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성이란 이 낱말에 다양한 인간관계가 물씬 풍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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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월 컬렉션, 일상
아침 햇살 쏟아진 곳에 정성이 있었다. 그 모양이 고와 두 손에 담았다.
정할 정 또는 찧을 정 · 精, 온전히 사람 힘으로 탈곡하고 도정해서 얻은 깨끗한 쌀이란 사연을 지닌 精과 거짓 없음이란 뜻으로 쓰는 정성 성 · 誠이 만나 '온갖 힘을 다하려는 참되고 성실한 마음'이 됐다고 한다. 이 말을 그간 나는 어떻게 썼을까.
새로운 일을 시작할 때 혹은 계약 말미에 '온 마음을 다하겠습니다'라는 말을 즐겨 쓴 듯싶다. 사랑 앞에서 주저하는 이에게 진실로 대하는 것이 가장 센 고백이라고 했고, 한 프로젝트가 고비를 맞았을 때 심혈을 기울여야 한다고 나 자신을 독려했던 기억이 난다.
부모님은 치성으로 돌봐 드려야 한다고 후배에게 한 말도 떠올랐다. 뮤랄과 미로 공개 과정 때 성심을 다하겠다는 말로 고마움을 대신 표현했다. 지성이면 감천이란 말은 노오력이란 말로 듣는 것 같아 요즘은 잘 안 썼던 것 같다.
한 다리 건너 아는 지인 부고를 받은 후배가 어떻게 하나 고민하고 있을 때 성의는 보이라고 조언했었다. 10년 연애하고 결혼한 후배에게는 일편단심이 따로 없다는 말을 해 주었던 것 같다.
정성이란 이 낱말에 다양한 인간관계가 물씬 풍긴다. 새삼 신기했다. 다 다른 말처럼 쓰고 들었는데 정성을 다한 내 시간이었다니 새롭고도 고마운 일이 많았다. 이 많은 일이 깨긋한 쌀을 얻기 위해 몸과 마음을 다한 정성이라고 하니 몸가짐이 저절로 곧추선다. 5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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