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자인 스프린트 8.
4월 첫날 Parallel(본사는 인도 벵갈루루· Bangalore이고, 강력한 디지털 제품 스프린트 서비스를 제공하는 그룹) 스튜디오는 두 번째 소식을 전했다. 흥미로운 점은 스프린트 사례는 아니었다. '스프린트 기간 동안 피해야 할 5가지 실수와 그 원인'을 소개한 것이다. 이런 주제를 다루면 안 된다는 그라운드 룰이 있는 것은 아니지만 그간 쌓인 Case Study와는 궤가 달랐고, 무엇보다 스프린트 진행자에게 초점을 맞춘 것이라 더 흥미로웠다. 어떤 스프린트 경험 속에서 얻은 통찰일까.
첫째, 의사결정자는 간혹 나쁜 결정을 한다는 것이다. 이런 일이 일어나는 원인은 의사결정자 당사자 신념을 탓할 수 있다. 한데 스프린트 진행자가 중립 의무를 지키지 못한 점을 지적하고 있다. 해서 이 같은 실수를 하지 않으려면 스프린트 진행자는 의사결정자와 참여자 모두가 목적과 목표를 환기하고 상기하는 질문을 해야 한다고 했다. 이를테면,
"이 스프린트에서 다루고 있는 문제는 무엇입니까?" 또는
"우리는 개선 목표에 집중하고 있습니까?"
"이 문제를 해결하는 데 어떤 영역이 도움이 될까요?" 등이다. 이마저도 속수무책일 때는 진행자 모자를 벗고 컨설턴트 모자를 쓰라고도 조언한다. 요컨대 중립 의무를 잠깐 내리고 컨설턴트 입장에 서서 의사결정자와 1:1 대화를 하라는 것이다.
Parallel 스튜디오는 과감했다. 필요하다면 '중립 의무'에서 벗어나라고 말한다. 이 대목이 무척 마음에 들었다. 퍼실리테이션 궤가 내 방식과 유사했기 때문이다. 5일 만에 어려운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고 자신하는 여러 이유 중 하나로 꼽아도 될 만했다. 때때로 중립 의무는 참여자에게 후덥지근한 날씨와도 같기 때문이다.
Parallel 스튜디오 가 언급한 이 '중립 의무'에 관해서 제이크 냅 생각을 아직 찾지 못했다. 다만 제이크는 퍼실리테이터(중립 의무는 퍼실리테이터에게 중요한 가치이다)라는 말 보다는 진행자라는 표현을 썼을 뿐이다. 이 부분이 의아했지만 Parallel 사례에서 제이크가 진행자라고 말했는지를 짐작할 수 있었다.
더 놀라운 점은 따로 있었다. 중립 의무를 내려놓은 뒤 해야 할 행동이 유연했다. 이해관계자 간 1:1 대화를 권한 이 방식은 예상 밖의 아이디어였기 때문이다. 중립 의무로 인한 답보 상태에서는 기껏해야 휴식 시간을 갖는 것 정도가 내 수준에서 생각할 수 있는 방안이었기 때문이다. 이 1:1 대화는 Parallel 스튜디오가 5가지 실수를 방지하는 방법으로 꽤 요긴하게 자주 쓰고, Parallel 스프린트 특징으로 삼으려는 듯도 싶었다.
이 대목에서 '대화로 푸는 문제해결' '어려운 문제를 대화로 푼다' 등 문장이 자연스럽게 떠올랐다. 이 문장을 그대로 썼을 때 그간 내 문제 해결 방식을 논리로 기억하는 분 모두는 당혹해 하지 않을까 싶다. 이 상상을 하니 웃음이 터져 나왔다. 이 문장을 쓰고 싶다. 마음이 편안하다. 이렇게 주변 사람을 놀라게 하는 일 또한 세상을 좀 더 낫게 하는 일 같기도 하다. 다시 한번 중얼중얼 '중요한 문제를 대화로 푼다', 사람 냄새나 좋다.
이 첫 번째 실수 요인과 예방법 외 나머지 네 요인은 낯설지 않았다. 인도 한 도시 어느 기업에서 일어나고 있는 실수 요인이 익히 경험한 것 같았기 때문이다. 일반화할 수는 없지만 Parallel 스튜디오가 지적한 아래 네 요인은 동양 문화권 공통 사항처럼 도 느꼈다.
둘째, 스프린트 진행자는 모든 사람이 최선을 다하도록 도와야 한다. 이 말은 더할 말도 뺄 말도 없다. 한데 간혹 열정이 넘친 진행자 또는 퍼실리테이터가 겪는 시행착오 중 하나는 아이디어 개수 등에 천착한다는 점이다. 마치 정해진 양을 채워야 하는 다음 관문이 열린다고 당시에는 착각하고 있었는가 싶다.
이런 실수를 하지 않기 위해서 Parallel은 '스프린트 참여자 모두가 더 많은 기여를 하도록 어떻게 격려를 할 것인가?' '모두가 최선을 다하도록 어떻게 도울 수 있을까?'와 같은 질문을 스스로 만들고 스프린트 전개 상황에 맞는 답을 구하는 데 집중해야 한다고 이른다. 이 의미를 지인에게 전했더니만 '코칭 · Coaching이네!'라고 한다. 도대체 이 스프린트 정체는 무엇일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셋째, 이 스프린트를 왜 해야 합니까?라는 질문은 스프린트 워크숍이 아니어도 어떤 일을 시작할 때 반드시 넘어야 할 산이다. 문제해결 액션러닝 킥오프 때 가장 중요하게 여기는 대목이 이 질문에 참여자가 납득할 만한 답변을 해야 하는 것과 그 맥락이 똑같다.
Parallel 스튜디오가 제시한 바는 2가지이다.
① 스프린트 전에 이해관계자와 1:1 대화 시간을 꼭 갖는다.
② 스프린트는 장기 목표를 향해 가는 우리 여정이다.
이를 위해서는 참여자 동의를 확인하는 일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말한다. 이 점에 있어 제이크는 이렇게 말한다. 스프린트 목표에 동의하지 않는 이가 있다면 과감하게 하선 시켜야 한다고 말이다.
문제해결 액션러닝 시에도 이와 유사한 일이 있었다. 하지만 제이크처럼 Parallel 그룹처럼 하지 못했다. 이미 선발된 액션러닝 팀인 점이라 해도 1:1 대화 시간을 짬을 내 가졌더라면 좀 더 따듯한 기억이 많았을 것이다. 여하튼 간 '하선'을 시키든 '1:1 대화 시도'라는 두 방법을 익힌 것이 성과랄만하다.
넷째, 말썽꾼이 발생했을 때는 PARKING LOT을 활용한다. Parallel이 겪은 스프린트 말썽꾼은 산만하고 비판에 능한 사람이었는가 싶다. 간혹 고위 직책자였는가도 싶다. 해서 'Kick them out'을 하고 싶지만 그럴 수 없다며 한발 물러난다. 제이크와 다른 궤이지만 내가 겪었던 심적 부담과 같았다.
Parallel은 세 가지를 제안한다.
① 1:1 대화하십시오.
② 스프린트 시작 전에 참여자 개개인 기대치를 쓰고 공유하십시오.
③ (말썽꾼을 무시하지 않는 방법으로) PARKING LOT을 활용하십시오.
다섯째, 5일째 스프린트 테스트 당일 인터뷰이가 나타나지 않았을 때, 그 원인은 인센티브에 있다고 진단했다. 이런 일은 제이크도 여러 번 겪은 일인지 '아마존 상품권 100달러 지급'이 가장 매력적이었다고 말했다. 참고로 Parallel 은 '아마존 상품권 50달러'를 제시했다.
온라인 소비자 설문 10~20분 소요 응답 보상 비용 5천 원, FGI(Focus Group Interview) 참가 비용 1시간 10만 원쯤이었던 내 경험에 비춰 30분 내외 대면 인터뷰 보상 비용이 한화로 약 12만 원은 꽤 적절한 편이다.
① 매력적인 인센티브를 제시한다.
② 1.5 배수로 인터뷰이를 계획한다.
글 말미에 Parallel은 5가지 실수 외에도 스프린트 단계 별로 실수 요인과 방지책을 정리한 사이트를 소개했다. 무려 28가지나 된다. 그 내용 면면이 회고와 성찰을 심도 있게 한 결과였다. 실수 경험을 지혜로 만드는 일은 시간이 지나면 그냥 얻어지는 일이 아닌 듯 싶었다. 고객과 어떤 관계를 맺어야 하는지에 대한 치열함을 엿볼 수 있는 스토리였다.
해서 든 생각이 더 나은 세상을 만드는 일은 지금 당장 어려운 문제를 푸는 일인 듯 싶지만 한 발 더 들어가면 좀 더 나은 세상은 무수한 관계를 의미 있고 신뢰하는 관계로 연결된 세상 같았다. 이런 세상을 만들 수 있는 힘이 '대화와 성찰'임을 이 스프린트 스토리에서 얻었다. 그 굉장함을 일군 Parallel 그룹에 박수와 갈채를 보낸다.
스프린트 8. 대화와 성찰의 힘은 좀 더 나은 세상을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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