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릉지가 대부분인 우리나라, 불의 고리에 걸쳐 있는 일본. 주거형태와 방식은 다르다. 우리나라는 지진 단층이 없기 때문에 진도 5.5 이상 지진이 일어날 확률은 낮다는 보고가 있다. 그 때문인지 주거형태 대부분은 아파트다. 반면에 일본은 진도 7.5 이상 지진이 언제든지 일어날 확률이 높다. 구마모토(2016. 4. 16) 지진이 대표적이다. 일본 주거형태 대부분이 주택인 까닭이다.
집을 짓는 일은 이렇듯 주변 사정을 고려한다. 하지만 '집 짓기' 대신 '건축'이란 말을 쓰면 달라지는 얘기가 우리에게 있다. 건축계 노벨상이라 불리는 프리츠커 상 수상자는 우리나라엔 아직 없다. 일본은 5회나 수상했다. 이를 두고 유현준 교수(홍익대 건축학과)는 "프리츠커 상은 건축문화 수준 혹은 그 나라 전체 시스템에 주는 상"이라고 했다. 주거 형태가 건축으로 발돋움하는 좋은 본보기를 갖추고 있느냐는 말로 이해했다.
이를테면 "주어진 장소에 살아가는 데 정말 필요한 것은 무엇일까? 나는 자연의 일부로 존재하는 생활이 주거 본질이라고 생각한다"라는 안도 다다오(安藤忠雄·75, 1995년 프리츠커 상 수상) 말은 우리에게 이런 질문을 하게 한다. '아파트는 주어진 장소에 살아가는 데 정말 필요한 것이었을까? 자연의 일부로 존재하는 아파트는 주거의 본질인가?' 하고 말이다.
아파트는 우리에게 복잡한 감정이 투사되어 있다. 산업화를 이끈 아파트는 매년 재테크 신화를 갱신했다. 사람들 표정은 바뀌었고 도시 표정도 바뀌었다. '땅'에 대한 집착과 ‘가난'이라는 곤궁함이 단단히 맞물려 있다. 아파트에게 진지한 질문을 할 수 없는 시절이었다. 해서 이제는 자연의 일부로 존재하는 주거 본질을 아파트에서도 찾아봤으면 싶다. 그렇다고 아파트를 짓지 말자는 말은 아니다. 의식을 바꿔보자는 말이다.
요컨대 2009년 문화재청은 서울 '피맛골' 일원에서 출토된 '백자 항아리'를 국가지정문화재로 예고했다. '피맛골 백자 항아리'로 불리는 이 보물에 대해서 미술사학자 최순우 선생은 "중국처럼 거만하거나 일본처럼 신경질적이지 않은 항아리"라고 표현했다. 우리 백자 항아리는 '잘 생겼다'라는 취지로 말했다. 이 말 뜻은 뭘까 골몰한 끝에 내가 찾은 의미는 '겸손하고 다정다감한'이었다.
이 자태를 아파트에 입히는 것이다. 용모와 성품이 고운 이를 우리는 예부터 곁에 두고 싶어 했다. '달을 품은 백자 항아리'가 품은 것은 바로 그 '인지상정'이었다. 아파트가 집 짓기에 그쳤던 것은 품고 있었던 것을 뺏겼기 때문이었다. 프리츠커 상이 우리와 인연 없었던 까닭도 여기에 있어 보였다. 97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