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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한봉규 PHILIP Oct 21. 2020

[삼삼한] 숲 길 산보

조미진(cho mijin) 작가


눈을 떴을 때 숲인 줄 알았다. 숲 향이 코끝에서 나를 간지러 깨난 것이기 때문이다.


숲을 집고 몸을 일으키니 이번에는 부스럭 낙엽이 인기척을 한다. 욘석은 이제야 인났는가 보다 이 녀석 일으켜 산보 나서야겠다.


한 밤을 지난 숲은 줄행랑치려는 밤 빛 별빛 숲 빛을 한데 모아 아름다움을 완성핬다. 제목을 뭘로 지을까 고민하는 듯 보여 “얘, 그냥 숲이라고 해”라고 했더니 상그래 웃으며 숲을 놓고는 사라졌다.


숲길 산보는 고즈넉도 하고 재잘스럽기도 하고 아늑하면서도 짓궂기도 하다. 알알이 떨어지는 이슬은 차갑지만 부드럽다. 입가는 발 디디는 곳마다 호강에 겨운지 미소미소한다.


조미진 작가 작품 앞에 서서 눈을 감으면 그런 숲이 나를 반기고 안아주고 보듬어 준다. 좌절하지 말라면서 10여 년 전 각오를 되새겨 준다. 용기를 내라며 어깨를 투탁이다가도 돌아가는 길 서운해 하지 말라며 햇볕 한 줌 한 줌 가는 길 위에 놓아준다.


눈 감길 잘 했다. 가을 숲 향 맘껏 들이킬 수 있어 잘 한 일이다. 37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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