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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한봉규 PHILIP Nov 28. 2020

[H갤러리] Cortes Edouard Leon

같은 시간 서로 다른 등불 아래서 그날 밤 나는 그 사람과 함께 있었다

Young Woman at her Window

passionforpaintings.com



11월 컬렉션, 일상



기다리는 소식이 있는 것일까. 창가에 서 있는 저 여인에게 다가가고 싶었다. 하지만 그녀 시선은 단호했다. 언제부터 저곳에 서서 골똘한 표정을 짓고 있었던 것일까. 발자국 소리 날까 싶어 한 발자국 딛는 데 꽤 정성을 들였고, 온기 가신 의자에 이번에 내가 앉았다.


사실 나도 기다리는 소식이 있다. 몇 해 전에 보낸 편지 답장을 여태 받지 못했다. 가끔 꿈에 나타나 내게 손을 내밀었을 때 덥석 그 손을 잡으면 연기처럼 사라지고 나는 깨곤 했다. 그때 하늘은 푸르께했고, 지금 저 창 밖은 옥빛이 한가득이다.


차를 마시다 무엇엔가 끌려 저기 서 있는 것일까. 그날 내가 황급히 그 사람 집 앞으로 찾아갔을 때 주변은 이 그림처럼 칠흑 같은 어둠 속이었고, 불빛조차 내게 매정했던 밤이었다. 창 밖에 내 모습을 봐주기를 애타게 기다렸던 시간 그 사람 시선은 저 이처럼 더 먼 곳을 향해 있었다.


그날 그 밤 그 사람과 내 거리는 얕은 찻잔 소리도 가슴을 철렁하게 할 만큼인데 마음은 내 인기척도 모를 만큼 먼 거리였다. 같은 시간 서로 다른 등불 아래서 그날 밤 나는 그 사람과 함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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