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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한봉규 PHILIP Nov 30. 2022

[삼삼한] 11월 · H갤러리 매거진 다운로드

#한봉규



스마트폰 새것으로 바꾸고 달라졌다. 사진 찍고 보정하는 재미는 생겼고, 샤갈 에칭 판화 보는 재미는 사라졌다. 새것에 관심을 쏟는 일은 호기심과 열정을 끌어 올리는 데 제격이지만 하던 일을 마저 끝내지 못한 것은 진득함이 부족한 탓으로 돌렸다. 


무엇을 얻고 어떤 것을 잃었는가를 따지고 물을 일은 아니지만, 굳이 손실을 계산하면 사진 보정을 하면서 내 감성을 색으로 표현하는 일이 즐거웠고, 사진 찍을 때 무조건 셔터를 누르기 보다는 거실에 두고 볼 만한 작품을 만들자라는 다짐이 생겼다. 그깟 사진 몇 장 찍고 전문가 흉내를 낸다. 


올해 시작하며 샤갈 그림을 여러 각도로 탐독했다. 그림을 읽었다라고 한 까닭이 있다. 어느 때부터 그림을 그림으로 보지 못하고 읽고 있는 나를 발견했기 때문이다. 작품을 보며 흥미로웠던 작품과 나와 교감 에너지가 바닥이 난 것이다. 그 결과 작품을 논하고 평하려고 든 것이다. 밑도 끝도 없이 평론가 놀이를 하고 있었다. 이러다가 그림 보는 일마저 일이 될 듯 싶었다.


내게 그림은 우연이 들어온 고양이 같은 존재였다. 서로 삐죽빼죽 하다가도 어울려 놀고 놀다가도 새침하게 돌아서고 다시 곁을 줬다가 무관심도 했다가 한 계절을 보내고 어느 날 사라졌다가 똘망스럽게 다시 나타나서는 언제 그랬냐듯이 냐옹~ 한 소리 내면 분노함 억울함 북받침이 사르르 녹아내리는 일을 무한 반복하는 일이 일 같지 않고, 내 피부 같고 숨소리 같고 잠이었다가 밥이었다가 담배도 되었던 그런 존재 였다. 이것을 잃을까 싶어 스마트폰을 핑계 삼은 것이다. 


하버드 대학교 제니퍼 로버츠 예술사 교수 수업은 ‘응시 Stare’가 수업 방식이다. 한 예술 작품을 3시간 동안 응시한 후 레포트를 제출하는 것이다. 창의성을 발현하는 한 방식으로 이 소식을 접하자 마자 내가 그림을 보지 못하고 탐독했던 결정적인 이유를 찾은 것이다.  


고양이 같은 존재인 그림과 나 사이에는 적당한 긴장감이 있었다. 서로를 응시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림과 나 사이에는 꽤 들음 직한 이야기가 있었다. 적정한 거리를 두고 서로 응시하며 걷고 있었기 때문이다. 이제 그림 탐독을 벗어나서 작품을 응시하는 새 지평을 열어야 겠다. 그것이 스마트폰이 담는 사진이고, 작품일지라도 말이다. 한 발 더 다가가기 보다는 응시할 수 있는 거리를 유지하는 일이 더 알차다.  


응시한다.  



[H갤러리]를 성원해 주시고 아껴 주신 작가 님 모든 분께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하루를 더 보내면 인사말 끝에 ‘아듀-!’를 더하겠지요. 성탄절을 보내기 전까지는 들뜬 마음이었다가 곧 차분해 질것이고요. 


한 해 참 빨리 가죠. 말 못 할 속 사정도 있었고 후련한 일도 있었을 겁니다~. 그중에서 가장 힙한 일은 알게 모르게 서로를 응시하며 지냈다는 일 같습니다. 응원하고 격려하고 후한 인심을 보여 주신 일 말입니다. 참 고마운 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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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크샤갈 #H갤러리 #다운로드 #한봉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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