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조하다. 조마조마하다. 뒤숭숭하다. 흡족하다
어떤 연락을 기다리고 있다. 꽤 시간을 들여 공들인 일에 대한 답변이다. 한데 어느 순간부터 마음이 요동치기 시작했다. 지인은 기다려보라는 말로 위로했지만 좀처럼 진정되지 않았다. 초조(焦燥) 하다.
초 · 焦: 불에 타서 상처 나다는 뜻을 가진 형성 문자
조 · 燥: 불로 습기를 없앤다는 뜻을 가진 형성 문자
초조함을 연상케 하는 喿자에 火자를 더해 가뭄으로 세상이 타들어 가는 초조한 상태를 표현한 회의 문자
요컨대 금빛 물결 일렁이던 내 마음 들녘이 불에 죄다 타 검은 재가 날리는 상태에다 물기라곤 1그램도 없이 쩍쩍 땅이 갈라지는 모습을 두 눈으로 지켜만 보고 있어야 하는 망연자실함, 지금 내 감정 상태인 초조함이다. 애가 탄다는 글은 바로 이를 두고 쓰는 말이었다. 한데 초조하다는 뜻풀이에는 조마조마하다는 의미도 있다.
조마조마하다: 닥쳐올 일에 대하여 염려가 되어 마음이 불안하다.
애타게 기다리는 답변이 있다. 한데 예상과 다르게 늦어지고 있다. 속 사정을 알 길 없는 답답함은 잠시 행여 일이 틀어진 것인가 염려하는 내 심경이 조마조마하다. 생각이 여기까지 미치니 평소 가지런한 책상 위 물건도 뒤숭숭해 보인다.
뒤숭숭하다: 1. 부사. 느낌이나 마음이 어수선하고 불안한 모양.
2. 부사. 일이나 물건이 어수선하게 뒤섞이거나 흩어진 모양.
조마조마 함으로 인한 가장 불편함은 몸이 편안하지 않고 활력이 좀처럼 살아나지 않음을 실감하고 있다는 점이다. 집중력도 떨어지고 괜한 일에 손을 댄다. 이를테면 술김에 전화통을 붙잡고 헤어진 이에게 애원하는 일 같은 것을 말한다.
정신이 말짱하면 땅을 치고 후회할 일이 마구 당긴다. 의사결정 능력이 무엇인가에 잠식 당해 상식적인 힘조차 발휘하지 못하는 실정이다. 지금 이 순간을 경험하고 있다. 이 유혹을 떨치기 위해 환기할 거리를 찾아야 했다.
명상 · 운동 · 집안일 · 산책 · 대화 등이 있다고 한다. 한데 내게 안성맞춤은 지금껏 쓴 꼬리 물기 글쓰기인 듯싶다. 초조함이 감싸고 있는 감정 실체를 차분히 직면하는 방식으로 말이다.
내 마음을 보았다. 검게 그을린 땅, 생명력이라곤 눈을 씻고 찾아도 한 점 없는 들판이다. 이 슬픈 광경은 사실 처음이 아니다. 숱하게 보고 또 본 모습이다. 하지만 내가 존재하고 살고 있는 곳임을 알기에 나는 이 절망 속에서도 파종하는 일을 멈추지 않았다. 내 땅을 다시 살리고 싶은 간절함과 내 마음을 소중한 일에 써야 한다는 각오가 있었기에 수확하는 그날까지 참고 견딜 수 있었던 것이다.
초조함이 빚은 이 잠깐 동안 상심을 이제 갈아엎을 시간이다. 검은 땅을 헤치고 씨앗 뿌릴 차례다. 염원을 담는다. 소망을 심는다. 내 마음이 이렇게 작동하는 것을 안 이상 틔우는 일을 망설일 까닭이 없다. 흡족하다.
흡족하다: 조금도 모자람이 없을 정도로 넉넉하여 만족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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