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 이름이 어떻게 지어졌나 했더니
대부분의 다육이들이 새 베란다에 적응하느라 바쁘기만 한 9월의 어느 날, 조용하게 지내던 축전祝典의 머리 위에 꽃대의 흔적이 슬며시 고개를 내밀었다. 너무 빼꼼하여 꽃대인지 뾰루지 인지도 모를 그것을 알아본 순간, 한동안 복잡하게 엉켜 있던 머릿속에 한 줄기 빛이 내려오는 기분이 들었다.
드디어, 올해에도 네 꽃을 또 볼 수 있겠구나!
작은 꽃대는 하루 이틀 만에 곧 제대로 된 형상을 찾아가기 시작했다. 상큼한 오렌지색의 꽃을 피우겠다는 확실한 예고와 함께.
하루가 멀다 하고 길어지는 꽃대를 보고 있자니 마음이 싱숭생숭하다. 평일엔 아침저녁에만 볼 시간이 나는데, 이 녀석이 주말 되기 전에 활짝 필 모양인 것이다. 아니, 이미 모아진 꽃대의 모양이 살짝 달라진 것으로 보아 사람이 없는 사이 마음껏 기지개를 피고 돌아온 모양이다. 다행히라면 다행인 것은 축전의 꽃이 며칠 간은 계속 될 거라는 사실을 알고 있다는 것이지만, 그래도 가장 건강하고 예쁠 때 활짝 핀 모습을 남기고 싶은 것이 주인의 작은 소망인 것이다.
조금 일찍 집에 돌아온 어느 평일 오후 - 눈에 반짝, 오렌지빛 작은 꽃이 들어왔다.
꽃이다! 하늘로 쏘아 올린 축포 같은 꽃이다!
곧 동네방네 소문낼 곳 찾아 뛰어다니며 소리치고 싶은 심정이 된다. 매년 만나도 매년 반갑고 매년 고맙다.
눈으로 보는 만큼의 미모가 모두 담기지 못함을 아쉬워하며, 이리 저리 사진 속에 그 모습을 담아둔다. 꽃잎에는 차르르한 펄감이 돌아, 가까이 다가가 볼수록 더 예쁘다. 활짝 펼쳐져 있던 꽃잎이 사라락 닫히려는 준비를 할 때 겹겹이 쌓여 있던 꽃잎을 한 장 한 장 확인할 수 있다.
드디어 햇살이 가득했던 토요일 나는 원 없이 그 불꽃놀이 같은 작은 꽃의 기록을 남겨둘 수 있었다. 올해에도 너는 이렇게 피어 기쁨을 주는구나, 고맙단 말을 걸어본다.
축전祝典이라는 이름의 의미가 이제야 확실히 다가온다. 너로 인해 내 가을은 온통 축제가 되었다.
Epilogue.
제 얼굴만 한 크기의 꽃은 늦은 오후부터 서서히 오므라들기 시작하여 저녁이 되면 다시 꼭 닫힌 처음 모습으로 돌아간다. 마치 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
그렇게 일주일 간의 축제를 끝내고 한 송이가 지고 나면 또 한 송이가 피어난다. 또 다른 꽃송이도 자기 차례가 오기만을 기다리고 있다.
한 번에 다 함께 피어 화려한 축제를 보여주는 대신에, 천천히 주인의 아쉬움을 달래고 또 달래주는 방법을 택했나 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