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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한봉규 PHILIP Mar 06. 2021

[삼삼한] 작은 배

Émile Friant. La petite barque. 1895.

Émile Friant(1863 - 1932, 프랑스). La petite barque. 1895.



뱃놀이 그림을 보면 통상 남자가 노를 쥐고 있었던 것 같다. 한데 에밀 프리시앙은 그 반대편을 선택한 느낌이다. 1848년 프랑스 2월 혁명 영향을 받은 탓인가라는 생각이 빈곤한 내 상상력이라 할지라도 이 작품은 분명 다른 점이 있어 보인다.


웬일인지 그림 속 남자는 지친 기색이 역력하다. 반면에 여자는 그런 남자를 안타깝게 바라보고 있다. 노를 쥔 손이 마치 내 마음은 강건하니 기대도 좋다는 마음을 대변하는 듯싶었다.


한데 에밀 프리시앙 작품은 한 번 더 들여다봐야 한다. 앞선 소감이 한눈에 작품 전체를 본 감상이라면 두 남녀를 클로즈업해 들어가는 마음으로 인물 표정을 만들고 있는 세밀한 얼굴 근육이 실룩거리는 면면을 봐야 작품 맛이 산다.


여자 무릎에 한 손을 걸친 남자는 얼굴을 파묻지 않고 있다. 불안한 자세다. 이에 응답하듯 여자는 노를 제법 쥔 채이지만 반대 손은 체념한 듯 남자를 외면하고 있다. 제법 심각한 얘기 중 같다.


요컨대 신파 같은 얘깃거리인 돈 얘기를 남자가 진지하게 하고 있던가 사랑하지만 떠 날 수밖에 없고, 그것이 당신을 사랑하는 내 진심이다 그러니 이해해달라 뭐 이런 얘기 말이다.


명작을 앞에 두고 헛웃음 유발하는 취미는 없지만 에밀 프리시앙 작품은 이런 맛을 감상 포인트로 삼으면 심심하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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