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결에집중하라] 남과 비교했더니 초밥이 맛 없더라
by 한봉규 PHILIP Dec 21. 2019
조미진 작가. 2019. facebook.com/mijin1203
초를 만들고 밥을 짓는다. 생선 살을 손질한다. 붉은 생선은 두껍게 흰 살 생선은 얇게 저민다. 주문을 하면 주인은 뽀드득 뽀드득 소리 내며 손을 씻는다. 나비처럼 날아 초밥을 쥐고, 새우 살을 초밥에 얹으면 새우초밥이 된다. 광어·광어 지느러미·문어·참치 초밥도 순식간에 완성한다. 접시 위로 놓인 초밥은 가지런하다. 한 입에 쏙 들어갈 만큼 두께도 알맞다. 빛깔은 먹는 순서이다.
'가까운 바다에서 먼 바다로 나가볼까' '먼 바다에서 파도를 몰고 오는 순서로 맛을 볼까' 초밥 향은 문학적 상상력을 불러일으켜 허기를 끌어들인다. '허기를 영혼의 언어라고 해 볼까' '허기가 어둠을 지배해선 안된다고 말할까' '역사는 허기에게 죄를 묻지 않는다고 해 볼까' 젓가락 끝을 탁자에 두 번 치는 것으로 순서를 결정하고, 참치 초밥 허리를 잡았다. 참치 눈물만큼 고추냉이가 풀린 간장을 찍는다.
아가미를 사용하지 않는 참치·다랑어는 시속 80km~150km로 헤엄칠 수 있고, 큰 놈은 3m 몸무게 400kg에 육박한다는데 입안에서 질주 중인 이놈은 어디로 가고 있는 것일까. 생강 절임으로 참치 맛을 정화하고 다음은 새우·쫄깃한 문어·광어·'엔가와'로 불리는 광어 지느러미 살 초밥까지 맛의 호사를 누린다. 허기에 감성을 채우니 기적이 일어난 것 같다.
33년 동안 초밥을 쥐었다고 한다. 손에 쥔 밥알 개수가 100개니 200개니 하는 것은 '방송 용'이라고 말했다. 남과 자주 비교할수록 초밥이 맛없어지더라 내 이름을 걸고 부끄럽지 않은 초밥을 빚어 보자 다짐했다고 한다. 자신이 만들 수 있는 맛은 무엇인지 연구했다고 한다.
초는 밥을 도와 화려하지 않았고, 고추냉이는 밥과 생선 살 사이 맛 간격을 일정하게 유지해줬다. 밥알과 생선 살이 씹힐 때마다 맛을 꺼트리지 않으려는 협력 정신이 절묘했다. 마지막 밥알과 생선 살을 목구멍으로 꿀꺽 넘길 찰나 마지막 인사를 한다. '초밥은 느낌이다. 의논할 시간은 없다'라는 미소를 짓고 사라졌다. 밥알 하나도 남길 수 없는 이 느낌, '주인의 양심'이었다. 76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