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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한봉규 PHILIP Mar 08. 2020

[삼삼한] 소통법

Wilfrid Moizan. Icare 2.

Wilfrid Moizan. Icare 2.  saatchart

'박사 위에 도사, 소통을 못하면 꼴통', '수행기사 폭행 사건(2016년 3월)'을 두고 민중의 소리 이완배 기자가 운을 뗀 말이다. 쓴웃음이 났다. 언제쯤에야 이런 일은 사라질까. 갑질과 바퀴벌레 공통점이 때 되면 기어 나오는  생명력이라는 말이 떠 올랐다. 탄식이 절로 났다.


십수 년 전 일이다. 인터넷 붐을 타고 이직을 했다. 몇 달 후 전 직장 사장 님이 내게 점심 식사 같이 하자는 연락을 하셨다. 뵙고 나서야 안 사실이지만 모 기업으로 영전하신 직후셨다.


전 직장에서 사장 님과 인연이랄만 한 것이 결재 때 뵙는 일인데, 뭐 당시 특별한 일이 있었다면 ‘이번 일도 기대된다’라는 말씀을 하신 것 말고는 없었다.


넙죽 인사를 올리고 안부를 여쭸다. 인사를 드렸다. 사장 님 곁에는 수행 기사 분도 함께 계셨다. 차분하고 단정한 차림새로 내 인사에 답례를 주시고는 맞이해 주셨다. 이런 대접은 처음이어서 어리둥절했다. 사장 님께서도 직장 생활 오래 했더니 이런 호사를 누리신다며 감격을 토로하셨다.


예약해 둔 음식점으로 수행 기사 분은 운행을 시작했다. 차 안에서 사장 님이 꺼낸 대화 주제는 '인터넷 마케팅'이었다. 연일 상종가를 치던 시절이라 궁금한 것이 많으셨다고 했다. 사장 님 말씀을 귀담아듣고 있었지만, 실은 기사 분 운전 실력에 감탄을 하고 있는 중이었다.


마치 산사에 들어앉은 듯한 고즈넉함을 차 안에서 느끼게 될 줄이야. 이 느낌은 자동차 만으로는 어렵다고 본다. 수행 기사 분만의 노하우가 있을 것이란 생각이 들었다. 잠시 후 식당에 도착했다고 기사 분은 말했다. 사장 님은 차에서 내리지 말라고 이르기고는, 지갑을 열어 2만 원을 운전석 옆 팔걸이에 두셨다.


음식점 안으로 들어가며 돈을 둔 이유를 여쭸다. 오늘처럼 고급 식당에 오는 날이면 수행 기사도 식사를 잘해야 한다고 하셨다. 사람 마음이 인지상정인지라 기사 분이 자괴감을 갖지 않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씀하셨다.


사원으로 시작해 사장 자리에 오르기까지 고난이 왜 없으셨을까. 그때마다 숱한 역경을 극복한 비법을  따로 듣지 않아도 알 수 있는 한 대목이었다. 이를테면 대접을 받고 싶은 그만큼 대우하라는 인간관계 황금률을 사장 님은 '인지상정'으로 표현하셨고, 그 마음을 쓸 때는 상대가 늘 '자괴감' 들지 않게 배려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런 소통법을 모를 순 있다. 모른다고 그것을 꼴통이라고 할 수 없다. 그럼 꼴통은 뭐냐? 그것은 두 사람 중 한 사람이 느낄 자괴감이 제삼자인 나까지 느껴버릴 때를 말한다. 수행 기사 폭행을 꼴통 짓이라는 이완배 기자의 생각에 동의하는 이유다. 9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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