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reative by Jack Vettriano(1951 ~ )
Creative by Jack Vettriano(1951 ~ )
한 해 먼저 어머님을 여읜 그 사람은 ‘엄마 목소리를 남겼어야 했는데···’ ‘엄마 사진 많이 찍어뒀어야 했는데···’라는 말을 자주 했다. 그 말 할 때마다 아쉬움은 감출 수 없었는지 소주 한 잔을 단숨에 털어냈다. 그러면 나는 빈 잔을 채우고, 그 사람은 눈물을 가슴에 채웠다. 채우고 싶은 것을 마음껏 채운 달도 흰 구름 두른 양이 하얀 머플러를 두른 어머님 같아 슬픈 것은 희구나 싶었다.
어느 날, 종일 연락이 닿지 않아 크게 걱정을 했다. 잔비 내린 길이 제법 미끄러워 어떤 사고 난 것일까라고 말이다. 나중에 안 사실이지만 비구름이 잔뜩 낀 날이면, 어머님 추모비를 두른 화단이 빗물에 쓸려 갈 것 같아 다지고 온다는 것이다. 와르르 무너질 것 같은 내 마음까지 다져져 다행이다.
어디서 그리 이쁜 돌을 고르고 모아 꽃담장을 만들었는지 솜씨 꽤나 있어 보였다. 그 앞에 서서 추도를 하며 청(請) 하나를 넣었다. 훗날 울 엄니 하늘 친구로 지내 주십 사하고 말이다. 뭘 그리 오래 서 있느냐고 내게 묻는 그이에게 오래오래 당신 곁에 있게 해 달라고 했더니, 눈도장 한 번 찍은 적 없는 사람 소원은 들어주지 않는다고 되받는다. 그런 줄 알았으면 생전에 여러 번 찾아뵙는 건데라며 너스레를 떨었다. 하지만 이번에는 아무 말이 없다. 그 사람 잠이 들었다.
그 해 여름을 그 사람은 그렇게 보냈고, 나는 그이가 자주 했던 말이 떠올라 동영상과 사진으로 엄니 모습을 일보일경(一步一景) 삼았다. 이듬해 하얀 꽃길을 타고 엄니가 하늘로 가실 때, 구름이 얇게 펼쳐 있는 것이 머플러가 여러 장 겹쳐진 듯 보였다. 마중 나와 주신 게로구나. 하늘살이가 낯설 엄니를 맞이해 주시는구나. 내 소원 들어주시는구나 싶어 한동안 고개를 깊이 숙인 채로 가슴에 눈물을 채웠다.
며칠 전이 그 사람 어머니 기일이었다. 더는 가까이 추도 드릴 순 없지만 흰 구름 나풀나풀 움직일 때면 '네 엄니 잘 계신다'라고 내게 일러 주시는 것 같아 눈을 감고 답례하면 그날은 비가 내린다. 7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