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한봉규 PHILIP Jul 14. 2022

[삼삼한] 모수자천·毛遂自薦

#한봉규 #사기 #평원군우경열전


전국 7웅이 할거하던 시절, 중원의 맹주 진秦나라가 조趙나라를 침략했고, 수도 한단을 포위했다. 풍전등화 처지인 조나라는 초楚나라와 합종을 꾀하고자 평원군에게 사신의 임무를 맡겼다. 사신의 규모는 20여 명, 평원군은 19명은 선발했지만 나머지 한 명을 누굴 꼽을까 고심하고 있던 어느 날, 모수毛遂라는 인물이 자신을 추천한다며 나섰다. 난데없는 등장에 당황한 평원군은 

"무릇 현명한 선비가 세상을 살아가는 것은 비유하자면 주머니 속의 송곳과도 같아서 그 끝이 금방 드러나는 법이오. 지금 선생께서 내 문하에 3년이나 머무르셨으나 주변에서 선생을 칭송하는 것을 본 적이 없고, 나도 들어본 적이 없으니, 이는 선생께서 가진 것이 없다는 말이오. 선생께서는 능력이 없으니 남아있으시오." 

"신은 오늘에야 주머니에 들어가기를 청합니다. 제가 일찍부터 주머니에 들어가 있었다면 그 끝만 드러나는 것이 아니라 몸통 전체가 밖으로 나왔을 것입니다."

모수의 말솜씨에 혀를 내두른 평원군은 모수를 스무 번째로 발탁했고, 초나라로 향했다. 하지만 평원군과 초왕 간 합종 협상은 해가 뜨고 중천을 지날 때까지 한 걸음도 나가지 못하는 답보 상태였다. 모수가 회의장에 닿는 계단을 뛰어올라 칼자루를 손에 쥐고, 초왕에게 일장연설을 퍼부었다. 

요컨대 탕왕(湯王)은 70리의 땅으로 천하의 왕이 되었고, 주문왕(周文王)은 백 리의 땅으로 제후를 신하로 삼은 것은 병사 수 때문이 아닌 형세의 위엄이라며 사방 5천 리 땅과 백만 병사를 거느린 초나라는 패왕(霸王) 자질을 갖고 있음에도 이를 모른 체하는 것은 백 세대에 걸친 수치임을 초왕은 모르고 있는 것이며, 이번 조나라와 합종은 실제는 이런 초나라를 위한 일임을 상기시키기 위해 모수 자신이 나섰는 데 어찌 초왕은 자신의 행동을 꾸짖습니까라며 일갈했다. 

초나라와 합종은 성사됐고, 조나라로 돌아온 평원군은 '모 선생의 세 치 혀는 백만 병사보다 강했다며 감히 다시는 인재를 가리지 않을 것이라고 맹서 했다고 한다.

[사기 평원군우경 열전 중 모수자천 요약] 


이 얘기에서 비롯된 고사성어가 바로 모수자천 毛遂自薦이다. 힘들고 고된 일, 고생이 빤히 예상되는 일에 자기 자신을 추천하다는 의미로 쓴다. 이 사자성어를 꺼내 든 까닭은 이렇다. 


곧 하반기 채용 시즌이 다가온다. 장마와 폭염이 하루에도 서너 번 엎치락뒤치락 계속되는 이런 날은 공자 님도 정신이 사나울 것이다. 하지만 집중해야 할 목표가 있는 그들에게는 이 여름 한 때 한 때가 금이야 옥이야 써야 할 때이다. 내 입장에서 보면 MZ 세대이다. 이들에게 이 모수자천 얘기가 너무 나댄다라는 의미로 쓴다는 최근 현상에는 현혹되지 않았으면 하는 바람이 있다. 


취업 준비 중 가장 힘든 일이 무엇이냐고 물으면 열 중 육칠 할은 지원동기 쓰는 일이라고 답한다. 취업에 성공한 족보를 은밀히 거래하고도 있다는 말은 이 일이 주는 고됨이 어느 정도 인지 짐작하게 한다. 


지원동기는 내 능력을 알리는 일이다. 자신이 지원한 직무에 대한 지식과 경험, 기술적 숙련도를 재치 있게 써야 한다. 말은 그럴싸 한 이 일이 어려운 까닭은 지식과 경험, 기술이 부족해서라기 보다는 자신을 인재로 한번 써 보라는 배짱과 확신이 없기 때문이다. 모수자천 고사성어는 바로 이를 알리기 위함이다.


"무릇 현명한 인재가 세상을 살아가는 것은 비유하자면 주머니 속의 송곳과도 같아서 그 끝이 금방 드러나는 법이오. 지금 지원자가 우리 회사에 지원은 했지만 칭송할 만한 지원자 업적을 본 적이 없고, 나도 들어본 적이 없으니, 이는 지원자가 가진 것이 없다는 말이오. 지원자는 능력이 없으니 이제 그만 나가주시오?" 


지원자를 대하는 면접관 태도가 이럴 때, 대다수는 곤죽이 되고 제 풀이 꺽인다. 이 상황이 혹시 내 사정과 흡사하면 모수자천을 떠 올려 기지를 발휘하면 하길 바란다.  


"이번 면접을 통해 그 주머니에 들어가기를 청합니다. 제가 일찍부터 주머니에 들어가 있었다면 그 끝만 드러나는 것이 아니라 몸통 전체가 밖으로 나왔을 것입니다."


모수자천에는 이런 운치가 있다. 이 지혜를 MZ세대가 잘 활용했으면 한다.  



https://brunch.co.kr/@hfeel/1053



[MZ세대 문제해결, 자소서· 지원동기를 잘 쓰는 테크닉, 아리스토텔레스의 4 배열법] 

https://www.youtube.com/watch?v=KzuEPu4mjIM



https://brunch.co.kr/@hfeel/1058


#MZ세대 #사마천 #사기 #취업준비 #자소서 #지원동기 #모수자천 #스스로를추천하라 #낭중지추 #주머니속송곳


매거진의 이전글 [삼삼한] 공부·지지위지지 부지위부지 시지야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