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정숙 작가. 연탄시대
내가 태어난 그 해부터 엄마는 삼시 세끼 밥 짓는 일을 마다 않고 숙부드럽게 하셨다. 밥 짓는 일을 사시사철 천명이라 여기셨다.
어느 해, 엄마 손을 잡았을 때 손가락 마디마디는 명을 다한 연탄재 마냥 평온했다. 밥 짓는 일을 숙명처럼 해 온 세월은 여기 두고 하얀 연기로 어느 겨울로 간다고 하셨다. 따라 나섰지만 엄마는 뽀얀 눈으로 발자국을 가렸다. 여기까지만이라고 하셨다.
그 후로 맞이하는 두 번째 겨울, 원정숙 작가 '연탄전'을 보고 왔다. 연기가 오르는 한 집을 물끄러미 바라보던 노신사 한 분이 밥 짓는 소릴 내면 안되는 그 시절 사정을 회상하며 눈시울을 붉힌 그 그림 앞에서 내가 지금껏 산 힘이 밥심이었구나 하니, 따듯한 기운이 몸은 데우고 있지만 흐르는 눈물은 참을 수 없었다. 28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