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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한봉규 PHILIP Aug 07. 2022

[H갤러리] 마르크 샤갈 · 연인

Marc Chagall (1887 러시아 제국 - 1985 프랑스)

1979년 작품 감상
1979. 두 개 꽃다발을 든 연인과 화가

kornfeld.ch

kornfeld 코멘트

미묘한 청회색 이미지 공간의 아래쪽 가장자리에 있는 연인들은 마치 두 개의 호화로운 꽃다발을 들고 있는 것처럼 보입니다. 무엇보다 화가는 이젤 위에 이중으로 떠 있다. 하나는 뒤를 돌아보며 추억을 그리고 다른 하나는 현재와 미래를 내다본다. 그림에서 에퀴에르 (말을 탄 여성 예술가)는 삶의 은유를 암시한다. Vitebsk는 왼쪽 상단의 여성과 마찬가지로 윤곽선으로 볼 수 있습니다. 그들은 오른쪽 아래의 신비한 동물에서 영감을 받은 삶과 삶의 이야기를 나타냅니다(구글 번역). 

8월 컬렉션. Marc Chagall(1887 러시아 제국 현 벨라루스 ~ 1985, 프랑스 니스). 1979년 작품 감상




미묘한 청회색 대신 청회색이 비에 씻겨 내려간 듯한 담채화 같은 이 작품이 더 좋았다. 청회색은 팔월의 밤 정서로는 좀 심란해 보였기 때문이다. kornfeld 코멘트와 같은 감상 포인트 역시 곧 비가 퍼부을 것 같은 느낌으로 읽기에는 어렵다. 꽤 오랫동안 샤갈 작품을 보고 있음에도 말이다.


다만 샤갈의 작품을 그날그날 써야 할 일기처럼 여기고 감상하면 1979년 어느 날 샤갈이 무엇을 했는지 짐작할 수 있다. 지레짐작이지만 그 얘기를 쓰면 내 일기가 된다. (캔버스 상단부터) 고향 비테프스크를 떠 올리며 샤갈은 추억에 잠긴다. 상트페테르부르크로 떠나던 날 저녁 어머니가 건넨 여비는 가볍고 주머니 속에서는 딸랑딸랑 소리가 날 정도였지만 샤갈에게 그 소리는 결코 가난이 아니었다.


운명 같은 벨라와의 만남과 결혼 그리고 파리에서의 생활과 제1차 세계 대전, 딸 이다의 출생과 유태인으로서 2차 세계 대전을 겪어야 했던 이 말도 안 되는 역사 그 모든 기억은 생생하기도 희미하기도 한 것이 마치 흰 연기 같았다. 하지만 숱한 우여곡절 속에서도 화가가 되기 위해 붓을 놓지 않은 것만큼은 선명하고 아름다웠다.


미국에서 돌아와 니스에서 정착한 샤갈 앞에 두 개 꽃다발이 붉고 싱싱하다. 그의 일생을 이 두 꽃다발로 구분할 수는 없지만 샤갈은 어쩌면 벨라와 함께 했던 그 시절과 벨라가 죽고 난 다음 시절로 구분했을 것 같다. 그래야 사갈 아니겠는가.


사랑, 그 사랑이 없었다면 샤갈은 우리가 아는 그 샤갈이 아닐 것이다. 어찌나 애틋하고 가끔은 짓궂은 것인지 샤갈의 사랑은 비밀이 없다. 사랑을 표현하는 데에 있어 샤갈은 지극히 개인적인 면면을 작품 안에 녹인다. 이 지극히 개인적인 샤갈의 심정은 숨은 그림 찾기 하듯 찾아보는 재미도 있다.


지금 이 작품 두 개 꽃다발을 든 연인과 화가에도 그 사랑의 달콤함이 있다. 저 마음 나는 안다. 사랑이 빗발치는 밤, 그 사람을 뚫어져라 바라보는 내 눈은 떨고 있었지만 내 손은 그 사람 가슴을 파고들었기 때문이다. 누구에게도 한 번 얘기 꺼낸 적 없는 이 기억을 샤갈이 술술 고백하게 한다. 그렇게 애타던 내 마음을 이렇게 고요히 헤아려 줄 줄이다. 그날 샤갈의 밤은 어땠을까. 빗소리를 풍경 소리처럼 듣고 있었던 밤이었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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