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arc Chagall (1887 러시아 제국 - 1985 프랑스)
1911년 작품 감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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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월 컬렉션. Marc Chagall(1887 러시아 제국 현 벨라루스 ~ 1985, 프랑스 니스). 1911년 작품 감상
우산을 든 한 사람에게 손을 뻗친 작품 속 저 이의 결말은 좀 전 내 모습일 것이다. 살금살금 내리는 가는 비에 무슨 심산으로 걷기 채비를 하고 나섰는지 모르겠다. 곧 그치겠지라는 생각뿐이었다. 걷기 기록 앱을 실행하고 나선 첫걸음은 가벼웠다. 한 뼘 남짓한 나뭇잎으로 살짝살짝 떨어지고 있는 빗방울을 피한 고양이 낮잠은 진풍경이었다. 걷는 속도를 조금씩 올리면서 조짐이 심상치 않았다.
마크 샤갈 작품 The Rain · 1911 속 검은 구름이 그림을 빠져나와 내가 걷는 하늘을 덮은 듯했다. 상트페테르 부크를 거쳐 1910년 파리에 온 샤갈이 어느 비 오는 날 고향 비테프스크를 향수하며 그린 작품이다. 곧 쏟아질 빗줄기를 피하려는 부산한 농부 모습이 마치 동화 삽화 같다. 가축을 모는 농부 비 구름 사이 농부, 마구간에 말을 들이고서야 안심하는 농부, 우산을 들고 한 발 내디디려는 찰나인 사람과 한 손을 뻗은 채 엄지를 치켜올린 듯한 포즈를 취한 사람 모습은 우스꽝스럽다. 마치 한 사람 한 사람 그릴 때마다 혼자 키득키득 웃고 그리워하며 파리의 외로움을 달랬을 것이다.
이 작품의 또 다른 감상 포인트는 당시 러시아 회화 특성과 지금 막 주가를 올리고 있는 입체파와 야수파 물결이 한 데 어우러져 있는 마치 바닷물과 민물이 어우러져 고고한 소리를 내고 있다는 점이다. 캔버스 전체를 뒤덮고 있는 어둑어둑하고 무거운 배경은 비단 비 구름 때문만은 아니기 때문이다. 또한 작품 중앙에 우뚝 선 나무는 색색이 밝고 진한 것이 야수적이고, 두 사람 이야기를 담고 있는 집 지붕은 입체적이기 때문이다.
이 그림 속 시간 즈음에 발길을 돌렸어야 했다. 그 만보 걷기가 뭣이라고 가는 비 맞고 그 가는 비 두 배 되는 빗줄기를 걷고 우르르 꽝하는 소리와 함께 쏟아지는 장대비를 맞으며 걷는 데 그냥 웃음이 났다. 이 빗 속에 각종 유해 물질이 있다고 한들 살갗에 닿는 빗방울은 흰 면을 온몸에 감은 듯 보드랍고 감칠맛이 났다. 철벅철벅 소리는 행진곡 같기도 했다. 아마 그랬을 것이다. 샤갈이 The Rain을 완성하고 비가 내렸다면, 빗속으로 뛰어들었을 것이다. 고향 소식을 안고 파리까지 날아온 비테프스크 비 구름이기에 흠뻑 젖어도 마냥 기쁘고 외롭지 않았을 것이다. 내게도 오늘이 그런 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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