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한봉규 PHILIP Nov 24. 2020

[H갤러리] Karen Hollingsworth

꿈은 그 너머 너머 어딘가에 분명히 있다.

Beach Read. 2008.

pinterest



11월 컬렉션, 일상



좀처럼 끝날 것 같지 않았던 일을 마쳤다. 원고 마감이 2주 남짓 지났지만 끝냈다. 이제 동남풍만 불어 준다면 지금껏 경험하지 못한 새 세상이 활짝 열릴 것이다.


여름이 막 시작할 무렵 이번 책 공저자인 이병훈 소장이 내게 뮤랄을 들고 왔다. 그때 나는 시큰둥도 유레카도 외치지 않았다. 하지만 이 소장은 확신에 차 있었다. 이 프로그램을 다룰 수 있는 사람은 나밖에 없다는 말로 내 호기심을 돋웠다. 마땅한 일이 딱히 없는 여름 한낮을 온라인 화이트보드 프로그램 뮤랄을 이 잡듯 여기저기 들쑤시면 밤이 되었고, 그 밤에 뮤랄을 고양이 삼아 놀다 보면 날이 밝았다.


동료 몇몇이 뮤랄 채굴단 일원이 되었다. 사실 내게 신세계는 이 동료들이 쏟아내는 시대정신이었다. 빠르게 움직이고 변화를 두려워하지 않는 과감함은 무모한 듯 보였지만 동료들 판단은 적중했고 옳았다. 특히 줏대 없이 휘둘리고 유령 손을 잡으려는 찰나 죽비를 들고 내 등을 내리치며 경책 한 이가 있었다. 이병훈 소장이다. 그때 깨달았다. 내게 새 세상을 만끽할 꿈이 없었다. 막연하게 긍정할 뿐 그 세상을 그려 보여주고 일러 납득시킬 만한 힘은 달렸다.


원고 마감일을 코앞에 두고 이 소장이 집에 왔다. 상을 펴 똬리 틀고 앉아 글쓰기를 함께 했다. 식사 때 한 번 카페라테 타임 때 한 번 퇴근할 때 한 번을 빼고는 글만 바라봤다. 얼마큼 썼는지도 서로 묻지 않았다. 원고지가 불어나는 것 같진 않은데 나날이 불어나는 것이 있었다. 꿈이었다. 꿈 말고는 이 풍부함을 표현할 말이 떠오르지 않았다.


이 꿈이 글에서 튀어나온 것인지 이 소장이 뿜어낸 공기 속에서 부화한 것인지는 차차 알 일이다. 하지만 지금 내 눈앞은 칠흑 같은 어둠이 가득한 망망대해를 뚫고 반짝반짝 숨 고르기를 하는 푸른 대양이 펼쳐져 있다. 그 너머 너머 어딘가에 분명히 꿈이 있다. 이병훈 소장이 앉았던 자리에서 내가 건져 올린 보석이다. 684.  



전략컨설팅[H]

작가의 이전글 [H갤러리] Gary Bunt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