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은하수510

[은하수510] 잘 쓴 논문 '좋은 문장'

윤태영의 좋은 문장론

by 한봉규 PHILI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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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문장은 어떻게 쓸까’를 고민했다. 과제를 확인한 후 서둘러 서점으로 내 달린 상황으로 시작할까, 이 과목을 함께 듣는 동료들과 나눈 감탄사를 열거할까를 말이다. 책을 손에 쥐고 첫 장을 열었을 때 든 생각은 '왜, 윤태영의 좋은 문장론인가?'였다. 나는 강원국 작가 문장론으로 글쓰기를 익혔는데 라고 반문도 했다. 그런 탓에 첫 장을 읽는 속도가 더뎠다.


'주장을 정확하게 전달해야 한다'라는 대명제는 두 작가 모두 같다. 하지만 강원국 작가 문장론은 5월 같다면, 윤태영 작가 문장론은 추석을 막 지낸 느낌이다. 초고를 쓰고 퇴고와 탈고 과정 역시 달랐다. 앞서 말한 강 작가는 초고를 벌처럼 날아 쓰고, 퇴고는 나비처럼 나풀나풀 가볍게 나는 모양이라면, 윤 작가는 그 반대인 듯했다. 나 역시 강원국 작가가 소개한 바를 따르고 있다. 하지만 이 과제는 윤태영 작가 작법으로 써야 했다. 그 까닭은 마감이 몇 시간 남지 않았기 때문이다. 요컨대 이 초고는 퇴고 없이 그대로 제출할 확률이 높기 때문이다.




'왜, 이 책인가?'라는 질문에 내가 떠 올린 답변은 '논문 작법 기초 개념을 세우는 데 이 책이 가장 적절하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사실 주요 내용은 익히 알고 있는 것들이다. 새롭게 안 것은 '포유문'이었다. 한 쌍의 주어와 서술어가 문장 안에서 특정한 명사를 수식하는 문장을 말한다. 이전까지 나는 단순히 복문으로만 알고 있었다. 정확한 문법 용어를 안 셈이다.


사실 '포유문'이란 용어는 책 전반에 걸쳐 자주 등장한다. 이 책을 읽고 가장 기억에 남는 것이 무엇이냐 물으면 '포유문' 말고는 딱히 떠오르는 낱말이 없을 정도다. 이 맥락에서 강원국 작가 문장론에서 내가 익힌 것은 '접속사 안 쓰기'였다. 이 점을 윤태영 작가도 지적하고 있다. '적당히 사용하자는 입장'이 윤 작가 조언이라면, 같은 맥락이지만 강 작가는 '쓸만한 것을 찾아보자'라는 입장이다. '한데' '게다가' '이를테면' '요컨대' '하지만' '실은' 등이 강 작가 문장에서 찾은 접속사이다. '그러나' '그리고' '그래서' '그러므로' 등을 썼을 때 느끼는 건조함 대신 곁에서 얘기하는 느낌이 든다.


'포유문'이란 말이 인상적인 점은 몇몇 논문을 읽다 보면 지루하고 따분하고 끊어졌다 억지로 이어 붙인 느낌이 들기 때문이다. 그 까닭을 두고 '논문이니까'라는 말로 대수롭지 않게 여겼다. 하지만 이 책을 읽는 이유가 여기에 있어 보였다. 논문은 자기주장을 하는 글이라는 점, 논문은 다른 저자가 찾지 못한 인용문을 찾아 필사하듯 쓰는 글이 아니라는 점.




이 점에 있어 이 책에서 언급한 한 가지를 더 소개하면 '이중 부정문'이다. '한 문장 콤플렉스'에서 가볍게 언급한 '이중 부정문'은 사실 '논문'을 비롯한 칼럼과 사설에서 자주 접하는 문장이다. '이중 부정문'에 대해서 윤태영 작가는 딱히 언급하지 않았다. 반면에 강원국 작가는 '이중 부정문'은 특권 의식을 드러내는 문장 구조이고, 특정 행동을 강조하는 듯하지만 교묘하게 강권하는 것이라고 질타했다. 일본식 문법에서 자주 등장한 점을 들어 능동문으로 바꿔 써야 한다고 했다. 강원국 작가의 이 포효가 나는 마음에 들었다. 그 결과 지난 1월에 출간한 책 문장 80%는 능동문이다.




이 책을 읽으면서 내 생각은 첫째, '왜, 이 책인가?'를 시작으로 둘째, 내 글쓰기가 아직은 미흡한 부분 셋째, 논문 쓸 때 이 점을 고려해야겠군 이 세 가지로 정리할 수 있다.


첫째 질문은 앞서 말한 바로 가름하고, 이 글을 쓰면서 문득 든 생각이 '제4장 유형별 문장 다듬기 수업'이 이 책을 선정한 까닭 같았다. 윤태영 작가가 누누이 얘기하고 있는 '읽는 것도 중요하지만 끊임없이 쓰고 고쳐야 한다'라는 말이 떠올랐기 때문이다. 이는 마치 '연구 모형은 수없이 읽어야 한다'라는 말이 교수 님의 '논문 쓰기' 1장이라면, 2장은 '끊임없이 쓰고 또 쓰고 고쳐 써야 한다'라는 말로 들리는 듯했기 때문이다. 해서 4장은 읽지 않았다. 펜을 들고 써야 하는 장이기 때문이다.




둘째, '내 글쓰기가 아직은 미흡한 부분'이라는 말보다는 '새롭게 안 사실'이라고 쓰는 것이 더 알맞다. 기껏해야 5년 습작한 일로 '아직은 미흡'이라는 표현은 솔직히 안하무인이다. 해서 이 책을 읽으면서 얻은 새 작법 또는 연습해야 할 부분이라고 말하는 것이 옳다.


새로 얻은 작법 중 하나는 '주어에도 '것'이 있고 서술어에도 '것'이 등장한다'라고 소개한 문장이다. 예문은 이렇다.



[예문] 역사를 공부하는 은이 시대가 어떻게 여기까지 왔는지 그 과정을 파악하여 보다 나은 미래를 만들기 위한 이다.


윤태영 작가가 주어의 '것'을 살려 쓴 문장은

역사를 공부하는 은 이 시대가 어떻게 여기까지 왔는지 그 과정을 파악하여 보다 나은 미래를 만들기 위해서이다.


서술어의 '것'을 살려 쓴 문장은

우리는 역사를 공부한다. 이 시대가 어떻게 여기까지 왔는지 그 과정을 파악하여 보다 나은 미래를 만들기 위한 것이다.


내가 이 문장을 고쳐 썼다면


역사를 공부하는 일은이 시대가 어떻게 여기까지 왔는지 그 과정을 파악하여 보다 나은 미래를 만들기 위한 것이다.


또는


역사를 공부하는 것은이 시대가 어떻게 여기까지 왔는지 그 과정을 파악하여 보다 나은 미래를 만들기 위한 일이다.



주어 '것'과 서술어 '것'이 반복하는 일이 무척 거슬렸다. 마침 정혁준 기자 칼럼 '비즈니스 글쓰기'에서 이 점을 개선하는 방안을 소개했고, 그 작법을 따른 것이 '것'을 '일'로 바꿔 쓴 것이다. 이제 여기에 한 가지 비법을 더 얻은 셈이다. 사물이나 현상 따위를 추상적으로 말하는 의존명사 '것'에 더는 의존하지 않고 정확한 문장을 쓰는 방법 말이다.




여기에 붙여 최근 글쓰기를 할 때 고민을 윤태영 작가가 콕 찍어 설명해 준 대목이 있다. 목적격 조사인 '을', '를'을 처리하는 대목이다. 사실 이 목적격 조사 부분은 초고 쓸 때는 거의 모른다. 퇴고를 할 때 다시 읽어보면 의외로 많다. 사실 이 글을 쓸 때에도 나타나는 현상인 걸 보면 내 글쓰기 습관 같다. 이런 습관어 중 간신히 하나 고친 격조사가 있다. 소유격 조사 '의'이다.


일본어는 '명사'와 '명사'를 연결할 때 '노(の)'를 꼭 쓴다. 이 문법이 우리 말에 자연스레 스며든 현상이다. 3·1 독립선언서에도 등장한다고 한다.


“오등(吾等)은 아(我) 조선의 자주 독립국임과 조선인의 자주민임을 선언하노라”


이 문장은


“우리는 조선이 자주 독립국이며 조선인이 자주민이라고 선언하노라”



로 한글로 고쳐 쓴 것이 쉽고 정확한 우리글 문장이다. 이 내용은 '‘의’와 전쟁을 선언하라'라는 칼럼에서 앞서 소개한 정혁준 기자가 지적한 부분이다. 이 칼럼을 읽고 즉시 나도 '의'와 전쟁에 참전했다. '문제 정의의 기술'로 썼던 초고 문장 모두를 '문제 정의 기술'로 바꿔썼다. 명사와 명사 사이 '의'를 쓰지 않았더니 글을 읽을 때 매끄러운 도로를 질주하는 세단을 탄 기분이었다.


이후로 일본어 식 문장을 찾았다. '의'와 견줄말큼 많이 쓰는 조사에는 '적'이 있다. 한데 이 '적'은 여전히 난제이다. 이런 점을 윤태영 작가 글에서 실마리를 얻었으면 좋았을 텐데···. 하지만 곰곰이 생각하면 이 책에서 '적'을 쓴 문장은 찾지 못했다. 어쩐지 문장이 어색하지 않았고, 담백한 맛이 났던 까닭이 여기에 있어 보였다.




셋째, '논문 쓸 때 이 점을 고려해야겠군'으로 메모한 부분은 총 다섯 군데이다.



① 문장을 길게 쓰면 주어와 서술어가 제대로 호응하지 못한다는 점
② 한 문장에 주어가 너무 많으면 한 번 훑듯이 읽어서는 뜻을 정확하게 파악하기 어려운 점
③ 정말 이야기하고 싶은 내용이 무엇인지를 먼저 취재해야 한다는 점
④ 주장을 논리적으로 전개하는 습관을 들여야 한다는 점. 그러기 위해서 주장을 새롭게 배치하는 노력을 해야 한다는 점
⑤ 누구나 쓸 수 있는 글에 만족하면 안 된다. 한걸음 더 나아가서 혼자만 쓸 수 있는 글을 써야 한다. 


이 다섯 가지는 논문을 쓸 때 스스로 검증할 부분으로 삼으려고 한다. 이 중 중심축으로 삼고 싶은 대목은 ③번, 취재이다. 논문으로 치면 다양한 선행 연구를 살펴 읽는 것일 테고, 연구 목적과 시사점이 겹치는 부분을 방지할 수 있다. 선구적인 주장은 아니더래도 내 연구 진정성을 살리는 대목은 바로 이 항목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여기에 하나 더 꼽으라면 ④번이다. 내 연구 가설을 검증하기 위해 인용하는 개념과 정의를 내 연구 주장으로 삼기 위해서는 꼭 익혀야 하는 글쓰기 습관이다. 결국 논문은 인용과 편집을 누가 잘하는 일이라기 보다 자기 자신이 탐구한 것은 무엇이고, 그 탐구를 통해 새롭게 얻은 진리는 무엇인가를 소신 있게 피력하는 글쓰기라는 점이다.


이런 면에 있어서 이 책 '윤태영의 좋은 문장론'은 비록 논문 글쓰기 비법을 알리지는 않았지만, 적어도 논문을 쓸 때 가져야 할 마음가짐과 계획에 '취재'는 포함해야 할 당위성을 깨닫게 했다. 게다가 논문은 내가 쓰는 일이고, 쓰는 행위는 혼자 이루어야 할 대업이라는 점을 분명하게 다짐하도록 독려했다. 이 책을 선정한 까닭 역시 이를 자각하도록 하는 데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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