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스트잇 커뮤니케이션
이번에는 H 대기업 협력사 고위직 대상이다. 뮤랄을 선 보였다. 초조와 불안으로 시작했지만 결과적으로 만족할 만한 성과를 얻었다. 조마조마 한 점은 사내 보안이었고 마음이 편하지 않은 점은 적응이었다. 한데 보안은 리모트 워크 즉, 재택에서 접속으로 손쉽게 해결했다. 남은 것은 뮤랄 세상을 바라보는 태도였다.
기획 단계에서부터 이 점은 숱하게 논의했다. 반신반의 중인 마음을 돌린 것은 역시 S 대기업 건이 크게 작용했다. 곧바로 뮤랄 캔버스 설계에 돌입했다. 어떻게 구성하면 참여자 개개인 호기심을 자극하고 익숙한 것으로부터 결별을 선언할지를 연구했다. 뮤랄 특성을 몇 차례 다시 점검하면서 말이다.
과정 오리엔테이션을 마쳤다. 온라인 워크숍 주의 사항 안내도 여느 때와 다르지 않았다. 하지만 지금부터다. 과정 전에 받은 참여자 명단을 뮤랄 캔버스로 불러왔다. 포스트잇이 만들어지고 워크숍 소그룹과 축하 세레모니까지 일사불란한 뮤랄을 선보였다. 화면 곳곳에 가득찬 근엄함이 누그러지는 소리가 마치 봄기운이 쳐들어 오는 것 같았다. 마음 한 켠에서 뮤랄 됐다라는 이병훈 소장 한 마디가 또 다시 울렸다.
뮤랄 캔버스 첫 접속은 오후 과정 부터였다. 사실 일부러 그랬다. 오전 동안은 뮤랄을 눈으로 익히게끔 계획한 것이다. 드디어 뮤랄에 접속한 참여자 모두는 더블클릭를 난발하며 포스트잇을 만들고 형태와 색상을 바꾸는 이 과정을 천진난만한 표정으로 즐기고 있었다. 탐험심이 강했던 몇몇 분은 뮤랄 곳곳을 탐색했다.
급기야 한 분이 마이크를 켜고 포스트잇이 커뮤니케이션 용도로 이렇게까지 쓸 수 있다는 점이 놀랍다는 감흥을 내 보이셨다. 이 말 한 마디에 꽃봉오리가 만개하는 현장을 유일하게 나만 보는 듯 했다. 이쯤하면 연타석 홈런 쳤다고 자랑해도 되겠다 싶었다. 우선순위 선정 투표 활동으로 화룡점정을 찍었다고 하면 허풍 떤다고 타박 받겠지만 이런 너스레를 떨고도 싶었다.
모두 떠난 뮤랄을 한 동안 보고 있었다. 여러 일이 캔버스 곳곳에서 영화 한 장면처럼 상영하고 있었다. 이게 뭐라고 감격스러운지 이게 뭐라고 흐뭇한지 모르겠다. 이럴 때면 이병훈 소장이 늘 거드는 한 마디 한 마디가 있다. 길게 보시죠! 함께 가니 외롭지 않네요. 믿어 주셔서 고맙습니다. 이 세 마디를 실감 중이다. 83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