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시바 #슈퍼커브 #오토바이 #바이크카페
혜윰은 '건강을 위한 올바른 생각'을 더 많은 사람들과 나눌 방법을 고민합니다.
다양한 사람들의 삶과 일상의 이야기에 귀 기울이고 그들이 들려주는 저마다의 건강한 생각을 [인터뷰]에 담습니다.
우리가 전하는 이야기가 누군가에겐 공감을 넘어 작은 변화로 이어지길 바라봅니다.
Editor : Moon Year : 2023
'저희 가게는 혼자 오셔서 4인 테이블에 앉으셔도 됩니다'
테이블이 세 개인 카페 입구엔 이런 글귀가 적혀 있어요. 제가 만나 본 인터뷰이 성격을 바로 이 한 문장이 대변해 주네요.
스스로를 게으른 겁쟁이라 말하지만, 누구보다 책임감 있고 추진력 있는 삶을 나름의 여유로 채워가고 있는 허환 님의 이야기를 스-윽 읽어 보세요.
차가 없던 30대 초반에 카빙으로 처음 바이크에 입문했어요. 출퇴근 용으로 가볍게 시작했던 게 점점 바이크 매력에 빠져들며 취미로 정착된 것 같아요.
3박 4일의 부산 여행을 125cc 바이크로 다녀온 적이 있어요. 한 시간에 한 번씩 쉬었다 가다를 반복하며 엄청 고생했었는데, 당시엔 춥고 힘들었던 기억이 지나고 보니 큰 추억이더라고요. 그때부터 차보다는 바이크로 하는 여행을 즐겨 다녀요.
제가 캠핑을 좋아하는데, 바이크를 타고 캠핑을 다니다 보니 긴 시간 주행에도 안정적으로 짐을 실을 수 있는지지대가 필요하더라고요. 그때 검색을 통해 '시시바'라는 걸 알게 됐는데, 당시 제가 타던 클래식 바이크가 한국에 들어온 지 1년밖에 안 돼서 관련 제품을 구할 수가 없었어요.
원래 기계 제작일을 하던 저였기에 자연스레 바이크에 맞는 지지대(시시바)를 만들게 됐고 그 우연한 시작이 지금의 핸드개러지가 되었네요.
막상 만들었는데 이뻐서 팔아보면 어떨까 하는 호기심에 스마트스토어에 제품을 올려봤어요. 처음 1년 동안은 한 달에 한 개 정도 팔렸는데 슈퍼커브용 시시바를 제작하면서부터 매출이 조금씩 늘기 시작했어요. 바이크가 저렴하기도 하고 연비도 좋아서 젊은 분들이 많이 타는 기종이거든요.
고객이 늘다 보니 시시바를 직접 보고 싶어 하는 분들이 많아졌어요. 마침 창고도 필요했고, 쇼룸 겸 사용할 장소를 물색하다 막상 장소를 구하고 보니 처음 생각보다 공간도 넓고, 잘 꾸미면 괜찮겠더라고요. 그래서 월세도 충당할 겸 지금의 카페 핸드개러지를 완성하게 됐어요.
본격적으로 카페를 오픈한 건 4개월쯤 됐는데 어쩌다 보니 취미가 일이 되어 밥벌이를 하며 살고 있네요.
예전엔 친구들과 캠핑을 자주 다녔었는데, 요즘엔 다들 시간 맞추기가 어려워 주로 혼자 캠핑을 다니고 있어요. 보통 여행을 가면 그 지역에 유명한 곳도 구경하고, 맛있는 것도 먹어야 되는 게 생기잖아요. 그런 여행도 물론 즐겁지만 제가 생각했을 때 캠핑은 보통의 여행과는 다른 분명한 매력이 있는 것 같아요.
캠핑은 한 곳에 정착하면 일단 그 자리를 크게 벗어나지 않잖아요. 한 자리에서 자연을 보며 오랜 시간을 있다 보면 확실히 마음의 여유가 생기는 것 같아요.
제가 되게 게을러요. 머릿속엔 해야 할 일이 있다는 걸 분명 알지만 애써 무시하며 되게 무력하게 살아가고 있는데, 캠핑은 제 자신에 대해 깊이 있게 생각할 수 있는 시간과 장소를 만들어 주는 것 같아요.
캠핑의 순간만큼은 핸드폰도 멀리하며, 점심 먹고 생각하고 다시 저녁 먹고 생각하고를 반복하며 나에 대해서든 상대방에 대해서든 조금 더 명확히 생각을 정리하게 돼요. 저는 캠핑에서 정리된 생각들을 실천해 가며 한동안 열심히 살아가게 되는 것 같아요.
제가 욕심이 별로 없어요.. 야망도 없고 그래서 어릴 적 꿈도 그냥 평범하게 결혼해서 좋은 여자 만나 아이 낳고 그냥 소소하게 사는 게 제 꿈이었었어요.
사실 지금도 크게 달라진 건 없지만 나이가 한 살 한 살 먹을수록 아이를 낳기엔 좀 늦은 감이 있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거창하게 딩크족 까진 아니지만, 아이를 낳고 누군가를 책임질 만큼 제 스스로가 어른스럽지 않다는 생각이 들어요. 나 하나 건사 못하는 놈이 무슨 아이를 키우나 이런 생각이 들기도 하고요.
제가 좀 겁쟁이 같아요. 그래서 지금은 그냥 좋은 배우자 만나 친구처럼 오손도손 여유 있게 살고 싶은 마음이에요. 그냥 바람 막아줄 따뜻한 집에 먹고 싶은 음식 돈 생각 안 하고 한 번씩 사 먹을 수 있고, 1년에 한 번 해외여행 갈 수 있는 정도면 되는 것 같아요. 그 이상은 크게 바라는 거 없어요.
제가 궁금증이 좀 많아요. 많이 궁금해하고, 궁금한 게 있으면 알아야 하고, 또 해볼 수 있는 건 직접 해보고 싶어 해요. 그래서 찌라시, 스키강사알바, 유아체육선생님, 서빙, 바리스타, 빵 만드는 일, 야채가게 등 엄청 다양한 일을 해봤어요. 실패했을 때를 걱정하기보다는 '아니면 말고' 식의 가벼운 생각으로 많이 시도하던 저의 성격이자 습관이 지금의 저를 핸드개러지로 인도한 것 같아요.ㅎ
지금 가진 게 없어서 원래 불안해야 정상인데 왠지 모르게 마음은 여유가 있어요. 예전보다 지금 더 편안하고 안도감이 드는 건 아무래도 좋아하는 일을 하다 보니 제가 심적으로 많이 편안해진 것 같아요.
삶의 방향과 속도를 스스로의 의지로 만들어 간다는 건, 정말이지 어떤 삶과도 비교할 수 없을 만큼 멋진 일이에요. 내 나름의 방식으로, 나름의 노력을 기울이다 보면, 나답고 단단한 삶이 채워지고 있을 거예요.
조급해하지 마세요. 여유롭게 생각을 정리하는 일부터가 나다움의 시작이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