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은하수510

[은하수510] 글을 쓰려는 까닭

Creative by 정성준 작가

by 한봉규 PHILIP
정성준작가.20190910.jpg 정성준 작가 페이스북 2019. 9. 10. 포스팅 작품




나를 알리려 한 것이 내 글쓰기 첫 번째 목적이었다. 하지만 내 무엇을 알려야 하는지 망설였고, 딱히 알릴 거리가 없었다. 게다가 홍보 글은 더 어려웠다. 글쓰기가 내 입맛에는 떫은가 싶을 즈음 '필사'를 알았다. 반년 넘게 주야장천 칼럼과 시를 베껴썼다.


어느 날 내 마음 깊고 아득한 곳에서 정체를 알 수 없는 끓는 소리가 났다. 한두 번은 무시했지만 두서너 번은 그럴 수 없었다. 그 소리를 들은 날은 잠들지 못했기 때문이다. 동트는 새벽 기운을 몸에 감는 날이 점점 많았다. 몸이 쇠해지는 듯도 했다. 하지만 글은 조금씩 생기가 돌았다. '글발 참 좋다야~'라는 말을 들은 날도 있었다. 새로운 칭찬이다. 그로부터 부글부글 끓는 소리를 글로 옮길 때는 이전 보다 더 집중했다. 몰입감은 흥분 수준이었고, 초고를 놓고는 뿌듯했다.


수정 작업은 강원국 작가 방식을 따랐다. 아침에 눈 뜨자마자 원고를 읽고 지우고 쓰고 지우고를 2~3일, 낮과 밤이 들고나는 일을 잊고 나면 천자 남짓한 글 한 편이 내 앞에 놓였다. 분투가 심한 탓인지 마지막 마침표를 찍은 글이 가쁜 숨을 고르는 새 나는 페이스북에 포스팅을 했다. ‘나도 작가다'라는 도발을 일삼는 일이 잦았다. 햇수로 3년째. 줄잡아 100여 편에 달한다.


김형경 작가 칼럼 '남자의 새로운 매력 백치미(2014.07.12. 중앙일보)'는 남자가 억압한 자기 여성성에 대한 얘기다. 칼럼 말미 '억압해둔 반대 성의 요소를 끄집어내서 표현하고, 그것을 내면에 통합하는 작업을 정신 건강의 회복으로 본다'라는 부분에서 나는 무릎을 탁 쳤다. 언제부터인지 알 수 없고, 있는지조차 몰랐던 억압한 내 반대 성을 위로하고 보듬는 일이 내 글쓰기 두 번째 목적임을 깨달은 것이다. 내 내면을 통합하는 정신 가꾸기가 내겐 글쓰기인 셈이다. 66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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