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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한봉규 PHILIP Nov 02. 2022

[H갤러리] 마르크 샤갈 · 낙타와 떠다니는 막대기

#한봉규 #라퐁텐우화

11월 컬랙션 · Marc Chagall(1887 러시아 제국 현 벨라루스 ~ 1985, 프랑스 니스).

1927 - 1930 라퐁텐 우화에 수록한 샤갈 작품 감상. 
Godmark Catalog
Spaighteoodgalleries

Spaightwood Galleries는 1980년 Andy Weiner와 Sonja Hansard-Weiner가 위스콘신 주 매디슨에서 설립. 2004년 Upton Massachusetts의 아름다운 부지로 이전.


#왼쪽상단연필사인본100개 #손으로채색한85개 #그외240개판화



11월 컬랙션 · Marc Chagall(1887 러시아 제국 현 벨라루스 ~ 1985, 프랑스 니스). 판화 감상



낙타를 처음 보면 도망치던 사람이 두 번째는 다가가고, 세 번째 보면 낙타를 부리려고 한다며 익숙해지는 것은 친금함을 뽐내는 것이라며 내친김에 얘기 하나 더 하겠다는 라퐁텐. 그가 꺼낸 얘기는 바다를 감시하는 사람이 멀리 물 위에 떠 있는 어떤 물체를 보고 큰 선박이라고 하더니 그 물체가 파도에 실려 가까이 다가오면 큰 배보다 작은 배가 되었다가 마침내 손 닿는 곳에 이르러서는 그냥 막대기였더라며 멀리서 보면 대단해 보여도 다가가서 보면 아무것도 아닌 것들이 세상에는 많다며 우화로 남긴다고 말했다. 


라퐁텐이 21세기를 사는 우화 작가로 살아 있다면 바다는 인터넷이 되고 감시자는 사용자 즘 될 터다. 그럼 막대기는 뭘로 말할까 싶다. 1분 동안 업로드되는 적어도 500 시간 이상 분량의 동영상 콘텐츠 아니면 50만 건 이상 되는 인스타그램 스토리 개 수일까. 어쩌면 그 동영상이며 스토리를 보는 것에 만족한 라퐁텐이 이 우화 마지막 부분을 멀리서 봤을 때 대단해 보여 다가가서 보니 더 재밌고 유익하더라라며 애초의 주장을 바꿀지도 모르겠다. 그럼 그것은 우화라기 보다 소감에 불과하다.


멀리서 보면 대단해 보이는 것이 사실 아무것도 아니더라라는 잠언 같은 이 얘기는 본질을 의도적으로 왜곡하는 속임수를 경계하라는 말이다. 라퐁텐이 살던 그 당시는 대항해 시대였다. 수평선 너머 어떤 땅은 금이 나무에 매달려 있다는 허풍에 속아 가산을 탕진하는 사람이 꽤나 많은 시대였다. 열 척의 배를 띄우면 만선으로 돌아오는 배는 한 두척에 불과했다. 그것이 실체였다. 하지만 사람들은 그 실체에 아랑곳하지 않고 아무것도 아닌 현실 보다 대단해 보이는 허상을 쫓았다. 


그 점이 라퐁텐은 안타까웠던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이 시대를 라퐁텐이 살고 있어도 결말은 바뀌지 않았을 것이다. 멀리서 보면 대단한 것치고 다가가서 보면 아무짝에도 쓸모없는 것이 많다. 17세기에 끝난 얘기가 아니었다고 말이다.



The Camel and the Floating Sticks 영문


The first who saw the humpback'd camel

Fled off for life; the next approach'd with care;

The third with tyrant rope did boldly dare

The desert wanderer to trammel.

Such is the power of use to change

The face of objects new and strange;

Which grow, by looking at, so tame,

They do not even seem the same.

And since this theme is up for our attention,

A certain watchman I will mention,

Who, seeing something far

Away upon the ocean,

Could not but speak his notion

That 'twas a ship of war.

Some minutes more had past,

A bomb-ketch 'twas without a sail,

And then a boat, and then a bale,

And floating sticks of wood at last!

Full many things on earth, I wot,

Will claim this tale, and well they may;

They're something dreadful far away,

But near at hand they're not.



낙타와 떠다니는 막대


처음으로 낙타를 본 사람은 이 새로운 동물을 보고 도망을 쳤다.

두 번째로 봤을 때는 가까이 다가갔다.

그리고 세 번재로 낙타를 보았을 때는 감히

낙타를 부리기 위한 굴레를 만들 생각을 했다.

익숙해진다는 것은 이처럼 우리를 아주 친근하게 만든다.

처음에는 무섭고 이상하게 보였던 것도

마침내는 우리의 눈에 익숙해지게 되는 것이다.

기왕 언급한 김에 이 주제와 관련이 있는 이야기를 하나 더 하겠다.

바닷가에서 감시를 하고 있던 사람들이 멀리 물 위에 어떤 물체가

떠 있는 것을 보고는 한 강력한 선박이라고 주장했다.

조금 지나자 그 물체는 화선이 되었고,

점차 작은 배가 되었다가 다음에는 작은 고리짝이,

마침내는 파도 위에 떠다니는 나무 막대기들이 되었다.

이 세상에는 이 이야기에 부합되는 많은 일들이 있음을 나는 알고 있다.

멀리서 보면 대단해 보이지만 가까이 다가가서 보면 아무것도 아닌 것들을.


라퐁텐 그림 우화. 시공사. 2004.



#샤갈 #라퐁텐 #낙타 #떠다니는막대 #멀리서보면대단한것은 #다가가서보면아무것도아니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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