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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한봉규 PHILIP Feb 04. 2021

[삼삼한] 2호선

박다원 작가. now here in blue. 2013.

박다원.now here in blue 2013


19시 54분, 당산역을 출발할 때만 해도 성수 지선과 신정 지선을 뺀 2호선 전철 총길이가 48.8km라는 사실을 몰랐다. 51개 역 중 한양대역·강남역·사당역 3개를 제외하곤 48개 역은 서서 가기도 하고, 앉아 졸기도 하며 지났다.


"한 도시에는 수십만 개의 인생이 있고 수백 년의 역사가 있고, 인생과 역사가 교직 하면서 만들어온 흔적이 있다"라는 김영하 작가 글귀가 생각난 건 지하로 파고든 전철이 잠실역에 도착할 즈음이었다.


내가 교직 하고 있는 삶과 역사는 무엇일까. 내가  도시에 남긴 흔적은 무엇일까. 어떤 흔적을 남길  있을까. 보고 들을 수는 있는 걸까. 냄새는 어떨까. 손으로  팽개쳐지거나 발로 걷어 차이진 않을까.


전철 운행 속도로 독백이 쏟아졌다. 멈췄다가 출발하기를 반복하고 순환하는 2호선 전철은 이런 원초적 독백으로 최적이다. '원초적인 것을 극대화하는 것'이 '진실에 다가가는 작가의 일'이라는 박다원 작가의 이 말, 이 말을 곱씹으며 몇 정거장을 순식간에 지났다.


문득 원초적인 일을 극대화하는  독백의 진실을 밝히는 에너지로 쓰라는 말인가 싶었다. 마치 붓을  작가 손이 망설임도 두려움도 없이 일획의 붓질로 극치를 이룬 것처럼 말이다.  파동을 느끼고 나는 전율감에 빠졌다.


23 10 당산역에 도착했다. 작가 붓질과  독백진실이 교직  결과를 얻었다. 단순한 것이 파란을 일으킨다!  권리 하나를 찾은 듯도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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