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봉규
장강의 뒷 물결이 앞 물결을 밀어낸다(장강후랑추전랑 · 長江後浪推前浪). 올해 프로야구가 그랬다. 올스타의 별이라는 미스터 올스타에 오른 정은원 선수(한화 이글스 · 2루수 · 2000년 출생)는 뒷 물결이었고, 조선의 4번 타자 이대호 선수(롯데 자이언츠 · 1루수 · 1982년 출생)는 올스타 식전 행사 홈런 레이스에서 우승을 차지하는 기염을 토하는 앞 물결이었기 때문이다.
불사조 박철순 선수를 연호하던 팬으로서 최동원·선동열·이종범·이승엽 선수가 은퇴할 때만 해도 무덤덤했다. 한데 고사성어를 들먹이며 야단을 떠는 데에는 이대호 선수의 특별한 행동이 감동적이었기 때문이다. 6-3으로 뒤지고 있는 드림 팀 타석에 선 이대호 선수. 안타는 추격의 불씨가 될 터이고, 홈런이면 동점을 만들 수 있는 이 기회를 살리면, 홈런 레이스에 이어 미스터 올스타까지 넘보며 올스타의 모든 별을 싹쓸이 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를 거머쥔 이대호 선수는 타석에서 삼진을 당했다.
사실 여기까지는 아무 생각이 없었다. 한데 더그아웃으로 걸어 들어가는 이대호 선수가 나눔 올스타 팀 투수 고우석 선수(LG트윈스 · 1998년 출생)를 향해 엄지를 치켜세우는 모습은 장강의 앞 물결 같았다. 기지 넘치는 아름다운 퇴장이었고 닮고 싶은 모습이었다.
경기는 올스타 전 규정에 따라 승부치기에 돌입했다. 오승환이라는 걸출한 마무리를 예상하고 있었다. 하지만 포수 김민식 선수가 마운드 로진백을 만지작거린다. 야구장은 물론 TV 앞 모든 시청자는 팽팽한 경기 긴장감을 한 순간에 무너트린 드림 올스타 팀 이강철 감독의 이 한 수의 의도를 알 길이 없어 난감했다. 해설자 모두는 팬 서비스를 위한 것이 아니냐며 분위기를 한껏 띄웠다. 잊지 못할 올스타 전 명 장면이 나올 것이라며 즐거운 비명을 질렀다. 과연 그럴까?
무사 주자 1, 2루에서 시작하는 승부치기 경기에서 안타 하나면 득점이고, 이 득점으로 승리를 지킬 경우 안타를 친 선수는 미스터 올스타 영광을 차지할 수 있다. 이를 모를 리 없는 이 강철 감독은 짐작건대 큰 그림을 그린 것 같다. 곧 타석에 등장할 드림 팀 선수 모두가 20대인 점을 확인하고는 장강의 뒷 물결을 만들 결심한 것 같기 때문이다. 이제 막 장강의 큰 물줄기에 들어선 김혜성(키움 히어로즈 · 1999년 출생), 류지혁(KIA 타이거즈 · 1994년 출생), 정은원 이 세 선수 중 한 명에게 미스터 올스타 기회를 부여한 것이다.
아웃카운트 하나를 남겨 놓고 정은원 선수는 배트를 힘껏 휘둘렀다. 그 기운이 얼마나 쎘던지 6300KM 장강의 물줄기를 곤두서게 할 만한 역전 3점 홈런을 친 것이다. 이강철 감독의 한 수를 정은원 선수가 장강의 뒷 물결로 완성하는 순간이었다. 프로야구 사십 년을 기념하는 올스타 전이 만든 이 드라마는 다시 또 없을 것 같다. 있다 하더래도 더는 장강후랑추전랑 의미를 붙일 수 없을 것이다. 뒷 물결이 앞 물결이 된 이 역사를 운명처럼 느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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