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채화 고무나무의 새 잎 성장기
팔다리를 잡아당기듯 축축 쳐지게 하는 더위 속에 진한 여름이 계속되고 있다.
이사 후 새 베란다에서 적응하는지 조용한 다육이들에 비해, 관엽식물들은 확연히 생기를 띠기 시작했다. 다육이들에게 베란다 전부를 내주어야 했던 이전 집과는 달리 햇빛 잘 들고 바람 잘 부는 베란다 한 자리를 차지했기 때문일까? 시들거리던 시암 오로라와 옥안나가 드디어 허리를 펴고 새 잎을 뿜어내었고, 가지가 말라죽어가던 홍콩야자는 파릇파릇한 새 잎을 내어놓기 시작했다. 다행이다 정말.
수채화 고무나무라는 이름의 식물을 처음 본 건 1년 전쯤이었는데, 이름 그대로 붓으로 쓱쓱 덧칠해놓은 듯한 무늬에 한눈에 반했던 터였다. 하지만 같은 이름을 가지고도 다른 얼굴을 한 고무나무 시리즈는 왜 그리 많은지. 또한 '칼라 고무나무' '수채화 고무나무' '무늬 고무나무' 등의 다양한 이름을 가지고 있어 한 번에 찾아내기도 쉽지 않았다. 그러던 올해 여름 초입, 드디어 수채화 고무나무를 새 식구로 맞이하게 되었다.
분갈이 후 얼마간 적응하느라 위태위태해 보이던 녀석은, 한 달 정도 지나자 드디어 자리를 잡고 예쁜 새 잎을 내어 놓았다. 이사 준비에 정신이 팔려 새 잎이 다 나오고서야 이를 알아차린 자신을 원망하며, 다음을 기약하던 터였다.
새 잎이 위풍당당하게 자라나 한자리를 차지할 때쯤, 또 다른 새 순이 고개를 내밀었다. 새 순은 조그맣게 돋아났다가, 시간이 지나면서 빨갛게 변했다. 빨갛게 솟은 잎대는 마치 나무줄기처럼 보일 뿐이라서, 이 뾰족한 잎대가 어떻게 새 잎으로 변신할지는 그동안의 경험으로는 상상도 못 할 일이었다.
드디어 세상에 나올 준비가 다 된 걸까? 세상 단단해 보이던 빨간 잎대가 내어준 자리에는 또르륵 말린 새 잎이 등장했다. 빨간 잎대는 그림자처럼 새 잎에 붙어 자리를 지키다가, 이틀 만에 호르륵 떨어져 나갔다. 그 사이 새 잎은 무사히 자리를 잡은 듯하다.
수채화 고무나무의 무늬는 들여다볼수록 아름답고 신기하다. 사람이 만든 것 같지만 사람이 만들어 낼 수 없다. 예쁜 그림이 그려진 새 잎은 여린 연둣빛으로 반짝이고, 먼저 난 잎들은 진득하게 색을 더해가고 있다. 더위에 지친 사람에게 즐거운 기운을 불어넣어 주는 이 멋진 반려식물은 사랑할 수 밖에 없다.
수채화 고무나무와 옥안나는 물이 필요할 때 온몸으로 표현한다. 잎이 아래로 축 처지며 왠지 힘이 없어 보인다면 100% 시위 중이다. 물 달라고.
여름철이라 단수 중인 다육이들과는 달리, 짧게는 5일에서 일주일에 한 번 정도는 물을 주고 있다. 기온이 낮은 밤에 주고 바람이 잘 통하는 곳에 두는 것은 기본으로 지켜준다.
크고 멋진 화분에 담겨 있는 수채화 고무나무는 가격이 천차만별이지만, 직접 분갈이가 가능한 작은 사이즈의 수채화 고무나무는 5천 원 안팎으로 구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