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은하수510

[은하수510] 후련하다

속상하다. 한심하다. 딱하다. 후련하다.

by 한봉규 PHILIP
0214후련하다.jpg MIRO. unsplash.


6리터 김치통을 말끔히 씻었다. 성에 차지 않았다. 냉장고 문을 열고 몇몇 가지 것을 꺼냈고 수돗물을 틀었다. 맑은 물은 금세 희멀건하게 변했고 개수 구도 막혔다. 무엇이 가득 찬 것일까. 하수구가 뭣에 좋다고 앞다퉈 빠져나가려다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한 것일까. 사실 내 심정이다.


속상하다: 화가 나거나 걱정이 되는 따위로 인하여 마음이 불편하고 우울하다.


화가 나거나 걱정거리가 있어 속상한 것은 아니다. 개수 구를 막고 있는 덩어리 같은 것이 있다. 그 덩어리 정체를 보고 싶지만 이것저것 섞인 것이 희부연한 채로 수문장처럼 지키고 있으니 손을 집어넣고 휘젓기를 망설이고 있다. 이 내 모습이 참 한심할 뿐이다.


한심하다: 정도에 너무 지나치거나 모자라서 딱하거나 기막히다.
딱하다: 1. 사정이나 처지가 애처롭고 가엾다.
2. 일을 처리하기가 난처하다.


이게 뭐라고 용기를 냈다. 좀 전에 쏟아부은 뭣 뭣 것을 끄집어 올렸고 음식물 봉투에 담아 처리했다. 개수 구는 휘파람 소리를 냈고 희멀건 낯 빛이 고집불통 같은 문지기도 사라졌다. 이게 뭐라고 딱한 내 마음이 그제야 후련하다.


후련하다: 1. 좋지 아니하던 속이 풀리거나 내려서 시원하다.
2. 답답하거나 갑갑하여 언짢던 것이 풀려 마음이 시원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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