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reative by Claude Monet (1840-1926)
글을 쓴다. 아이폰 메모장에서 초고를 시작한다. 글발이 나지 않을 때는 동네 한 바퀴 휘휘 돈다. 한 걸음 가다 멈추고 쓰고 지우고 다시 두어 걸음 가다 멈추기를 반복한다. 십여 분이면 한 바퀴 돌 동네를 삼십분 넘게 간혹 한자리에서 이십분 여분을 동상처럼 서 쓸 때도 있다. 이마저도 여의치 않으면 변기에 쭈그려 앉아 쓰기도 한다. 내가 봐도 압권은 누워 쓰는 것이다. 이렇게 초고를 쓰면 잔다. 잠이 달면 제법 만족한 글을 쓴 것이다.
눈을 뜨자마자 초고를 들고 담배를 물고 글발이 좋았던 동네 그 자리에 서서 읽는다. 초고 쓸 땐 몰랐는데 단어 하나가 마뜩지 않다. 비슷한 말을 찾아도 내키지 않는다. 집으로 들어오는 길목에서 문장 맥락을 되짚고 의미를 곱씹는다. 분명 지금 쓴 말보다 더 알맞은 낱말이 있을 것이다. 낱말 찾기에 골몰하지만 좀처럼 실마리를 찾지 못하고 있을 때 딴짓을 한다. 유튜브를 보고, 그림도 보고, 페이스북을 뒤적인다. 그러던 중 어떤 단어 하나가 떠올라 그 말을 써 본다. 괜찮다. 이 말이었구나 싶을 때 블로그 '초고 모음' 게시판에 옮긴다.
퇴고는 신속하다. 띄어쓰기, 맞춤법이 제대로면 제목을 짓는다. 그다음이 그림 찾기다. 간혹 모아둔 그림 중 하나를 선택할 때도 있다. 하지만 이 경우는 저장한 그림을 그대로 쓰기보다는 그림 그린 작가 이름으로 검색한 후 글맛에 맞는 그림을 찾는다. 요컨대 작가 이름을 그림으로 메모하는 셈이다. 흡족한 그림을 찾으면 페이스북 포스팅이 마무리 단계이고, 덧글을 남겨 주시는 분과 가벼운 소통을 하며 나도 독자로 감상을 한다.
이게 다가 아니다. 틈틈이 포스팅 한 글을 읽으며 퇴고할 때 발견하지 못한 중복 의미가 있는 말은 빼고 말 순서를 바꿔 다시 쓰기도 한다. 읽는 맛이 아침 다르고 저녁 다른 점을 느끼기 때문이다. 일본어 식 표현 '의' '적'을 남발하지는 않았는지 영어 번역투를 우리말로 바꿀 수는 없는지 문장을 다시 쓰곤 한다. 글을 이끌어가는 이는 나인데, 동사를 잘 못 쓰지 않았는지도 눈여겨보는 부분이다.
마지막으로 글을 쓴 내 마음 정서가 잘 배였는지 행여 부정문을 많이 써 독자를 설득하려 든 건 아닌지 곰곰이 따져 보기도 한다. 적절한 비판은 반성하는 계기로 쓰고, 알찬 희망은 용기로 쓸 수 있는 글이었는지를 숙고한다. 독자 의견이 귀한 까닭이 여기에 있고, 화룡점정일 때 비로소 글이 된다. 85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