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reative by 정성준 작가
김훈 선생의 ‘거리의 칼럼’ 세 번째 필사를 하려는 참이다. ‘하다 보면 무엇인가를 발견할 수 있겠지'라고 썼던 두 번째 필사 때 한 물음은 이번에도 유효하다.
‘거리의 칼럼' 첫 편 '밥에 대한 단상' 필사 날이 2016년 10월 26일이다. 그로부터 오늘이 딱 천 일째. 세 번째 필사 일로 삼기에 이만한 의미가 없다. 1000 일째의 날, 필사를 통해 내가 터득한 것은 '글은 매일 쓰고, 그 글은 매일 지우고 또 쓰는 것을 반복하던 어느 때쯤 비로소 글이 됨을 깨달은 것'이다.
하나 더 보태면, 소소한 일상의 사모(思慕)함은 내 글의 밑바닥 정서인 점을 알았다는 점이다. 하지만, 오륙백 자 남짓의 낱말로 신념을 찌르고, 정의는 펄떡이고 인간에 대한 사랑을 오롯이 담고 있는 '거리의 칼럼'과 같은 글을 쓰고 싶은 욕망은 버릴 수 없다. 실은 신념과 정의에 대한 나의 뿌리는 허약하고, 사사로운 감정 분출을 '합리'라는 말로 포장하려는 나를 보았다.
그래서 말인데 세 번째 필사는 언제 마칠지 모른다. 다만 무엇을 발견하려 애쓰기보다 세상과 글, 글과 나 간의 세계를 조금 더 깊이 사유하고, 내 안으로 들여와 글로 냈을 때는 좁지 않고 답답하지 않은 사모함을 신실하게 익히는 데 마음을 다 써 보려 한다. 45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