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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YB Mar 01. 2021

나는 어떻게 프로덕트 매니저를 시작했을까?

프로덕트 매니저가 처음인 당신에게 들려주는 필자의 경험담

프로덕트 매니저/서비스 기획자를 준비하는 주니어를 위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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들어가며


약간은 긴장된 마음으로 오피스에 도착한 당신. 인사 담당자의 안내를 받아 자리에 도착한다. 건너편 책상에는 3개의 모니터를 번갈아 쳐다보며 코드를 설계하는 엔지니어가 보인다. 뒷자리에는 고민스러운 표정으로 와이어프레임(Wireframe)을 쳐다보는 디자이너가 있다. 라운지 테이블에서는 여러 사람들이 데이터 차트를 보고 열띤 토론을 한다. 때마침 시니어 디렉터가 다가온다. 우리 팀의 제품 로드맵이라며 지라(Jira) 대시보드를 보여준다. 그렇게 주니어 프로덕트 매니저로서 첫 날을 시작한다.


프로덕트 매니저(Product Manager). 조직에 따라 프로덕트 오너(Product Owner), 서비스 기획자라고도 불린다. 명칭에 따라 기대하는 역할은 조금씩 다르지만 큰 맥락에선 제품(서비스)을 기획하는 역할이다. 이미 실리콘밸리 기업에서 정착된 프로덕트 매니저는 국내 IT 업계에서도 차츰 관심을 받고 있다.


필자도 관련 업무를 하다 보니 프로덕트 매니저를 고민하거나 준비하는 분들께 질문을 받곤 한다. 이야기를 듣다 보면 프로덕트 매니저란 개념도 익숙지 않고, 무슨 역할을 하는지 모호하고, 따라서 어떻게 준비해야 하는지 막막해하는 경우가 많다. 충분히 공감하는 상황이다. 디자이너, 엔지니어, 데이터 분석가처럼 특정 기술을 활용해 산출물을 만드는 역할이 아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문제를 탐색하는 것부터 제품을 고객에게 선보이기까지 모든 과정을 관여한다. 즉, 드러나지 않지만 다양한 업무를 맡는 게 프로덕트 매니저이다.


프로덕트 매니저로서 같은 고민을 가졌던 필자가 도움을 주고 싶었다. 1년 정도 100명이 넘는 대학생, 직장인에게 멘토링을 진행해왔다. 그 과정으로 정리한 생각을 글로 옮겼다. 필자가 프로덕트 매니저의 정답이라 할 수 없다. 경험도 더 풍부하고 능력이 뛰어난 시니어도 많다. 그럼에도 이 일을 먼저 시작한 입장에서 작은 이정표는 되어줄 수 있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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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서비스 기획을 시작한 계기


우선 필자가 겪어온 커리어를 이야기하려 한다. IT와는 딴판인 관광학 전공자로 사수 없이 시작한 경험담이 막막한 당신에게 작은 공감과 용기가 될 거라 생각한다. 지금까지 2곳의 초기 스타트업, 2곳의 대기업을 거쳐 중고거래 커머스의 프로덕트 오너로 일하고 있다.


기획일을 처음 시작한 곳은 대기업 영업맨 출신 대표가 설립한 여행지도 스타트업이었다. 지도 교수님의 소개로 방학 동안 PPT 아르바이트를 시작하게 되었다. 당시 대표 혼자서 막 창업한 상황이었고 서비스를 본격적으로 준비하는 시점이었다. 유일한 직원이었던 필자에게 서비스 화면을 그려달라는 요청을 했었고, 어느새 웹 서비스를 기획하는 나 자신을 발견했다.


다음 해 아일랜드 워킹홀리데이에 필요한 자금을 모을 겸 정식 직원으로 입사했다. 회사에는 기획 업무를 알려줄, 어깨너머로라도 배울 시니어는 없었다. 막막한 마음으로 퇴근 후 서점에서 IT 서적들을 둘러보기도 했다. 인하우스 엔지니어가 합류하기 전까지 외주로 서비스를 개발했었다. 일감을 주는 갑(?)인데도 불구하고, 매번 쓰디쓴 피드백을 받고 스토리보드를 열심히 뜯어고쳤었다. 그래도 직원을 믿어준 대표 덕에 프로토타입으로 벤처경진대회 대상을 차지하는 영광도 안았다.


그동안 거쳐왔던 서비스들


대학을 졸업하고 다른 여행 스타트업 초기 멤버로 합류했다. 현지인 가이드와 자유 여행객을 매칭 해주는 C2C 플랫폼인데 필자가 딱 만들고 싶었던 서비스였다. 그곳에서 제품 성장 지표를 정의하고, 이를 추적할 데이터를 수집하고, 지표를 성장시키기 위한 여러 시도들을 했었다. 그때 퍼널 분석이라는 개념을 익히고 GA와 같은 데이터 시각화 툴의 기초도 이해할 수 있었다.


제품 퍼널을 조금씩 개선했지만 유입한 유저수 자체가 늘지 않았고, 플랫폼만으로 사업을 지속하기 어려웠다. 당장 생존을 위해 여러 차선책을 실행했는데, 지금 돌아보면 리소스를 분산시킨 아쉬운 결정이었다. 같은 비전을 품은 사람들이 모인 팀이었지만 서비스를 접어야 했다. 꿈으로만 먹고살 수 없다는 냉정한 현실을 배웠다. 서비스 기획자로 밀도 높은 성장부터 해야겠다고 생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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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덕트 오너로의 본격적인 도전


국내 대표적인 오픈마켓 기업 11번가로 이직했고 상품 등록 기획업무를 맡았다. 고객의 상품 탐색 경험을 개선하고자 구매 옵션을 표준화하는 프로젝트에 참여했다. 그 과정에서 다양한 오픈마켓 셀러들을 만나며 국내 이커머스 시장구조를 전반적으로 배웠다. 임직원이 1천 명이 넘는 대기업으로 이전 회사에서 경험할 수 없던 조직 문화와 시스템도 경험할 수 있었다.


시간이 흐르니 '빠른 배송'이 이커머스 경쟁 판도를 좌우하고 있었다. 고객들은 쿠팡의 로켓배송, 마켓컬리의 새벽배송에 신선한 충격을 받고 있었다. 자동화물류센터, 지역거점의 이마트 PP센터를 보유한 SSG.COM도 잠재력이 풍부하다고 생각했다. 그곳으로 직장을 옮겨 온라인 장보기 매장을 개선하는 업무를 맡았다. 더불어 신규 버티컬 서비스의 백오피스 기능을 구축했다.


두 기업 모두 조 단위의 연간 거래액, 체계화된 조직, 업무 시스템을 갖추었다. 그러나 실무자로서 의사결정이 정해진 상황에서 제한된 제품 기획을 해야 했고, 워터풀(Waterfall) 방식으로 기획, 디자인, 개발 업무가 분절되었다. 현재는 고객 경험을 중심으로 협업 구조가 만들어진 애자일(Agile) 조직의 프로덕트 오너로 일하고 있다. 여기서는 고객/기술/사업을 아울러 제품의 방향성을 검토하고, 수행할 과제의 우선순위 결정에 참여하고 있다. 물론 구성원들과의 많은 협의가 필요하지만 필자의 생각을 제품에 반영할 기회가 이전보다 많아졌다.


필자도 이런 시행착오를 거쳐 프로덕트 오너로 커리어를 이어왔다. 그러니 현재 마주한 고민이 온전히 당신만의 것이 아니란 걸 알아줬으면 한다. 분명 필자에게도 새로운 고민과 선택이 필요한 시점이 올 것이다. 그렇게 멈춰 서서, 때로는 반걸음 뒤로 물러나는 게 자연스러운 성장통이 아닐까 싶다. 포기하지 않으면 한걸음을 내딛는 날들을 보면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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