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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한봉규 PHILIP Mar 01. 2020

[문제해결] 스캠퍼(SCAMPER) 미장센

조미진 작가. 20121221.

'삼성전자 어닝쇼크(4월 4일)' 기사 제목이 눈길을 끈다. 염려와 걱정을 담은 분석과 논평은 주야장천 '반도체~반도체~'했사서 그건 뭔가 싶어 구글링을 한다. ‘반도체 제조 공정에서의 환경 유해성 배출물 절감 기술 동향(1988)' 논문이 등장했다. 기사에서는 언급하지 않은 주제인지라 호기심으로 초록을 읽었다. 아, 미리 말하는 바, 이 글은 비평 또는 전략적 훈수가 목적은 아니다. '문제해결' 입장에서 흥미를 끈 대목이 있어 그 얘기를 하려는 것이다. 


문제 인식은 논문 제목에 잘 드러나 있다. 요컨대 '절감 방안 동향'을 둘러보는 것이고, 핵심은 '절감 방안'에 있다. 방안은 일을 처리하는 방법 또는 계획이다. 이 일을 잘 하기 위해서 ‘아이디어'는 필수다. '아이디어라~ 어떻게 얻을 수 있을까' 그 시작이 브레인스토밍이라는 사실은 익히 알고 있다. 여기에 '스캠퍼(SCAMPER)'까지 알고 있다면 이 글의 핵심을 간파한 것이다.



반도체 공정에서 발생하는 오염물질들은 기상 형태의 배가스, 액상 형태의 폐수, 폐기물의 세 가지 형태로 나누어 볼 수 있다. 기상의 오염물질을 억제하기 위한 기술로는 오염물질만을 선택적으로 파괴하거나 오염물질만을 농축하여 공정 내에서 재활용하는 방법, 또는 오염을 유발하는 물질 대신 이를 대체할 수 있는 환경에 안전한 물질을 개발하는 방법 등이 있다. 액상의 오염물질을 저감시키는 기술로는 공정의 최적화를 통하여 오염물질의 양을 최소화하는 방법과 유독한 물질로 구성된 원료를 대체하는 방법 등이 있다. 또한 근본적인 오염원을 제거하기 위하여 화학물질의 사용량 자체를 줄이거나 기상을 이용한 세정 시스템 등의 방법을 사용하는 것도 연구중이다.


청정기술 = Clean technology v.4 no.1 = no.6, 1998년, pp.6 - 23

반도체 제조 공정에서의 환경 유해성 배출물 절감 기술 동향, 본문 발췌



위 내용을 문제해결 입장으로 정리한 것이 <그림 1>, 로직트리 정리이다. 읽기 고달픈 내용이 한눈에 쏙 들어온다. 짐작건대 논문 저자는 글쓰기 전 내용 구조화를 먼저 했을 것이다. 로직트리를 활용하면 복잡한 얼개도 간단명료하게 표현할 수 있기 때문이다. 



논문 초록에서 따온 부분은 '로직트리의 1-2-3' 순으로 글을 썼고, 그다음 1-①, 1-②, 1-③ 순이다. 로직트리를 활용하면 이처럼 글 전개도 흩어짐 없이 논리적이다. 논문은 대체적으로 이와 같은 글쓰기 방식이다.


이 논문은 '절감 방안'을 따져 보고 현재의 기술 형편을 가늠하고 시사점을 제시하고 있다. 이 과정은 논리적인 면모를 갖춰야 한다. 논리적인 면모라 함은 다름 아닌 글쓴이 주장의 토대가 되는 ‘관점'을 제시하는 것이다. 방안은 방법으로도 쓴다. 방법은 곧 아이디어를 택해 쓰는 것이니, 이 맥락에서 ‘방안의 관점’으로 스캠퍼는 안성맞춤이다. 



스캠퍼는 본래 브레인스토밍의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고안한 것이다. 



한 사람이 브레인스토밍 시 낼 수 있는 아이디어 개수는 최고 5~7개 정도다. 6명이 함께 브레인스토밍을 한다 할 때 최고 42개에서 아이디어 개수는 정체한다. 실은 이 양도 적은 수는 아니지만 '다카하시 마코토'는 그의 저서 '창의력 사전'에서 브레인스토밍 시 적정 아이디어 개수를 120~150개로 제시하고 있다. 요컨대 아이디어 개수가 많으면 많을수록 온전히 쓸 수 있는 아이디어를 얻을 수 있다는 주장이다. 


더는 아이디어를 얻을 수 없는 답답한 상태를 깨고 42개에서 세 배가 넘는 아이디어를 얻을 수 있게끔 마중물을 붓는 도구가 바로 스캠퍼다. 이 스캠퍼는 ‘사칙연산(+, - , x, ÷)'의 원리이다. ‘더하기’는 ‘결합’을, ‘빼기’는 ‘제거’, ‘곱하기·나누기’는 ‘확대·축소 또는 다른 용도’로 해석해 쓴 것이다. 여기에 ‘대체' '적용' '역으로'라는 개념을 넣어 우리가 알고 쓰는 스캠퍼(SCAMPER)가 됐다.



스캠퍼는 분명 대안을 찾는 데 요긴하게 쓰는 기법이다. 



문제해결은 이 방법을 자주 쓴다. 간혹 리더십과 관련한 문제던가 커뮤니케이션에 관한 문제의 대안 찾기에 스캠퍼은 불편하다는 볼멘소리를 듣곤 한다. 하지만 이 점은 스캠퍼를 줄곧 사용하지 않은 데서 오는 낯섦이다.


요컨대 리더와 정서적 친밀감을 높이는 방안으로 '인사말을 먼저 건넨다'라는 아이디어를 스캠퍼 해 보면, '말'을 빼면 '얼굴 표정으로 인사한다', 커피와 결합하면 '인사말을 하면서 커피를 건넨다', '인사말을 하면서 포옹한다' 등등 쓰면 쓸수록 재밌는 아이디어는 속출한다. 행여 스캠퍼할 때 아이디어 내는 것이 마뜩치 않은 경우도 있을 수 있다. 그 까닭은 실행 불가능한 아이디어라고 지레 짐작하거나 실행하고 싶지 않은 아이이어 일 것이다. 리더에게 인사를 하면서 포옹하고 싶은 이가 과연 몇이나 될까 싶어 하는 말이다. 



스캠퍼는 실행 가능한 아이디어 보다 아이디어 개수를 증가하는 데 그 사용 목적이 있다. 



브레인스토밍이 따분해질 무렵에 쓰거나 짧은 시간 내에 많은 양의 아이디어가 필요할 때 쓰면 꽤 쏠쏠하다. 사실 위 논문에서 쓴 것처럼 스캠퍼를 글로 읽는 경우는 흔한 일이 아니다. 그런 면에서 스캠퍼 사용 방법 하나를 더 얻은 셈이다. '절감 방안' 류의 글을 쓸 때 또는 기획서를 쓸 양이면 스캠퍼(SCAMPER)는 ‘방안’ 또는 ‘방법’의 관점으로 쓸 수 있는 점이다. 제법 논리적인 글쓰기도 가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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