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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한봉규 PHILIP Jan 30. 2021

[삼삼한] 진미채

Pablo Picasso. Mother and Child. 1901.


  다섯  하던 반찬이 해가 바뀌면서  팩으로 줄었다. 하나 늘리는  쉽지만, 늘였다가 줄이는 일은 곤혹스럽다. 다섯    멸치볶음·나물 무침·생선가스·낙지 젓갈·오징어 진미채는   맛집이었다.

여기서 하나를 줄여야 하는 오늘 저녁, 젓갈을 빼자니 입맛 없을   만한 밥도둑이 없고, 생선가스를 빼자니 소스 감칠맛이 나를 놓지 않고, 나물 무침을 빼자니 허전하고, 멸치볶음을 빼자니 요즘 칼슘이 부족한 듯도 해서 오징어 진미채를 빼기로 했다. 달고  진미채 맛은 여러모로 치기 때문이다.

하지만 10   나는 생선가스를 오징어 진미채로 바꿨다. '빨갛고 길고 딱딱한데 물렁한 그것' 힌 한 페친 분과 그 아들  추억담이 '입맛보다는 사는 '이지 싶어서다.

반찬 가게로 다시 돌아갔다. '빨갛고 길고 딱딱한데 물렁한  그거 있죠?'라고 물었다. 주인장은 ' 뚱딴지같은 소리!'라는 표정을 짓는다. 오징어 진미채풀어 말한 아들내미 사장을 알아듣지 못한 그분 표정이  주인장 같을 것이란 상상에 웃음이 절로 났다. '여깄네요. 오징어 진미채!' 그때야 '호호'하며 주인장도 웃는다.

 먹는 때론 귀찮다. 입맛 없으면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할 만큼 속도 탄다. 한데 사는 맛은 입맛과 달라, 밥때 맞추려고 집은 진미채에 이란 사연이 깃들면 반찬은 식탁  여행지가 된다. 젓가락으로 진미채를 집을 때마다  얘기 등장인물   얼굴 표정이 여행지에서 만나 금세 친해진 사람 기 때문이다. 애끓는 일이 많은 일상에 이런 여행은 망설일 이유가 하나 없다. 차고 넘칠수록  만한 보약 역시 따로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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