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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한봉규 PHILIP Oct 30. 2020

 [온라인회의연구소] 마우스 권력

한봉규(PHILIP.HAN)

PHOTO BY 조미진 작가



3무 회의

'회의'는 '악몽'이다. 차라리 꿈이었으면 싶으리만큼 정신은 혼미하고 몸을 제대로 가누지 못하겠고 답답하다는 것이다. 이렇게까지 '회의'를 얘기하고 싶진 않지만 '회의'하면 떠 올리는 기억 대부분이 이렇다고들 한다. 이런 회의에 대한 현상을 최익성 플랜비 대표는 한 마디로 '가짜 회의'라고 진단했다. 이를테면 '3無, 논의 없고, 결론 없고, 책임지는 사람 없는 회의'라는 것이다.


이 점은 비단 우리에게 있는 특별한 현상은 아니다. 스티븐 G. 로겔버그(Steven G. Rogelberg) 노스캐롤라이나 샬럿대 석좌교수는 이런 3無 회의에 참석한 사람 대부분은 '회의 회복 증후군· Meeting Recovery Syndrome: MRS'을 경험한다고 했다.


즉, 회의에서 탈탈 털린 정신 상태를 정상으로 되돌리는 데 많은 시간을 쓴다는 것이다. 핵심은 정상으로 초점을 맞추는 동안 다른 업무를 할 수 없다는 점이다. 네브래스카 대학 산업·조직 심리학 조셉 알렌(Joseph A Allen) 부교수는 이 원인을 '인지 전환' 속도가 더디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요컨대 영혼이 제자리를 찾는 데에는 휴식이 필요하다는 말이다. 이처럼 '가짜 회의'는 업무 생산성에 지대한 영향을 끼친다.


한데 이러한 지적은 꽤 오래전부터 숱하게 해왔고, 천문학적인 비용과 시간을 쏟아부으면서 개선과 혁신을 반복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마뜩지 않다. 도대체 이 '가짜 회의'를 '진짜 회의'로 만들 방안은 없는 것일까?


중복 회의 현상

미로 miro 콘텐츠 마케팅 리더 크리스티나 스리(Christina Sri)는 원격 회의야말로 가짜 회의를 없앨 기막힌 기회라는 화두를 던지면서 가짜 회의 증상으로 가장 먼저 '중복 회의'를 꼽았다. 특히 코로나 팬데믹 이후 5.9회였던 회의가 6.9회로 증가한 원인도 중복 회의 현상과 무관하지 않다고 했다. 그 내막을 들여다보면 역시 '회의 목적이 명확하지 않은 점'이 결정적 요인이라고 분석했다.


이 요인에 대한 해결안으로 회의 전문가 대부분은 두 가지를 최우선 과제로 본다. 첫째, 왜 모이는지 둘째, 무엇을 할 것인지가 그것이다. 이를 모르는 이는 없다. 한데 그것이 현실적으로 이루어지지 않는 점이 문제다. 이 문제에 있어서도 그 분석 결과는 태산을 이룰 것이다. 그중 회의를 기획하는 사람과 책임자가 다르다는 지적이 눈에 띈다. 요컨대 회의 결론을 책임지는 사람이 회의 기획을 하는 것과 회의 기획을 업무로 부여받은 이가 준비하는 회의는 분명 다르다는 점이다.


우리가 우수 사례라고 가져다 쓰는 아마존 · 구글 · 애플 · 마이크로소프트 사내에서 회의는 적어도 회의 기획자와 책임자가 분리되어 있지 않다는 사실을 알아야 한다. 목적 없는 회의였다고 퉁명 거리는 일이 유독 우리에게 많은 까닭이 여기에 있어 보인다. 회의 기획을 업무 지시받아 처리하는 이가 회의 책임자보다 회의 목적을 더 깊이 이해하고 꿰뚫고 있는 경우가 얼마나 될까라는 생각이 떠나지 않아서 하는 말이다.


이외에도 회의 주제와 목적을 구분하지 못하는 바도 목적 없는 회의를 야기하는 까닭이다. 이를테면 '전략 회의'는 주제이고, 'T 사 신제품 출시에 따른 대응 방안 우선순위 선정'은 목적이다. 이 역시 회의 기획자와 책임자가 분리되어 있기 때문에 발생한 문제라고 본다.


목적 없는 회의와 싸워야한다

그럼 온라인 회의는 어떨까? 기획자와 책임자가 여전히 분리된 상태라면 별반 다르지 않을 것이다. 한데 온라인 회의는 다르다. 분명 다르기 때문에 온택트 시대 회의는 숱하게 겪은 회의 회복 증후군· MRS를 걷어낼 수 있다고 주장하는 것이다.


이 점에 있어 나는 미로 miro 콘텐츠 마케팅 리더 크리스티나 스리가 주장하는 '목적 없는 회의와 싸워야 한다'라는 이 한 문장이 마음에 든다. 크리스티나는 여섯 가지를 제안했다.


1. 코로나 팬데믹 현상을 수용한다.

2. 온라인 회의 행동양식을 규범화한다.

3. 캘린더를 지금보다 더 강력하게 사용한다. 즉, 집중 업무 시간 권리를 빼앗겨서는 안 된다.

4. 주 중 하루는 회의 없는 날로 정한다.

5. 온라인 회의 참가자 존재감을 서로 인식하는 프로그램을 주관자는 준비한다.

6. 비디오를 끄고 회의하는 것에 도전한다.


이 제안을 원격 회의 행동양식으로 삼는다면 적어도 온라인 회의에서는 '목적 없는 회의였다'라는 볼멘소리는 사라진다는 것인데, 이 글을 읽는 여러분은 동의하는지? 나는 80% 동의한다.


마우스 권력

회의 기획자와 책임자가 동일 인물이라면 여섯 가지 제안은 합리적이다. 특히 6번 제안은 재밌고 모험적이다. 나도 시도해 보고 싶을 정도다. 한데 온라인 회의에서도 여전히 회의 기획자와 책임자가 분리되어 있다면, 6번 제안은 회의 책임자에게 충격적인 제안일 수 있다. 그 까닭은 여전히 회의 독점자 권한을 누리고 싶어서 일게다.


만약 온라인 회의에서까지 회의 독점자 지위를 차지하려는 현상을 '마우스 권력'이라고 함축한 이도경 선생님 말에 동의한다. 이를테면 대면 회의는 회의 독점자, 온라인 회의는 마우스를 쥔 자가 회의를 독점할 수 있다고 보는 것이다.


온라인 회의를 대하는 태도가 이처럼 '대면 회의와 별반 다르지 않네!'라는 인식과 평가가 조직 내에 안착하는 순간 회의 문화를 혁신할 기회는 연기처럼 사라진다고 본다. 해서 지금부터는 마우스 권력을 온당하게 쓰는 방법을 찾는 일에 몰두했으면 싶다. 이 글 목적은 바로 여기에 있다. 1986.



#온라인회의 #마우스권력 #대면회의 #회의독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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