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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누워서갈비 Aug 05. 2021

조금 이른 글쓰기 중간정산

매일 글쓰기를 위한 멘탈 관리



매일 글쓰기를 시작한 지 2주가 지났다. 매일 글쓰기 선언(?) 이후, 주말을 제외하고 매일 써서 총 10개의 글을 올렸다. 첫 주가 지나갈 때쯤에는 오히려 괜찮았다. 체력도 좋았고 글감도 잘 떠올랐다.


둘째 주로 접어들자 '와, 이거 장난 아니구나.' 싶었다. 글 쓰는 시간을 확보하려고 노력은 했지만 시시각각 달라지는 변수까지 완벽히 통제하기는 어려웠다. 시간과 에너지가 함께 고갈되어 아이와 함께 잠드는 일이 며칠째 계속되었다. 생각 역시 점차 고갈되어 갔다. 하나의 글에 나를 완전 쏟아붓고 나면 다음 날의 글은 머리가 텅 빈 채로 쓰고 있는 느낌이 들었다.


처음 매일 글쓰기를 시작할 때보다 부담감도 늘어났다. '일기보다 약간 나은 글 정도로 부담 없이 써보자.'라고 생각했을 때는 첫 문장을 가볍게 시작할 수 있었다. 그런데 구독자 수가 조금씩 늘면서 예상하지 못했던 마음이 생겨났다. 그래도 어느 정도 퀄리티 있는 글을 발행하고 싶다는 마음. 애정 어린 오버랄까. 하지만 이런 마음이 오히려 글에 독이 되고 있다. 힘을 잔뜩 주고 붙들고 있으니 글이 산으로 갈 수밖에.




그럴 때면 다른 작가들은 어떤지 찾아보았다. 역시 글 쓰는 건 나만 힘든 게 아니었다. 쉽게 글을 쓰는 것처럼 보이는 사람도 글 쓸 때 나처럼 괴로워한다는 것을 알자 묘한 위로가 되었다. 대단하다고 알려진 작가일수록 위로는 배가되었다. '젊은 작가상'을 2회 연속 수상한 정영수 소설가는 글쓰기 비법을 묻는 말에 이런 대답을 했다.


[유튜브 편집자K] 젊은작가상 2회 연속 수상 정영수 소설가에게 글쓰기 비법 물어봄. 2019.6.30


그냥 써야 써지는 거더라고요. 글이라는 건 정말 써야지 써진다. 글을 쓰려고 키보드 앞에 앉아서 글을 쓰잖아요. 한 줄만 쓰면 이 문장이 별로라는 생각 때문에 미칠 것 같은 거예요. 나중에는 막 구역질이 나요. 토할 것 같고 멀미가 나요. 내가 쓴 글이 너무 별로고 너무 싫어서. 근데 좋은 글을 쓰고 싶다는 생각이 너무 강하게 있는 거죠. 그래서 계속 싸워요. 그래도 써야 좋아진다.



솔직히 이 분의 소설을 읽어본 적은 없지만 젊은 작가상 연속 수상이라니. 대단한 분이다. 하지만 이분도 글을 쓸 때 토할 것 같단다. 이런 솔직한 이야기에 힘을 얻게 된다. '와! 저도 토할 것 같아요!' 그래도 써야 써진단다. 그래도 글을 쓰고 싶다면 말이다.




한 번은 이런 주문도 외워보았다. '나는 이슬아다.' 매일 글을 써서 구독자에게 배달하는 '일간 이슬아'의 이슬아 작가 말이다. 어쩐지 이슬아 작가는 어려움이나 두려움 없이, 담담한 얼굴로 매일 자정 이메일 '보내기' 버튼을 눌렀을 것 같다. 자신에 글에 대한 자신감으로 가득 찼을 것만 같다. 어쩐지 나 혼자 그렇게 생각하곤 이슬아 작가의 애티튜드를 배우고 싶어 글과 인터뷰를 찾아보았다. 그런데 내가 생각한 것과는 조금 달랐다.


[책읽아웃] 글쓰기, 해상도를 높여서 사는 일. 오은의 옹기종기(162회). 2020.11.19


(나의 글에) 감탄할 때도 있는데요. 빈도가 딱 열 번 중 한 번 정도인 것 같아요. 대체로는 자괴감도 들고 그래요. 그래서 다음 날 마감이 또 있는 것이 위안이 되곤 해요. <일간 이슬아> 연재를 할 때는 어제 못 써도 오늘 만회할 수 있잖아요.


이슬아 작가도 자신이 쓴 글에 매번 감탄하지는 않는다니. 다들 자신의 글에 대해 꽤나 야박하. 그녀는 내일의 마감이 나를 또 기다리고 있는 것이 다행이라고 말한다. 보완할 기회가 있으니까. 또한 책 <부지런한 사랑>에서는 글쓰기의 '꾸준함'에 관해 이야기한다. 꾸준함 없는 재능은 힘을 잃지만 재능 없는 꾸준함은 의외로 막강하다. 재능이 있든 말든 어쨌든 계속 쓰는 사람만이 더 나아질 수 있단다. 나도 눈에 보이지는 않지만 뭔가 어제보단 조금씩 나아지고 있겠지. 죽을 둥 살 둥 하는 노력이 그냥 흘러가버리진 않겠지.



매일이 힘드니까 주말에는 쉬었고요. 그렇게 한 달 해보니까 너무 힘들어서 중간에 친구 코너 도입으로 정확히는 주 4회로 합의를 보았죠. 그렇지만 역시 그것도 정말 힘들었어요.

-[책읽아웃] 이슬아에게 ‘셰에라자드’란? 오은의 옹기종기(60회). 2018.12.6



이슬아 작가의 또 다른 인터뷰에는 이런 꿀팁(?)도 있었다. 매일 연재 노동을 해보니까 너무 힘들어서 본인 글은 주 4회로 줄였단다. 그럴 수도 있구나. 돈 받고 하는 이슬아 작가도 그렇게 했는데 나라고 못할 건 없었다. 힘들어서 끝까지 못하는 것보다 조금씩 유연하게 바꾸어 가는 게 낫다. 나는 허리디스크가 있고, 요즘은 매일 글 쓰는 시간을 빼느라 재활치료를 게을리했다. 나 혼자 이렇게 진지한 게 조금 우습기도 하지만 주 4회로 줄이는 것도 고민 중이다.



어쨌든 매일 글 쓰면서 멘탈을 잡기 위한 이런저런 고민을 하는 것은 매일 쓰는 것이 즐겁기 때문이다. 매일 쓰는 것을 지속하고 싶기 때문이다. 매일 글쓰기는 나의 재능에 대한 의심을 지우게 하는 행위, 경험을 통해 글쓰기의 감을 길러주는 행위, 매일 하는 일을 통해 삶의 감각을 찾는 행위이다. 정신과 체력이 허락하는 한, 시간과 사유의 밸런스를 잘 맞추면서 이 일을 계속해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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