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운로드 #한봉규
오렌지빛이 마을 곳곳에 똬리 튼 듯하다. 밀을 싹둑 자른 농부가 보이고, 고구마일까 싶은 구황작물이 해처럼 떠 있다. 눈을 감은 샤갈 앞에 펼친 고향은 느지막한 가을녁이었다. 내 눈앞에는 희고 흰 목련과 분홍빛 벚꽃이 기지개를 켜고 있는 데 말이다. 하지만 어느 오후 한때인 것만은 샤갈과 나는 함께 있다. 그림을 보며 이런 느낌을 갖는 것이 좋다. 걸리 적 거리는 것 없이 감정이입이 빠르다. 자기 작품 정체성을 자각한 1911년 샤갈 그림이어서 더욱 그렇다.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내 사월은 샤갈처럼 정체성을 자각하는 날이 있었으면 좋겠다. 무심코 떠 오른 생각이지만 꽤 괜찮은 나를 위한 봄의 제안이다. 정체성이 어쩌고 저쩌고 논할 깜냥은 없어 샤갈처럼 여기저기 무진장 다녀 볼 참이다. 루브르 미술관 어딘가에 절망을 내동댕이치고 뛰쳐나온 샤갈처럼 사월 봄 어느 날 내 눈앞에 생생하고 주제넘게 활기찬 좌절을 싹둑 잘라낼 것이다. 그래야 사월이고 봄 아니겠는가. 그러면 이번 가을 오렌지빛 가득한 들판에서 나는 부끄럽지 않을 것이다.
매월 [H갤러리]를 성원해 주시고 아껴 주신 작가 님께 진심 감사 드립니다.
봄과 함께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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