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봉규 #라퐁텐우화 #이솝우화
1927 - 1930 라퐁텐 우화에 수록한 샤갈 작품 감상
10월 컬랙션 · Marc Chagall(1887 러시아 제국 현 벨라루스 ~ 1985, 프랑스 니스). 판화 감상
이번 라퐁텐 우화는 '여우와 염소'이다. 우물에 빠진 여우가 있었다. 마침 목이 마른 염소가 왔다. "어이, 여우 양반 물 맛이 어떻소" 물었다. 여우는 천연덕스럽게 대꾸했다. "내가 아무리 좋다한들 맛보지 않고는 이 기막힌 맛을 모를 거외다" 풍덩~ 염소가 뛰어들었다. 여우 말을 들어서인지 갈증 때문인지 모르지만 물 맛은 좋았다. 이제 다시 올라가야 하는 데, 그 찰나 여우는 "염소 양반 당신이 앞 발을 벽에 서면 내가 당신 등을 밟고 뿔을 밟고 먼저 올라가서 당신을 구하리라!" 하지만 여우는 휘파람을 불며 사라지고 있었다. 아차 싶은 염소가 괴성을 지르며 여우를 향해 욕지거리를 퍼붓자 여우가 우물로 돌아왔다. "염소 양반, 당신의 지혜가 당신 수염만큼만 길었더라면, 그렇게 무모하진 않았을 것이 외 다. 당신의 아둔함을 탓하시오!" 여우는 콧노래를 부르며 사라졌다. 라퐁텐은 얘기 말미에 '어떤 길을 가든 끝을 잘(또는 먼저) 생각해야 한다'라고 교훈을 남겼다.
spaightwoodgalleries는 이 얘기를 담은 에칭 작품을 이렇게 설명했다. 'Dead Soul' 때와는 다르게 소재 표면을 돋보이게 하는 바니시 일명 니스라는 도료를 씀으로써 회화적 요소가 돋보였다는 것이다. 날카로운 선은 자칫 눈살을 찌푸리게 할 법이지만 샤갈의 섬세한 판화 기법이 되레 에칭 동판화의 매력을 끌어올렸다는 것이다. 이 프로젝트 전 Dead Soul 판화와 비교했을 때 라퐁텐 우화는 판화 특유의 선이 선답고 그 선이 만드는 날카로움은 뾰족한 느낌은 아니다. 되레 글이 묘사하지 못하고 있는 이야기 상황에 대한 긴장감과 우화가 가지고 있는 풍자성을 세밀하게 표현하고 있다. 몇 차례 국내 전시회에서 눈 흘김으로만 봤던 판화 작품을 보는 묘미를 실감하고 있다.
샤갈의 라퐁텐 우화 에칭 판화 작품을 탐색하면서 꽤 저명한 갤러리 사이트를 방문한다. 이번 작품 정보를 알게 된 spaightwoodgalleries는 아담한 정원이 있는 마치 은퇴한 노부부가 교외에 운영하는 갤러리 같은 느낌이었다. 반면에 leviathan.heni.com 은 현대 미술 이른바 컨템퍼러리 작품 중심으로 운영하는 갤러리 콘셉트이었다. 샤갈의 작품이 전 세계적으로 작품성과 상업성 그리고 얘깃거리가 그만큼 풍부하다는 것이다. 아, 그나저나 이 세계는 여우처럼 사는 사람이 많을까?
The Fox and The Goat 원문
A fox once journey'd, and for company
A certain bearded, horned goat had he;
Which goat no further than his nose could see.
The fox was deeply versed in trickery.
These travellers did thirst compel To seek the bottom of a well.
There, having drunk enough for two,
Says fox, 'My friend, what shall we do?
'Tis time that we were thinking Of something else than drinking.
Raise you your feet upon the wall,
And stick your horns up straight and tall;
Then up your back I'll climb with ease, And draw you after,
if you please.' 'Yes, by my beard,' the other said, '
'Tis just the thing. I like a head
Well stock'd with sense, like thine.
Had it been left to mine, I do confess,
I never should have thought of this.'
So Renard clamber'd out,
And, leaving there the goat,
Discharged his obligations By preaching thus on patience:
'Had Heaven put sense thy head within,
To match the beard upon thy chin,
Thou wouldst have thought a bit,
Before descending such a pit.
I'm out of it; good bye:
With prudent effort try Yourself to extricate.
For me, affairs of state Permit me not to wait.'
Whatever way you wend, Consider well the en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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