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봉규
프랙탈 이론, '작은 구조가 전체 구조와 비슷한 형태로 끝없이 되풀이한다' 나심 탈레브가 블랙스완 첫 장에 경의를 표한 수학자 베누아 만데브로가 창안한 이론이다. 만데브로가 블랙스완 내용을 극찬했다는 점은 차지하고, 내 관심사는 블랙스완과 프랙탈 이론은 어떤 관련성이 있는가이다.
혹자는 1987년 블랙먼데이 사건을 경험한 탈레브 자신이 받은 충격과 공포의 본질을 납득하기 위한 분투 끝에 프랙탈 이론이 가장 잘 설명하고 있다는 확신을 가졌다고도 한다. 그래서 더 궁금하다. 작은 구조가 전체 구조와 비슷한 형태로 끝없이 되풀이한다는 이 명제 한 문장으로 탈레브는 어떤 현상을 설명하고 납득한 것이다.
내가 든 생각은 이렇다. 작은 구조는 우리가 살고 있는 일상이다. 대부분 일상은 규칙적이다. 한데 이 규칙이 깨질 때가 있다. 교통사고가 대표적이다. 특히 내 과실이 아닌 타인의 실수로 인한 교통사고는 예측할 수 없다. 2차 선인 차선이 있다. 하나는 좌회전 차선이고, 그 옆은 직진 차선이다. 신호를 잘 따를 경우 일상은 평온하다. 이 평온함은 안정적이고 따듯하다.
하지만 철재가 부딪혀 찌그러지는 소리를 듣는다. '쾅~' '퍽~' 등. 십중팔구 사고가 난 것이다. 직진 차량이 좌회전을 했고, 좌회전 차선 차량은 직진을 한 경우이다. 시시비비를 가리느라 두 운전자는 서로에게 사납기 그지없다. 도로에 늘어서 있는 차량은 아랑곳하지 않은 채 말이다. 블랙박스가 있으니 시시비비는 금세 가려질 것이다.
중요한 점은 두 운전자 모두 자신의 차량 운행 방향을 차선과 다르게 차를 몰고 있다는 점을 인식하지 못한 경우이다. 교통사고 과실을 따질 때 한 운전자에게 일방적으로 100% 책임을 묻지 않는 경우는 이 때문이다. 이른바 쌍방 과실. 하지만 둘 중 하나는 억울하기 그지없는 것이 교통사고 특징 중 하나다.
그렇다고 블랙스완이 쌍방 과실이라는 말은 아니다. 교통사고 중 극히 드문 운전자 한 명이 100% 책임이 있는 경우 이를테면 음주 운전과 같은 일이 블랙스완이라고 할 만하다. 사실 음주 운전은 그 위험성을 모두 인지하고 있지만 매년 줄어들지 않고 있다. 이 일상의 반복은 무엇을 의미하는가?
나심 탈레브의 식견을 빌면 이렇게 말할 수 있다. 911테러 사건을 프랙탈 이론으로 접근하면 작은 해안선이 보이는 데, 음주 운전은 그 해안선과 같다는 것이다. 프랙탈 이론은 수학자 만 데 비로 가 영국 해안선 길이를 측정하고자 샘플로 뜬 한 지역 해안선 모습이 영국 전체 해안선과 유사하고 이는 무한 반복하고 있다는 점을 발견해 수학적으로 정리한 것이다. 즉, 911테러는 음주운전 사고처럼 피해자는 운전자의 음주 사실을 전혀 모르는 채 겪는 블랙스완이라는 점이다. 이런 일을 정말 피할 수 있는 것일까? 나심 탈레브는 이렇게 조언을 한다. 우리 일상 작은 구조에 대한 민감성을 높이라고 말이다.
민감성을 높이는 방법으로 나심 탈레브가 제시한 것은 '회귀적 속성을 경계하라'라는 말이다. 이를테면 어떤 사건이 일어날 법 하지 않았기 때문에 발생했다. 이른바 무작위로 일어난 것이라는 설명을 의심하라는 말이다. 요컨대 음주 운전은 무작위로 일어난다는 말을 의심하고 경계하라는 말이고, 블랙스완은 사실 무작위로 일어나는 일이 아니라는 말 같았다. 나심 탈레브는 프롤로그에서 그 심정을 이렇게 밝혔다.
'왜, 이런 일이 되풀이되는 것일까? 이 의문을 풀려면 상투적인 지식을 전복시켜서, 이런 지식이 복잡다기하며 회귀적인 속성이 갈수록 강해지는 현대 사회의
상황에 들어맞지 않음을 보여 줄 필요가 있다. 이것이 이 책의 중심 주제다.'
이 한 문단이 나심 탈레브가 블랙스완을 빌어 하고 싶은 메시지 핵심이다. 이렇게 정리할 수 있다. 불확실성은 엄밀하게 말하면 알 수 없다. 하지만 모른다는 사실을 내 어떤 노력으로 알 수 있다면 적어도 최악의 상황은 대비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 우리 일상의 작은 사건에 민감해야 한다. 특히 사건을 대하는 회귀적 속성을 경계해야 한다는 것이다. 회귀적 속성으로 음주 운전을 막을 수 없다는 말이다. 특히 우리 사회 곳곳에서 일어나는 일을 대하는 태도로 회귀적 속성은 주의하고 경계해야 한다는 것이다. 911 테러 10년 후 2011년 월가를 점령하라는 아큐파이 운동은 회귀적 태도에 대한 자성의 목소리였다. 하지만 아큐파이 운동 이후 자성 없는 지난 십여 년을 보냈다. 그 결과 우리는 지금 로코나 대유행을 겪고 있다.
#나심탈레브 #블랙스완 #프랙탈이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