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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한봉규 PHILIP Feb 25. 2022

[IBP][북스터디] 블랙스완 · 루딕의 오류

#한봉규

나심 탈레브는 블랙스완을 발견하지 못하는 것은 루딕의 오류를 겪기 때문이라고 1부 9장에서 마지막으로 밝혔다. 루딕의 오류는 뭘까? 탈레브는 존 박사와 뚱보 토니 두 사람을 통해 이해를 도왔다.

NTT(필자): 동전 던지기를 해서 앞면과 뒷면이 나올 확률이 똑같다고 합시다. 이제까지 아흔아홉 번 던져 모두 앞면이 나왔습니다. 자, 다음에 던질 때 뒷면이 나올 확률은 얼마인가요?

존 박사: 뻔한 질문이오. 당연히 2분의 1이지, 애초에 한 번 던질 때마다 앞뒷면이 나올 확률은 2분의 1이라 하지 않았소?

NTT: 토니, 당신은 어떻게 생각합니까?

뚱보 토니: 내 생각에는 당연히 1퍼센트밖에 안 되지.

NTT: 어떻게 그렇죠? 처음 시작할 때 이 동전의 앞뒷면 확률은 50퍼센터씩이라고 하지 않습니까?

뚱보 토니: 그런 '50퍼센트' 게임을 하는 사람은 봉 아니면 사기꾼이오. 한쪽을 무겁게 만들어 놓았을 거요. 공정한 게임이라니, 어림 없는 소리.(아흔아홉 번 던져서 모두 뒷변이 나왔다니, 동전의 앞뒤 확률이 똑같다는 처음 가정이 잘못된 것이야.)

NTT: 그렇지만 존 박사는 50퍼센트라고 하지 않습니까.

뚱보 토니: (내 귀에 입을 가까이 대고 속삭인다.) 은행을 할 때부터 이런 헛똑똑이들을 잘 아는데, 이 친구들은 머리가 제대로 돌질 않는 데다가 너무 일에 치였어. 이런 사람에게 작업을 걸면 쉽게 넘어가지.

자, 이 두사람 중 누구에게 뉴욕 시장을 맡길 것인가? 존 박사는 완전히 틀에 박힌 사람이고, 뚱보 토니는 이 틀을 완전히 무시하는 사람이다.

헛똑똑이란 지나치게 틀에 잡혀 생각하는 사람을 뜻한다(블랙스완 1부 9장 220p).

루딕의 오류, 아래 유튜브 영상은 '존 박사와 뚱보 토니' 대화를 토대로 만든 영상입니다(만드신 분께 경의를 표합니다). https://youtu.be/3vNuwZQH1HE

사례 소개를 마친 탈레브는 느닷없이 두 사람 중 누구에게 뉴욕 시장 직을 맡길 것인가?라는 질문을 했다. 개인적으로 참 뜬금없는 질문 같았다. 사실 블랙스완 전체는 이처럼 갑자기 총구를 이마에 들이대는 듯한 느낌을 주는 질문이 꽤 많다. 원문도 이런 느낌인지는 알 수 없지만 적어도 번역 본은 '번역은 후지고 쓸데 없이 두껍고 값만 비싼 책'이라고 한 줄평을 남기고 싶을 정도다.

이 얘기는 각설하고 다시 루딕의 오류로 돌아가면, 탈레브는 평범의 영역에 있으면 하늘이 무너져도 블랙스완은 볼 수 없다는 점을 가공의 인물 존 박사를 통해 얘기한 것이다. 이를테면 틀에 박혀 있다면 그렇다는 것이다. 반면에 뚱보 토니에 대한 탈레브 코멘트는 '틀을 완전히 무시하는 사람' 이라는 한 줄 뿐이다. 예컨대 '뚱보 토니가 바로 극단값의 상징이며 존 박사보다 블랙스완을 볼 확률이 더 높다'쯤으로 코멘트 할 줄 알았다. 하지만 탈레브는 비정했다. 곧바로 코모 호수에서 겪은 얘기로 넘어갔다.

블랙스완을 주제로 열리는 자유토론 모임에 참석한 탈레브는 여러 연사에 대한 인상 비평을 쏟아냈다. 한데 그의 평이 블랙스완과 어떤 관련이 있는 지는 두어번 더 읽어야 이해할 수 있을까 싶을 정도다. 어쩌면 그것보다 탈레브가 더 관심 둔 것은 자유토론 장이 열린 라스베이거스란 도시를 비토하면서 카지노를 대상 삼아 얘기한 점이 루딕의 오류 속살을 적나라하게 드러낸 듯 싶었다. 그 얘기를 하면 이렇다.

항상 자금을 잃을 위험에 처해 있는 카지노 사업의 경우를 생각해 보자. 운 좋은 도박사들이 거액의 게임에 연전연승하고 사기꾼들이 갖가지 치사한 방법으로 돈을 빼돌리는 곳이 곧 도박장인지라, 카지노란 언제든 망할 수 있는 사업이라고 사람들은 생각한다. 이런 생각은 카지노 경영진도 마찬가지라서 카지노마다 속임수 추적 시스템, 카드판독기, 그 밖의 온갖 비법을 궁리하는 사람들을 추적하는 감시 장비를 운영하고 있다(블랙스완 1부 9장 223p).

요컨대 운 좋은 도박사와 사기꾼 때문에 카지노는 망할 수 있다는 생각은 루딕의 오류 즉, 헛똑똑이라는 것이다. 그런데 나심 탈레브의 이 지적은 쉽게 동의할 수 없었다. 카지노가 망하는 원인을 도박사와 사기꾼 때문이라는 지적 말이다. 카지노가 파산했다는 소식을 접한 적이 없는 점도 이유이고, 카지노는 도박사와 사기꾼 때문에 망할 리 없다는 짐작 때문이기도 하다. 해서 카지노가 망한다는 통상의 인식 범주에 다른 이유를 들었다면 탈레브가 다음 네 가지 카지노 손실 원인은 좀 더 설득력이 있었을 것이다.

여튼간에 탈레브는 사실 카지노가 망하는 데에는 카지노 측 우려 즉, 도박사와 사기꾼 때문이 아니고 아래 네 가지 이유 때문이라는 것이다. 요약하면 이렇다.

첫째, 호랑이를 등장시키는 쇼를 만들기 위해 지출한 1억 달러때문이다. '지그프리드와 로이' 두 사람은 호랑이를 젖먹이 때부터 키워 쇼를 완성했고, 종신 계약을 맺었지만 2003년 호랑이가 두 사람 목을 무는 사고로 쇼를 중단할 수 밖에 없었다. 이런 사고가 있을 것이란 생각은 누구도 하지 못한 점이 사실 블랙스완이었다는 것이다.

둘째, 호텔 합병 과정에서 불만을 품은 계약자에게서 비롯되었다. 이 사람은 자신에게 제시된 청산 결과에 상처를 받아 카지노를 폭바시키려 했다. 그의 계획은 지하실 기둥 주위에 폭발물을 설치하는 것이었는데, 당연하게도 그 시도는 실패로 돌아갔다(229p 원문 발췌). 이 역시 블랙스완.

셋째, 내부 서류 관리를 잘못해서 일어났다. 요컨대 카지노 방문객이 예상보다 높은 수익을 올리면 이 기록을 회계 부서가 보관하는 것이 관례인데, 이 일을 맡은 직원이 알 수 없는 이유로 몇 년 동안이나 이 일을 누락했다가 발각되는 일, 여기서 그치는 것이 아니라 한 직원의 그 일이 한 개인의 일탈 또는 관리 소홀로 인한 영업 정지 수준을 넘어 탈세로 찍혀 사업 면허를 반납하는 수준에 이르는 일이 운 좋은 도박사 또는 사기꾼으로 인해 카지노가 망하는 일 보다 더 큰 일 즉, 블랙스완이라는 것이다.

넷째, 갖가지 아슬아슬한 사건들 때문이다. 예컨대 한 카지노에서는 소유주의 딸이 납치된 탓에 소유주가 몸값 지불을 위해 불법적으로 카지노 금고에 손을 댄 일이 발각되었다.

이러한 네 가지는 카지노 측이 도박사와 사기꾼으로 인해 발생하는 손실의 1000배 이상 된다는 것이 탈레브가 지적한 블랙스완이다. 결론은 도박사 또는 사기꾼 때문에 카지노가 망할 것이라는 인식은 루딕의 오류, 헛똑똑이이라는 것이다.

나심 탈레브의 이 네 가지 지적을 모티브 삼은 것일까? 1995년 마틴 스콜세지 감독의 영화 '카지노'는 위 네 가지 요인을 영화적 재미로 각색한 영화이고, 반면에 2002년 시작해 2007년까지 조지 클루니를 세계적으로 섹시한 배우로 만든 오션스 일레븐 시리즈, 2013년 개봉한 나우 유 씨 미는 사기꾼 때문에 카지노가 망한다는 인식을 뒷받침 하는 듯 싶다.

자, 우리 관심은 영화 얘기를 하는 것은 아니다. 루딕의 오류로 인해 블랙스완을 보지 못하면 공든 탑이 허망하게 무너지는 모습을 보지 않는 것이다(911 테러). 이에 대한 나심 탈레브의 조언은 '의심을 멈추지 말라' 이 한 마디로 말할 수 있다. 1673년 철학자 시몽 푸셰가 발표한 '진리 탐구 비판'을 예로 들면서 탈레브는 푸셰의 의심의 기술 즉, 의심하기와 믿기 사이의 균형 잡힌 사고법을 소개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