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한봉규 PHILIP Nov 23. 2020

[H갤러리] Gary Bunt

어제와 다를 바 없이 책상에 앉아 내 얘기를 들어줄 그림을 찾고 있다.

Pinterest



11월 컬렉션, 일상



작은 사건이 있었다. 지인에게 얘길 하니 그게 어째서 작은 일이냐고 되레 역정을 낸다. 한데 내 마음은 정말 평화로웠다고 하니 그제야 진정을 했다. 눈을 떴을 때가 9시 그것도 들어온 전화 벨 소리에 잠을 깼다. 이번 주 목요일 예정인 강의가 바로 오늘이라는 연락이었다. 무슨 소리냐 번지수를 잘 못 찾은 것이다고 했지만 내가 틀렸다. 부리나케 서둘러 도착해 석고대죄를 한다 한들 이 일은 그냥 넘길 수 없을 것이다. 그간 쌓아 올린 공든 탑이 물거품이 되는 일은 시간문제이고 페널티는 물론 최악은 다시는 발을 디딜 수 없을 것이다. 한데 내 마음은 지금 출발하면 50분쯤 걸리겠네라며 내 아침 루틴은 변함이 없었다.


사죄 인사로 강의를 시작했다. 이 일을 마치면 들이닥칠 날벼락이 두렵지 않았다. 이 점이 나도 신기했지만 그럴 수 있지 하며 내 수업에 집중했다. 잘 못을 만회하려고 특별히 애썼다기보다 내게 주어진 이 일을 소신껏 때로는 즐겁고 친절하게 최선을 다했다. 전무후무한 평가 점수를 받으면 오늘 일이 희석되겠지라는 요행도 탐하지 않았다. 반드시 알고 익혀야 할 내용은 정성 들여 설명했다. 그렇게만 했다. 성탄 인사와 새해 인사를 앞당겨 전하며 강의를 마쳤다. 강의 평가를 부탁하는 운영자 말소리를 들었지만 가슴이 콩닥 콩닥였거나 걱정 또는 염려도 없었다. 저마다 지닌 총명함이 있으니 그 힘을 맘껏 발휘하는 것이 옳고 바른 일이다. 정색하지 않고 즐겁고 알찬 워크숍을 꾸려준 점이 고마웠다.


이 무슨 일일까 싶다. 내 도량이 넓고 깊어져 그런 것일까. 혹은 잃을 것이 더는 없다고 마음먹으니 들어온 행복일까. 내가 겪고도 내가 모를 일을 겪었다. 예전 같으면 이 일을 떠 올리며 밤새 나 자신을 쥐어 패고 패대기를 쳤을 텐데 말이다. 여하튼 간에 내 마음은 평정을 유지하고 있고, 어제와 다를 바 없이 책상에 앉아 내 얘기 들어줄 그림을 찾고 있다.

 



전략컨설팅[H]



 

작가의 이전글 [H갤러리] Latrache Abderrahmane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