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삼한] 애장품

Sooyoung Chung.dear.

by 한봉규 PHILIP
dear. Saatchi Art.


나에게 애장품은 있을까. 장롱 서랍과 책상 서랍·수납장을 뒤졌다. 어느 때보다 꼼꼼하게 풀어헤치고 뒤적뒤적했는데 없다. 한데 수납 장·서랍에 꾹꾹 눌러 담은 밥처럼 소복한 이것들은 다 뭐지. 장롱 서랍에는 몇 해 전부터 버려야겠다 생각한 옷가지들이고, 책상 서랍에는 지인들이 내게 준 기념품이다. 또 다른 서랍에는 학창 시절 사용했던 포켓용 전화번호부, 첫 입사 때 받은 다이어리, 개설과 해지를 반복한 은행 통장들, 영어 단어장, 버킷리스트를 썼던 메모, 어느 커피숍에서 폼 잡고 썼을 법한 비망록, 신문 스크랩 북, 장롱 서랍에서 발견한 옷가지를 입고 찍은 낡은 사진 등이 전부다. 수납 장에는 한 번씩 다녀간 선배·후배들이 가져다준 찬 통들이 빼곡하다.


애장품 자선 바자회를 한다면 이중 뭘 내놔야 할까. 이런 고민은 사치를 부리는 일이다. 내 놀 애장품이 없다. 행여 미처 발견하지 못한 애장품이랄만 한 것이 있을까 싶어 서랍을 꺼내 바닥에 쏟았다. 우체국 소인이 찍힌 받는 사람이 내 이름이 아닌 편지 한 통을 발견했다. 이 편지 기억난다. 각별한 마음으로 편지를 쓰고는 그럼 안 되겠다 싶어 우편집중국에서 찾아온 편지다. 뭐라고 썼길래 그 난리를 핀 것일까. 그날 이후 20여 년 간 밀봉된 채로 있는 편지 한 통이 지금부터 내 애장품이다. 47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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