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육 성장 일기를 시작하며
30년 만에 자기 집이 생긴 부모님은 당신의 베란다 한 가득 식물을 들여놓았다. "집이 아니라 정글이다" 같은 말이나 내뱉던 다 큰 딸은 엄마가 왜 새 잎이 난다고, 꽃이 몇 송이나 피었다고 자랑하는지, 또는 달팽이가 제일 여린 잎을 갉아먹었다고 속상해하는지 몇 년 동안이나 이해할 수 없었다. 그리고 그 딸은 시집을 갔다.
시집간 딸에게도 작은 베란다가 생긴 것은 3년째 되던 해였던가. 일반적인 베란다보다는 꽤나 좁은 공간인지라, 처음 봤던 당시부터 약 1년 정도 쓸모없는 공간으로 남아 있었다. 그동안 삭막한 집을 장식해 보겠다던가 공기를 정화시키겠다며 하나 둘 사놓았던 식물은 전부 죽어나가고, 미안함에 더 이상은 같은 실수를 반복하지 않겠다는 다짐도 몇 번째였다. 어느 가을에서 겨울로 들어가는 계절에, 누군가 '다육이'를 길러보라며 추천했다.
대체 '다육이'가 뭐예요?
이름을 들어도 뭘 의미하는지 알 수가 없어서 되물었던 터였다. 식물의 한 종류라 한다. 정식 명칭은 '다육식물'인데, 사람들은 '다육이'라고 부른다. 개가 멍멍이가 되고 고양이가 야옹이가 되는 건 이해할 수 있지만, 식물에게까지 애칭이 붙을 수도 있는 건가? 여하튼 그 '다육이'를 사겠다고 들른 회사 앞 꽃집에서 나는 작은 나무처럼 생긴 식물을 하나 집어 들었다.
"제가 이걸 잘... 키울 수 있을까요?"
"못 키울 게 뭐가 있어요? 대신 끌려다니지 말고 이겨먹어야지"
"이겨먹어요?"
"엄마들이 왜 식물을 잘 기르는 줄 알아요? 적당히 내버려두고 적당히 돌봐줄 줄 알기 때문이야. 맨날 신경 쓴다고 식물한테 끌려다니면서 물 주고 건드려봐 어떻게 되나"
화원 어머니와의 선문답을 끝내고 얼떨떨한 기분으로 '다육이' 화분을 하나 집에 들고 온 이후, 무언가에 홀린 듯 다육이를 모으는 삶 - 이때까지만 해도 작은 피규어처럼 다육이는 '모으는' 수준의 것이었다 - 이 시작되었다.
작은 다육식물 몇 개가 놓이기 시작한 베란다는 오직 다육이를 위한 공간으로 변신했다. 3년 남짓한 시간 동안 수많은 다육이가 거쳐갔고, 수많은 다육이가 자라고 있다. 그 동안 느끼고 배웠던 것들을 풀어보고자 한다. 이 글을 읽는 당신에게도 작고 예쁜 당신만의 정원이 생기기를 바라며.
p.s 화원에서 산 첫 다육이는 작은 나무처럼 생긴 '염좌'였다. 지금도 잘 지내고 있다. (살짝 구석으로 밀려나긴 했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