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한봉규 PHILIP Nov 26. 2020

[H갤러리] Ramon Casas

어떤 일은 침묵이 더 큰 위로와 격려라는 선물

Interior al aire libre. 1892.

Pinterest



11월 컬렉션, 일상



가끔 오늘 내가 한 일이 뭐였지라고 나 자신에게 물어도 글쎄 뭐했지라며 반문하는 날이 있다. 여러 날 중 오늘이 그 날인가 싶다. 분명히 아침부터 부산 떨며 이 일 저 일 했음에도 뭐했는가 싶다. 이런 날 그림을 뒤적뒤적이다보면 오늘 당신이 한 일은 바로 이 일이었지라며 말해주곤 한다. 한데 오늘은 그림조차 내 마음을 반기지 않는다. 몇몇 작가 그림을 공들여 보는데도 감정적 대화라든가 추억 소환도 좀처럼 달갑게 일어나지 않는다. 


Ramon Casas(1866 - 1932)는 스페인 바르셀로나 출신 화가로 뛰어난 초상화가로 명성을 얻었고, El garrote vil(1894) 작품을 계기로 사회 이슈에 눈을 돌렸다는 기록이 있다. 이 두 기록을 대표하는 작품을 살펴봤지만 오늘 내 일상을 감정 이입할 만한 작품은 아니었다. 사실 이 작가를 알고 찾은 것은 아니다. 늘 그렇듯이 하루 일과 중 남기고 싶은 내 일 또는 감정과 기억 등이 샘솟듯 할 때 습관적으로 그림을 찾는 버릇이 오늘 도착한 기차역이 이 작가였을 뿐이다.


다음 기차를 기다리는 심정으로 작품 몇몇을 더 들춰봤다. 한 여인이 스푼을 쥐고 있는 모습을 못 봤다면 맞은편에 널브러져 있는 남자 태도가 눈에 들어오지 않았을 것이다. 대체 저 남자는 그 맞은편 여인에게 무엇을 말하려는 것인가. 설사 무슨 말을 한들 여인은 아랑곳하지 않을 저 자세와 다소곳한 시선이 내게 안기는 이 긴장감이 정신을 번쩍 들게 했다.


이 작품은 카탈로니아 국립 미술관(Museo Nacional de Arte de Cataluña)에 소장되어 있다고 한다. 평범한 날 저녁 한 때라고 이 작품을 소개하고는 있지만 그 모습이 마치 내 일과를 회고하는 심경을 저 남자 주인공이 온몸으로 표현해주는 듯하다. 한데 그런 내 마음을 알아서 인지 아니면 못 들은 척 티스푼을 젓는 저 여인 반응이 놀랍다. 어떤 일은 침묵이 더 큰 위로와 격려라는 선물이라고 웅변하는 듯해서 하는 말이다.  



전략컨설팅[H]


작가의 이전글 [H갤러리] Bhira Phokthavi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