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한봉규 PHILIP Sep 30. 2020

[삼삼한] 한 달

추석인사

조미진 작가 작품




예년과는 다르게 올 추석에는 당일 아침 출발 하려고 한다. 특별한 이유가 있는 것은 아니지만 굳이 한 마디 거들면 '코로나' 쯤으로 해두자. 사실 이 말은 핑계일 뿐이고, 내 속마음이 나도 궁금하다. 해서 글을 쓰다 보면 그 내막을 알까 싶어 이러고 있다.


9월 한 달 내가 겪었던 일에 대한 회상이 아무래도 이 글 중심축이지 싶다. 어떤 일을 겪었나 되돌아보니 쪼만쪼만한 일부터 스트레스를 크게 받았던 일이 떠 오른다. 이 중심을 관통한 화두는 '비즈니스'였다. 여기에 '리더'라는 딱지가 딱 붙어 있다 보니 매 순간 결정하는 일이 서툴고, 실수가 많았다. 특히 지금 당장 이익과 미래를 염두에 둔 사람을 놓치지 않는 갈래길은 굉장히 큰 고통이었다.


사업에 능숙한 이는 사업을 보라하고, 그래도 사람을 잃어서는 안 된다는 두 말을 동시에 내게 쏟아붓는데 정말 정신이 혼미했다. 게다가 경쟁우위를 점하고 있다 방심하면 하루아침에 엎치락뒤치락 요동 치는 시장 환경에 젖 먹던 힘을 다한다 해도 속수무책이었다. 이렇게 9월 한 달을 지냈다. 솔직한 심정을 토로하면 행복하지 않았다. 이 말을 달리 표현하면 내 깜냥은 사업을 펼치고, 리더로 호연지기를 쌓는 일이 버겁다 쯤으로 남겨도 될 것 같다.


그랬다. 매 순간 힘겹게 한 고개 한 고개를 넘고 있었다. 한 달 전만 해도 풍경을 벗 삼아 바람을 타고 마음을 실어 고백하는 일을 미쁘게 여기며 넘었을 고개였다. 하지만 9월 한 달 고개는 헐떡 고개였다. 앞으로도 이 고개 몇을 더 넘어야 하고, 매일매일 간신히 살아야 할지도 모른다. 이런 얘기를 동료에게 할 수도 없다.


내 서툰 말에 맥 빠질 수 있어 조심스럽기 때문이다. 이 역시 한 달 전과 달라진 일상이다. 불과 40여 일 전에는 선배였고, 후배였기 때문이다. 이런 일을 두고 사업은 늘 비정하다 말하고 싶지는 않다. 동료가 된 후배는 이미 사업 수단을 발휘하고 있고, 저만치 앞서 늘 내게 빨리 오라며 채근하고 있다. 그 속도를 쫓아가지 못하는 입장에서 중요한 의사결정을 해야 하는 역할이 내가 맡고 있는 것이 문제이지 싶다. 사실 이 점이 내 행복을 갉아먹고 있어 보인다.


이런 생각도 한다. 십수 년 동안 연구가 취미인 사람이 사업 입네 하며 시장에 나섰을 때 눈 감으면 코 베간다라는 말을 실감하는 중이라고 말이다. 여하튼간에 9월 한 달 동안 내 사정이 이러했다. 그 와중에도 유일한 낙이 그림 보는 일이었고, 그림을 글 삼아 브런치 한 일이었다. 수많은 클림트 작품 중에서 유독 풍경화를 담은 것은 풍경 속 어느 한 자리에서 머리를 식히고 심기일전하고 싶은 마음이었다.


한 달여 동안 클림트 컬렉션을 성원 해 주신 브런치 작가님 모두에게 감사드립니다. 풍성한 한가위 지으시길 바랍니다.






매거진의 이전글 [삼삼한] 태풍과 사과나무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