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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한봉규 PHILIP Nov 25. 2020

[H갤러리] Bhira Phokthavi

이 밤부터 아버지 꿈자리에는 은하수가 펼쳐질 것 같다.

Monet, Acuarel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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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월 컬렉션, 일상



책 출간 제안을 받고 잠시 망설였었다. 뮤랄과 미로 두 온라인 화이트보드 프로그램이 한 권 책으로 엮을만한 주제가 되는가 싶어서였다. 한때 유행한 '000 일주일만 하면~' 시리즈 제목이 떠 오른 탓일까 출발점을 뭘로 해야 할지 감을 잡을 수 없었기도 했다.


새 세상을 같이 한 번 준비해 보자는 플랜비 최익성 대표 말을 듣고 고개를 끄덕였다. 어느 누구 꿈에도 등장하지 않는 세상 문을 1센티미터라도 열어두면 이 책 역할을 다한 것이라는 말로 용기를 북돋는 통에 딱히 거절할 명분도 없었다. 사실 내심 기뻤다. 한 여름을 몽땅 쏟아부었던 일이었기에 이 기회는 내 인정 욕구를 알차게 꽉꽉 채워주고도 남았다.


책 제목은 출판사 몫이지만 나는 결정한 상태였다. 한데 걱정은 따로 있었다. 추천사를 받는 일이었다. 그때 공저자인 이병훈 소장이 "부모님 추천사 받으면 안돼요!"라고 한다. 그 말을 듣는 순간 바로 이거다 싶었다. 이 삼박한 느낌을 묘사할 재주가 없는 것이 안타까울 뿐. 하지만 기분은 좋았다. 한 평생 자식 바라기로 희생하신 당신들 속 깊은 얘기를 들을 수 있는 시간이라는 생각에 가슴이 뭉클했다. 최익성 대표도 흔쾌히 이 제안을 수락했다.


아버지는 고생했다는 짧은 말로 건배사를 대신했다. 답례로 두 번째 내는 책 추천사를 부탁드렸다. 요즘은 글 읽어도 쉽게 까먹는다고는 하시지만 싹둑 잘라 거절하진 않으신다. 정성 들여 사는 이 땅 모든 자식들에게 한 말씀해 주세요라고만 말씀드렸다.


아버지께서 잠자리에 드신다고 하신다. 술기운이 한 순배 돈 탓도 있겠지만 내심 이 추천사 쓰는 일을 어떤 별을 따다 친구분들께 자랑삼으실 상상을 하셨는지 기쁘고 들뜬 목소리셨다. 이 밤부터 아버지 꿈자리에는 은하수가 펼쳐질 것 같다.    



전략컨설팅[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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