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한봉규 PHILIP Mar 10. 2020

[삼삼한] 애장품

Sooyoung Chung.dear.

dear. Saatchi Art.


나에게 애장품은 있을까. 장롱 서랍과 책상 서랍·수납장을 뒤졌다. 어느 때보다 꼼꼼하게 풀어헤치고 뒤적뒤적했는데 없다. 한데 수납 장·서랍에 꾹꾹 눌러 담은 밥처럼 소복한 이것들은 다 뭐지. 장롱 서랍에는 몇 해 전부터 버려야겠다 생각한 옷가지들이고, 책상 서랍에는 지인들이 내게 준 기념품이다. 또 다른 서랍에는 학창 시절 사용했던 포켓용 전화번호부, 첫 입사 때 받은 다이어리, 개설과 해지를 반복한 은행 통장들, 영어 단어장, 버킷리스트를 썼던 메모, 어느 커피숍에서 폼 잡고 썼을 법한 비망록, 신문 스크랩 북, 장롱 서랍에서 발견한 옷가지를 입고 찍은 낡은 사진 등이 전부다. 수납 장에는 한 번씩 다녀간 선배·후배들이 가져다준 찬 통들이 빼곡하다.  


애장품 자선 바자회를 한다면 이중 뭘 내놔야 할까. 이런 고민은 사치를 부리는 일이다. 내 놀 애장품이 없다. 행여 미처 발견하지 못한 애장품이랄만 한 것이 있을까 싶어 서랍을 꺼내 바닥에 쏟았다. 우체국 소인이 찍힌 받는 사람이 내 이름이 아닌 편지 한 통을 발견했다. 이 편지 기억난다. 각별한 마음으로 편지를 쓰고는 그럼 안 되겠다 싶어 우편집중국에서 찾아온 편지다. 뭐라고 썼길래 그 난리를 핀 것일까. 그날 이후 20여 년 간 밀봉된 채로 있는 편지 한 통이 지금부터 내 애장품이다. 477.  


매거진의 이전글 [삼삼한] 소통법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