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SUNY] 제주도를 탐하다

Creative by Breant Lynch

by 한봉규 PHILIP


모처럼 출장지가 제주도다. 비행기를 타는 일은 외국 나갈 때라는 관념 탓인지 공항에 일찍 도착했다. 모바일로 일처리를 해둔지라 곧바로 보안검색대에 섰다. 매번 곤욕을 치르는 두 가지, 노트북과 라이터를 꺼내 뒀다. 하지만 휴대용 손톱깎이 세트가 매의 눈에 걸렸다. ‘아니~ 왜!’라는 반문은 했지만 나를 맥가이버쯤으로 봐 준 것이라 여겼다.


15번 게이트 근처에 자릴 잡고 앉았다. 널찍한 활주로에 쏟아지는 볕은 겨울을 밀어낸 기세다. 골목골목에서 퉁겨난 볕들이 한시름 놓았는지 새롱이기도 재잘이기도 한다. 그 부산함을 다 받아주는 활주로가 대견하다. 내 옹졸함도 스르르 풀어진다.


‘천진암’으로 향했다. 출장지로만 다녀간 제주도에 마음 둘 곳 한곳이 생겼기 때문이다. 막냇동생을 애틋하게 여긴 어르신 한 분이 질그릇 같은 어머니 삶을 경배하시고 싶다 하셔서 위패를 모신 곳이다.


단층 기와집 형태를 띤 대웅전은 눈에 익은 사찰과는 달랐다. 청계 스님은 제주도 고유 형식을 오롯이 간직한 절이라고 하셨다. 살아 와보지 못한 제주도를 영이 되어 기거하신다 생각하니 가슴이 꾸겨지는 통증이 왔다. 숱한 세월 나는 무엇을 한 것인가라는 자책감이 눈물로 뚝뚝 떨어진다.


'아서라~ 그리 울 일 아니다. 여기 이리 있어도 다녀가는 이 없으면 더 슬프다. 그리 마음 쓸 것이면 계절 바뀌면 예 와서 사는 얘기 들려다오. 그 얘기 듣다 내친 김에 환생하여 못다 한 제주 유람하자구나. 그러니 애통해 하지 말아라. 예서 너를 보니 반갑기 그지없구나!' 56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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