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프린트 10.
SPRINT 과정을 훑다 보면 간간이 내 고정관념을 직면하는 경우가 있다. 그 첫 번째가 브레인스토밍이었다. 제이크 냅 역시 스프린트를 시작한 계기가 브레인스토밍이었다고 말한다. 그렇다고 브레인스토밍을 환영하지 않는 것은 아니다. 이른바 왁자지껄 분위기로는 쓸모 있는 아이디어를 얻을 수 없다는 것이다.
스프린트는 아이디어를 발전시키는 데에 관심을 두고 있다. 개개인에게 아이디어를 발전시킬 시간을 충분히 주어야 한다는 것이 원칙이다. 이를 발전시킨 활동이 Day 2 솔루션 스케치이다. 제이크 냅이 스케치를 스프린트에 접목한 것은 추상적인 아이디어를 구체적인 솔루션으로 바꾸는 가장 빠르고 쉬운 방법이라고 확신했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또한 스케치를 보는 순간 호소하지 않아도 공정하고 비판적으로 평가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는 것이다.
사실 이 지적은 브레인스토밍이 갖고 있는 맹점을 감각적으로 개선한 것이다. 아이디어 워크숍을 할 때 포스트잇에 빼곡하게 적힌 텍스트를 읽고 부연 설명을 듣다 보면 어느 순간 지칠 때가 있다. 입에서 단내가 날 때도 있었다. 이 점을 개선하려고 시도는 했지만 제이크 냅처럼 하진 못했다. 스프린트에 끌리는 여러 이유 중 하나이다.
실제 며칠 전 워크숍에서 만다라트 기법으로 아이디어를 긁어모으는 시간 중에 먼 산을 멀뚱히 바라보고 있는 참여자가 있었다. 아이디어를 텍스트 대신 그림 또는 이모티콘으로 표현해 보라고 추천했다. 그림이 더 어렵다며 손 사래를 치는 듯싶었지만, 잠시 후 그 참여자는 비어있는 만다라트 영역을 그림으로 채워 완성했다. 그림으로 표현하니 재밌었어요라는 소감을 내게 전했다. 이 아이디어 스케치 기법을 다음 워크숍 때 좀 더 적극적으로 활용해 보기로 했다.
스프린트는 분명 내게 변화의 물결을 일으키고 있다. 브레인스토밍은 반드시 이래야 한다는 고정관념에서 벗어났으니 하는 말이다. 사실 이뿐만이 아니다. 뮤랄 · MURAL 블로그에서 '라운드 로빈 · Round Robin 브레인스토밍' 기법을 찾은 적이 있었다. 뮤랄을 한참 탐구할 때인 2020년 여름이었다( https://blog.naver.com/hfeel/222067425233 ). 이 방식은 두 가지가 흥미로웠다.
첫째, 과제 해결 아이디어를 쓴 후 우측에 있는 참여자에게 쪽지를 넘긴다. 쪽지를 건네받은 사람은 이전 사람이 쓴 아이디어가 실패하는 이유를 적는다. 코멘트 거리가 없으면 'PASS'라고 말하고 다시 우측 참여자에게 넘긴다. 이런 방식으로 1라운드를 마친다(참여자 4 ~ 5명 기준).
둘째, 아이디어가 실패하는 이유에서 최선의 해결(안)을 모색한다.
그때 이 라운드 로빈 방식은 'PASS'라는 규칙과 '비판 지점에서 새로운 아이디어를 얻는다'라는 콘셉트가 무척 신선했다. 마치 브레인스토밍 아성에 도전하려는 듯 가장 중요한 '비판 금지' 원칙에 결투를 신청하는 것도 같았다. 문제 해결 워크숍에서 실험적으로 써 보려고 했지만 차일피일 미뤘고 잊었다.
그 라운드 로빈 방식 브레인스토밍을 다시 꺼낸 것은 스프린트 3일째 활동 즉, 결정 단계에서 중요하게 다루는 스피드 비판 대목에서였다. 제이크 냅은 이 스피드 비판 항목에서 이렇게 말한다.
"스케치 스티커가 거의 붙어 있지 않고 작성자도 설득력 있는 설명을 하지 않으면 모두를 고려해 다음 스케치로 넘어간다. 아무도 좋아하지 않는 스케치를 헐뜯어 봤자 아무 도움이 안 된다."
요컨대 비판이 많은 아이디어는 나쁜 아이디어라기 보다 비판 지점만 개선하면 유용하게 쓸 수 있다는 사고방식을 투영한 것이 바로 라운드 로빈 방식 브레인스토밍이다. 한데 왜 '라운드 로빈'이라는 붙인 걸까?
CPU(central processing unit)는 중앙 처리 장치 즉, 명령어를 해독하고 실행하는 장치로 컴퓨터 정중앙에 위치하고 있다. 흔히 마이크로프로세서 칩(microprocessor chip)이라고 한다. 사람으로 말하면 뇌에 해당한다. 이 CPU가 정보를 처리할 때 우선순위를 부여하는 데 이때 정보 처리 시간이 지연되는 경우 우선순위가 낮은 정보는 무작정 대기해야 하는 경우다. 흔히 컴퓨터가 느려 속 터진다는 말은 이때 쓰는 말이다.
라운드 로빈 방식은 이 정보 처리를 개선한 방식이다. 이를테면 처리를 기다리고 있는 정보에 시간을 부여하고 시간 내에 정보 처리를 하지 못하면 'PASS' 하고 그다음 정보를 처리하는 방식이다. 요컨대 시간을 라운드로 본 것이다. 이 개념을 브레인스토밍 기법으로 적용해 뮤랄 블로그에 포스팅한 곳이 전 세계 혁신 역량을 강화한다는 LUMA Institude이다.
스프린트 스피드 비판 활동을 라운드 로빈이라는 브레인스토밍 기법으로 발전시킨 탐구력에 혀를 내둘렀다. 그리고 멋졌다. 1년여 만에 라운드 로빈 방식 개념과 원리를 터득하니 어깨에 뽕을 넣고 다니고 싶을 지경이다. 이로써 더 분명해졌다. 스프린트는 아이디어를 얻는 것에 주력하지 않는다.
아이디어를 어떻게 발전시켜야 솔루션이 되는지를 매 순간 고민한다(제이크 냅은 고민 등 이런 말을 잘 쓰지 않는다. 스프린트한다라고 말한다). 특히 어려운 문제 · Big Problemfmf 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시간을 더 잘 써야 한다고 주장한다. 요컨대 시간의 노예가 아닌 시간을 지배하는 크로노스 · Cronos 지혜를 발휘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 같은 패기와 기지가 좋다. 제이크 냅이 스프린트 내내 입버릇처럼 하는 말 또한 영적이다.
"명심하라, 우리가 얻고자 하는 결과는 솔루션 아이디어뿐이다 · Stop brainstorming and start sprinting " 입술이 바짝 타 들어가도록 이 말을 하는 까닭을 알았다. 참 매력적인 인물이다.
스프린트 10. 우리가 얻고자 하는 결과는 솔루션 아이디어뿐이다.
Stop brainstorming and start Sprinti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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