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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한봉규 PHILIP Nov 15. 2020

[H갤러리] Elena Yushina

탄맛 에스프레소는 보랏빛 향기

Elena Yushina

tuttartpitturasculturapoesiamusica.com



11월 컬렉션, 일상



커피 캡슐을 바꿨다. 탄맛이 도드라진 에스프레소라고 해서 그 맛은 어떤 모양인지 궁금했다. 딱히 커피 맛이 어쩌고 할 만큼 조예가 깊지 않아서 할 말은 없다. 다만 신선한 에스프레소를 제공한다는 약속을 지키려는 듯 커피 캡슐을 담은 용기를 따로 만들어 봉인했다. 이걸 뜯는 것이 수고스럽다. 이 일 때문에 커피 맛이 인상에 남지 않은 것일 수도 있겠다 싶었다.


Elena Yushina는 우크라이나 출신 작가이다. 작품 평을 할 만큼 눈썰미가 있거나 전문적 식견은 부족해 이러쿵저러쿵 할 말은 없다. 한데 이런 생각이 들었다. 작가는 무엇을 본 것일까. 우크라이나 겨울 한 때 어느 시간은 헛것이라 해도 저리 신비한 색을 낸다는 말인가.


이 그림 속 저 시간이 그대로 내게 와 펼쳐지고 있다면 앉은 채로 나는 밤을 꼴딱 새우고 말았을 것이다. 이렇게 심심한 일요일 밤을 온통 흔들어 놓아 하는 말이다. 작가 상상력과 은유법에 놀라 자빠질 것도 같다. 무슨 얘기를 하고 싶었던 것일까. 어떤 기억을 끄집어낸 것일까. 아니 내 얘기가 궁금했던 것일까. 뭘까.


생각이 꼬리를 물고 요리조리 둘러보고 살펴도 그 속내를 도통 모르겠다. 혓바닥이 타는 듯 해 커피 한 모금이 목젖을 치고 몸안으로 그 향이 빠르게 퍼진다. 그 찰나 바꾼 커피 맛이 어떠냐고 묻는 이가 있다면 이 작품을 내밀면 딱이겠구나 싶어 내 무릎을 탁 쳤다.



전략컨설팅[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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