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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한봉규 PHILIP Aug 17. 2022

[삼삼한] 거리의 칼럼부터 하얼빈까지

#한봉규

안중근 기념관. 2022. 8. 15. 


'거리의 칼럼' 첫 글은 '밥에 대한 단상(2002.3.21.)'이다. 시위 군중과 대치하는 광장에서 전경과 시위 군중이 밥을 먹고 있다. 밥은 보편적이고 개별적이라는 그 문장까지 독파하는 데 5분이 채 걸리지 않는다. 활자에 배인 최루 가스를 피하려면 이 칼럼은 그렇게 읽어야 하기 때문이다. 2016년 10월, 이 칼럼을 처음 읽었을 때 그랬고, 2017년 3월, 2019년 7월도 똑같다. 이 칼럼 필사할 때는 숨도 쉬지 않는 까닭이다. 지난 2년은 코로나 때문에 숨은 쉴 수 있었다. 마스크를 쓴 탓이다. 마스크는 썼지만 필사는 하지 않았다. 그래서 최루 가스를 잊을 수 있었다.


'하얼빈'은 인간 안중근 얘기다. 안중근이라는 조선 청년에게 직진하다. 어린 시절 · 문중 · 아버지 · 어머니 · 동생 · 친구 · 아내 · 자식 얘기는 단번에 쇠 못을 박는 솜씨로 안중근 독백 속에 있을 뿐이다. 오로지 이토 히로부미 심장을 터트려야겠다는 안중근과 동양 평화의 결기를 논하는 뤼순 감옥의 안중근이 '하얼빈'이다.


빌렘 신부의 기도문을 마지막으로 책을 덮었다. 남산 안중근 의사 기념관으로 향했다. 2012년 칼의 노래를 읽고 현충사로 향했던 발걸음 느낌과 속도, 목적은 똑같았다. 칼 자리에 총이 있을 뿐이었다. FN M1900 총과 총알을 가장 오래 봤다. 총 손잡이를 내가 잡고 이토 히로부미를 겨냥하듯이 말이다. 겨냥하는 내 모습이 전시실 유리 표면에서 흔들리고 있었다. 그날 하얼빈에 내가 있었다면 ···, 의리 없는 귀신이 됐을 것이다.


명동 방향 내리막길을 걸으면서 거리의 칼럼 1편 '밥을 위한 단상'과 2편 '라파엘의 집'이 떠올랐다. 밥의 보편성과 개별성은 인간 안중근 같았다. '술취한 지식인들은 이 '라파엘의 집' 골목을 비틀거리며 지나서 택시를 타고 집으로 돌아갔다. 동전 한 닢을 기부한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라는 글귀는 김아려 여사 삶을 닮았다고 생각했다.


이 책 제목이 ‘칼의 노래'에 이은 '총의 노래'가 아닌 점을 천만다행으로도 여겼다. '하얼빈'이어야 해영지아 · 咳嬰之兒 막 웃기 시작한 갓난아기 보듯 인간 안중근을 볼 수 있기 때문이다. 문장 필사 목적도 여기에 있다. 고단한 청춘의 소망이라던 김훈의 안중근을 내 깜냥으로 호흡하고 싶어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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