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reative by Breant Lynch
모처럼 출장지가 제주도다. 비행기를 타는 일은 외국 나갈 때라는 관념 탓인지 공항에 일찍 도착했다. 모바일로 일처리를 해둔지라 곧바로 보안검색대에 섰다. 매번 곤욕을 치르는 두 가지, 노트북과 라이터를 꺼내 뒀다. 하지만 휴대용 손톱깎이 세트가 매의 눈에 걸렸다. ‘아니~ 왜!’라는 반문은 했지만 나를 맥가이버쯤으로 봐 준 것이라 여겼다.
15번 게이트 근처에 자릴 잡고 앉았다. 널찍한 활주로에 쏟아지는 볕은 겨울을 밀어낸 기세다. 골목골목에서 퉁겨난 볕들이 한시름 놓았는지 새롱이기도 재잘이기도 한다. 그 부산함을 다 받아주는 활주로가 대견하다. 내 옹졸함도 스르르 풀어진다.
‘천진암’으로 향했다. 출장지로만 다녀간 제주도에 마음 둘 곳 한곳이 생겼기 때문이다. 막냇동생을 애틋하게 여긴 어르신 한 분이 질그릇 같은 어머니 삶을 경배하시고 싶다 하셔서 위패를 모신 곳이다.
단층 기와집 형태를 띤 대웅전은 눈에 익은 사찰과는 달랐다. 청계 스님은 제주도 고유 형식을 오롯이 간직한 절이라고 하셨다. 살아 와보지 못한 제주도를 영이 되어 기거하신다 생각하니 가슴이 꾸겨지는 통증이 왔다. 숱한 세월 나는 무엇을 한 것인가라는 자책감이 눈물로 뚝뚝 떨어진다.
'아서라~ 그리 울 일 아니다. 여기 이리 있어도 다녀가는 이 없으면 더 슬프다. 그리 마음 쓸 것이면 계절 바뀌면 예 와서 사는 얘기 들려다오. 그 얘기 듣다 내친 김에 환생하여 못다 한 제주 유람하자구나. 그러니 애통해 하지 말아라. 예서 너를 보니 반갑기 그지없구나!' 56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