 된다지만 그래도…. 


  확실히 좀 더 개선하면 좋을 것 같았다. 


  올해 혜윰 신제품 라인들의 전체적인 비주얼은 한국적이면서도 서양 신문의 느낌이 드는 디자인 형태를 가지고 있다. 특히나 고객이 가장 많이 보게 되는 제품 상세페이지는 더더욱 그러한 느낌. 우리는 이 디자인 결에 맞춰 이번 리플렛을 호외신문 형태로 만들어 보기로 했다. 




_

호외요! 

읽고 싶어지는 리플렛이오!


신문 느낌을 담아낸 혜윰 신제품 라인 상세페이지 상단부.


  리플렛에 기본적으로 들어가야 하는 내용은 이미 정해져 있었고, 디자인에 따라 컨텐츠를 추가하는 방향으로 잡았다. 넣고 싶은 게 많다보니 리플렛이 원래의 목적을 잃고 방대해질 수도 있었기에 디자인 레이아웃에 따라 내용을 덜어내기로 한 것이다. 마침 브랜드 담당 디자이너 역시 신문 디자인과 톤이 비슷한 레퍼런스들을 제시했고 상품 연출컷, 패키지 컬러, 상품 라인 등을 총체적으로 고려해 레퍼런스를 추렸다. 


리플렛 기획 얼개. 앞/ 뒤/ 내용면. 지금 생각했을 때 이 사이즈로 했으면 리플렛이 아니라 벽포스터가 됐을지도.


  아무래도 기획 초안은 러프하고 무겁다. 이면지를 이어붙여 신문과 비슷한 A3사이즈를 만들었다. 펜과 포스트잇으로 반드시 들어가야할 내용을 대강 네모상자로 배치하자 남는 지면이 어느 정도인지 한눈에 들어왔다. 더 들어갈 수 있는 컨텐츠를 리스트업하고 중요도에 따라 순위를 정했다. 중요도의 기준은 다양했다. 브랜드 메시지를 전할 수 있는 것, 브랜드 이미지를 나타낼 수 있는 것, 조금이라도 호기심을 자극할 수 있는 재미요소, 실질적으로 고객이 얻고 싶어하는 것, 버려지지 않고 재활용 되거나 실용적으로 사용될 수 있는 것 등…. 


  하지만 너무 많은 것을 담다보면 산으로 가기 마련. 명확하게 뾰족한 것들만 하나씩 뽑아 다시 추렸다.    


Point

겉면만 보여지고 버려지지 않도록 읽어보게끔 만드는 요소 필요 > 눈길이 가서 호기심이 동할 수 있는 요소> 리플렛 형태(컬러, 모양) or 컨텐츠 내용(키워드, 소재)

서브 브랜드와 연결성 부여 (혜윰-생루습)

고객의 자발적 액션 유발, 실질적으로 쓸모있는 것 > 고객이 원하는 것 > 실용적인 정보, 물질적인 혜택 > 브랜드에서 제공할 수 있는 물질적인 것 = 할인 및 증정, 실용적인 것 = 건강 관련 정보


  위의 세 가지만 더하기로 했다.



_

아니,

딱딱 말고 빡!이요ㅠ

  기획을 넘긴 마케터는 기획을 시각화하는 디자이너와 협업할 때면 자간 한칸, 어절 단위부터 관점이 다르다는 걸 깨닫는다. 우리가 말한 가독성은 눈에 빡! 인 반면 디자이너에게 가독성은 레이아웃에 딱딱 맞아 전체적으로 모나보이지 않는 미적 부분이다. 레이아웃에 맞추느라 문장이 어색하게 끊어지는 것도 초반엔 많이 신경쓰였다. 정돈된 디자인이 만들어 주는 브랜드 이미지가 있기에 이젠 적당한 타협점을 찾고 있지만.


  이번에도 그랬다. 리플렛 하단에 상품 소개가 전개되는데 자칫 복잡해질까봐 메인상품 몇 가지만 선정해 동일 라인별로 묶어서 전개하고자 했다. 하지만 디자이너는 신문 느낌을 더 내고자 모든 상품을 각각 떼어 바둑판 형태로 디자인한 시안을 보여줬다. 우리는 컨셉을 지키느냐, 상품소개에 충실하느냐 사이에서 치열하게 고민했다.


바둑판 패턴으로 배치된 상품과 소개. 리플렛 상단부는 세로로 읽는 방향이라 하단부에서도 자연스레 세로방향으로 읽히게 된다. 이때 상품이미지와 상품소개 문구 매칭이 애매해진다. 



  마케팅 ▶ 상단부 브랜드 소개에 많은 내용을 담았잖아요. 하단 상품 소개도 텍스트가 많으니 가독성 측면에서 정돈된 느낌이 필요할 것 같아요.

  디자인 ▶ 신문 느낌이 나려면 여백보다는 지금처럼 텍스트가 많은 편이 좋아요. 대신 정렬이 중요하고요.


  마케팅 ▶ 상단부와 하단부 읽는 방향이 달라서 바둑판 배치하면 상품 소개 부분이 상품 이미지랑 정확하게 매칭이 안 되는 것 같아요.

  디자인 ▶ 세로 방향으로 읽어내려오면서 길어지던 호흡을 한 번 잘라주기 때문에 상품 이미지에 한 번 더 시선이 갈 수 있어요. 


  그렇게 최상의 절충 지점을 찾았다. 바둑판 패턴으로 상품을 하나씩 나열하면서 각 상품별 맞춤 소개 문구로 수정했고, 규칙적인 문장 구조를 사용해 늘어난 텍스트를 어수선하지 않게 정돈했다. 마지막으로 디자인 레이아웃에 맞춰 배치하자 깔끔하면서도 오히려 상품 이미지가 눈에 잘 들어오게 되었다. 


최적의 사이즈를 찾아가기 위한 샘플들


  작은 택배 상자에도 동봉될 수 있도록 사이즈는 A3에서 B3로 변경했고, 접지가 잘 되는 얇은 종이이면서도 잉크 뒷비침이 적은 지류를 찾았다. 고객 입장에서 실질적으로 가장 원하는 건 ‘할인과 증정’ 이기에 뒷면 모퉁이에 쿠폰도 넣었다. 나를 위해 구매한 사람이든, 선물로 받은 사람이든 누구나 쓸 수 있는 쿠폰. 이 쿠폰은 등록해야 혜택을 알 수 있으며, 혜택은 게릴라성으로 변경된다. 할인이 될지, 증정이 될지는 열어봐야 안다.   


  받았을 때 바로 보이는 건 브랜드 로고.

  열어보면 모서리 쿠폰.

  한 번 더 열면 내용이 보이는 형태.


방금 나온 리플렛 최종.jpg  /  충무로에서 반대로 접지되어온 리플렛

  그래서 이렇게 만들어졌다. 그런데 끝까지 순탄히 끝나면 마케팅이 아니지. 


접지가 반대로 왔다. ㅎㅎ. 

이걸 언제 다 반대로 다시 접나 이마를 쳐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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